문화

[대중문화 리뷰] 벤 애플렉, ‘포스트 이스트우드’ 자리 넘보다

벤 애플렉 두 번째 연출작 <타운>

▲벤 에플렉 감독의 영화 <타운>의 한 장면. ⓒ스틸컷

벤 애플렉은 곧잘 맷 데이먼과 비교됐다. 그와 맷은 어린 시절부터 사귄 친구사이로 <굿 윌 헌팅>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이 영화에서 연기뿐만 아니라 각본까지 집필했고,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나란히 각본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그와 맷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그는 <아마겟돈>, <진주만>에 출연하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그는 잘 생긴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체인징 레인스>, <섬 오브 올 피어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등에 출연하며 나름 고군분투했으나 상대역인 새뮤얼 L. 잭슨(<체인징 레인스>), 모건 프리맨(<섬 오브 올 피어스>), 러셀 크로(<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등에 가려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여기에 제니퍼 로페즈와의 염문, <기글리>, <데어 데블> 등 후속 출연작들의 잇따른 흥행실패로 곤란을 겪었다. 특히 2003년작 <데어 데블>에서는 그해 최악의 영화와 영화인에게 주는 골든 라즈베리 상에서 ‘최악의 배우’로 선정되는 수모를 당하기까지 했다. 
반면 맷 데이먼은 <디파티드>,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에 출연하며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손잡고 본 시리즈 속편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에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연기자 벤 애플렉은 그렇게 잊혀 가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연출로 눈을 돌렸다. 그는 2007년 데니스 러헤인 원작을 영화화 한 <가라, 아이야 가라>를 연출하면서 장편 영화 감독으로 변신했다. 평단의 반응은 좋아 그해 전미 비평가협회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0년 두 번째로 연출한 <타운>(원제 : Town)을 통해 이른바 ‘소포모어 징크스’를 비웃으며 연출자로서 성공 가능성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꽉 짜여진 스토리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 돋보인다. 제레미 레너, 레베카 홀, 피트 포슬스웨이트 등 조연들의 연기도 탄탄하다. 
주인공 더그(벤 애플렉)와 젬(제레미 레너)은 보스턴의 찰스타운이란 동네에서 함께 자친 친구면서 4인조 은행 강도단 주축 멤버다. 이들 4인방은 건설기술자, 전기배선공 등 반듯한 직업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건수가 없을 때 소일거리를 위한 업일 뿐이다. 더그 일당은 건수만 났다하면 남다른 프로근성으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해낸다. 그래서 미 연방수사국(FBI)도 이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한다. 
벤 애플렉, <타운>으로 소포모어 징크스 넘어
사실 이 영화 <타운>은 보스턴 은행 강도들의 삶을 그린 흔한 헐리웃 갱영화다. 무엇보다 더그 일당과 경찰이 미로처럼 이어진 보스턴의 좁은 도로에서 벌이는 카 체이싱, 그리고 보스턴 경기장에서 더그 일당과 FBI 요원들이 벌이는 강렬한 총격전은 이 영화의 백미다. 그런데 좁은 도로에서 펼쳐지는 카 체이싱 장면은 <이탈리안 잡>을, 보스턴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극한의 총격전은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 주연의 <히트>를 떠올리게 한다. 
▲벤 에플렉 감독의 영화 <타운>의 한 장면. ⓒ스틸컷
어떤 면에서 이 작품은 <히트>와 설정이 유사하다. <히트>에서 은행 강도인 닐 맥컬리(로버트 드 니로)는 우연히 만난 예술가인 이디(에이미 브렌느만)와 사랑에 빠진다. 닐의 정체를 안 이디는 그를 멀리하려 하나 그의 마음을 헤아리고 동행을 결심한다. <타운>에서도 더그는 자신이 인질로 잡았던 클레어(레베카 홀)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녀를 위해 은행 강도 인생을 청산하려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을 흔한 갱영화로만 볼 수는 없다. 영화 전체의 무게 중심이 더그와 클레어의 사랑 이야기에 쏠려 있어서다. 더그는 어린 시절 자신의 곁을 떠난 어머니를 늘 그리워한다. 클레어 역시 어렸을 적 오빠를 잃은 아픔을 지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면서 사랑을 키워 나간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더 애틋해서일까? 영화는 끝내 두 사람의 사랑을 미완으로 남겨 놓는다. 더그가 클레어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 문장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언젠간 당신과 다시 만나게 되겠지요. 이승(This side)에서든, 저승(Other side)에서든.”
앞서 언급했듯 벤 에플렉은 한때 촉망받는 청춘스타였다가 인기가 급전직하하며 연기인생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는 연출로 눈을 돌려 위기를 탈출했다. 지금 소개하는 <타운>, 그리고 그에게 아카데미 작품상을 안겨준 <아르고> 등 두 작품 모두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출연진들의 연기도 아주 자연스럽다. 이런 연출 스타일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방불케 한다. 굳이 차이점을 짚어 내자면 이스트우드가 무뚝뚝한 필치로 주제의식을 표현해 낸다면 그는 화려하면서도 묵직함을 잃지 않는데다 때론 유머까지 구사할 줄 안다는 점이다. 정치적 성향도 극명하게 갈린다. 이스트우드는 오랫동안 공화당을 지지해온 보수주의자다. 반면 그는 헐리웃에서도 소문난 민주당 지지자다. 
그는 2년 전,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면서 명감독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또 최근엔 데이빗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원제 : Gone Girl)에 출연하며 이전과는 달라진 연기의 깊이를 선보였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제2의 영화인생을 활짝 열어젖히는데 성공한 셈이다. 지금의 여세를 거침없이 몰아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레드포드의 뒤를 잇는 명배우이자 명감독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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