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른후트 기도서 『2015 말씀, 그리고 하루』 겉 표지. |
이 기도서는 Die Losungen(로중)이라고 일컫는데 그 의미는 군사적인 용어로 “암구호”이다. 적군과의 대치상황에서 암구호는 생명과 같은 것이듯이, 이 기도서에는 매일 매일의 삶속에서 짧은 말씀이지만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말씀으로 영적 투쟁에서 승리할 것을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기도서의 첫 주창자인 친첸도르프는 헤른후트 공동체원들과 함께 이 기도서를 통해 말씀운동을 시작했다.
이 로중은 슐라이에르마허, 본훼퍼, 코트비츠, 비헤른 등 수많은 개신교인들에게 교단과 교파를 초월하여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특히 디트리히 본훼퍼는 헤른후트 기도서의 애독자였다. 그는 “헤른후트 기도서는 단순한 성경말씀 구절에 그치지 않는다. 매일 주어지는 말씀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갈 길을 결정할 수 있게 한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1939년 여름 자신이 미국에 계속 머물 것인지 아니면 독일로 돌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로중에 제시된 “주님은 은을 정련하고 깨끗하게 하신다”라는 말라기서의 말씀을 읽고 독일로 귀국할 것을 결정한다. 그는 “나는 나를 더 이상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주님은 나를 잘 알고 있다. 결국 모든 행동과 실천은 분명하게 될 것이다”라고 일기문에 썼다. 이후 본훼퍼는 귀국 후 나치에 대한 저항운동에 가담했다가 1943년 4월 5일 체포되어 1944년 전쟁이 끝나기 바로 직전에 교수형으로 처형당했다.
이 책의 역자는 “본훼퍼에게 헤른후트 기도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필자도 그동안 이 작은 기도서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이 기도서의 매일의 말씀이 짧은 말씀이지만 하루의 영의 양식으로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이어 그는 헤른후트 기도서가 지난 285년 전부터 개신교 전통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어 왔으며 현재 55개 국어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좀 더 깊이 있는 말씀에 닻을 내리고 살아가기를 소망해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