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에세이] 잇따르는 성서 영화, 어떻게 볼 것인가?

<노아>, <선 오브 갓>, <엑소더스> 등 잇다르는 성서 영화들

▲영화 <노아>의 한 장면. ⓒ스틸컷
2014년 영화계의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성서’다. 올해 3월과 4월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노아>와 크리스토퍼 스펜서 감독의 <선 오브 갓>이 나란히 선보였다. 이어 12월 초엔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하고 <배트맨 리부트> 시리즈에서 배트맨 / 브루스 웨인을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이 모세로 분한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이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 작품 외에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의 생애를 그린 <마리아 : 예수의 어머니>(원제 : Mary, Mother of Christ)가 성탄절에 맞춰 관객들에게 선보인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 <라이프 오브 파이>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리안 감독이 모세를 주제로 한 또 다른 영화를 연출하고 있다는 소식에 이어, 흑인배우 윌 스미스와 헐리웃 미남스타 브래드 피트가 각각 카인과 아벨, 본디오 빌라도를 주제로 한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는 소문이 헐리웃 호사가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성서의 잇따른 영화화는 분명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성서는 헐리웃의 단골 메뉴였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거장 윌리엄 와일러의 <벤허>, 그리고 찰턴 헤스턴 주연의 <십계>다. 이 두 작품은 50년대 헐리웃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오늘날 ‘블록버스터’라고 불리는 흥행대작의 원형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60년대로 접어들면서 이 같은 흐름은 자취를 감춰왔다. 그러다가 2004년 초반 배우 출신 멜 깁슨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연출하면서 다시금 성서를 헐리웃으로 끌어들였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렇게 된 요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성서 자체의 힘이다. 천지창조, 아담과 이브의 원죄, 카인과 아벨, 노아의 홍수, 예수의 십자가 고난 등등 각각의 주제 하나 만으로도 장엄한 드라마가 족히 가능하다. [사실, 영화라는 매체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성서는 시, 소설 등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원천이었다] 여기에 시대적 요인이 가미됐다. <벤허>나 <십계> 등의 작품은 1950년대 미국에서 매카시즘이 횡행하던 시절의 산물이었다. 이후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까지 성서 영화가 뜸했던 이유는 서부 개척, 베트남전, 우주 전쟁 등 성서 밖에서도 얼마든지 흥미로운 주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왜 21세기 초반에 성서 영화가 다시 유행인가? 답은 쉽다.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먼저 성서 영화의 물꼬를 텄던 <노아>를 살펴보자. 이 영화는 <블랙 스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대런 아르노프스키가 연출을 맡고 <글래디에이터>, 의 러셀 크로우가 노아 역을 맡는 한편, 안소니 홉킨스, 제니퍼 코넬리, 로건 러먼, 엠마 왓슨 등 출연진도 쟁쟁해서 제작단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실제 영화는 <반지의 제왕>을 방불케 하는 스케일과 꽉 짜인 서사구조로 관객을 압도했다. 흥행 성적도 쏠쏠해 미국에서는 개봉 첫 주 만에 4,400만 달러를 벌어 들여 흥행 1위를 기록했고, 한국에서도 개봉 5일 만에 관객 백만을 가볍게 넘어섰다. 
▲영화 <선 오브 갓>의 한 장면. ⓒ스틸컷

<선 오브 갓>도 선전했다. 지난 4월10일 개봉했던 이 영화는 첫날에 1만 9,874명의 관객이 찾았고 주말을 넘기면서 누적관객 13만 2,660명을 기록했다. 더구나 이 같은 기록은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등 헐리웃 흥행대작의 틈바구니 속에서 거둔 기록이라 의미가 컸다. 
성서 영화의 잇따른 개봉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라졌다. <노아>와 <선 오브 갓>은 개봉 소식이 알려지면서 각 교회의 단체관람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노아>는 반기독교 영화라는 비판이 일었고, 곧 단체관람이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반면 <선 오브 갓>은 예수의 공생애를 잘 요약했다는 입소문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개봉시점이 부활절(4월20일)을 전후한 시기였기에 각 교회의 관람행렬이 꾸준히 이어졌다. 
성서 대로 안그렸다고 반기독교 영화? 
앞서 언급했듯 최근 성서 영화 붐은 ‘수익’과 불가분의 상관관계다. 영국 일간지 텔리그라프지는 2013년 12월 어느 영화감독의 언급을 인용해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헐리웃 영화 제작자들이 기독교인의 정서를 진지하게 다루는 것이 큰 돈을 벌어주는 사업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해 3월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된 TV 시리즈이며 영화 <선 오브 갓>의 원작인 <더 바이블>은 미국에서만 평균 1,140만 시청자를 기록해 그 해 미국인이 가장 많이 본 드라마로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 <텔리그라프>지는 미국내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9,100만이라고 언급한 뒤 “<더 바이블> 성공을 계기로 헐리웃 스튜디오 최고 경영진들 사이엔 성서 인물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엄청난 매출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이 부쩍 깊어졌다”고 덧붙였다. 
▲영화 <엑소더스>의 포스터.

따라서 최근 잇따르는 성서 영화는 복음 전파와는 무관하다. 이런 이유로 <노아> 개봉 이후 일었던 반기독교 영화 논란은 아무 의미 없는 일이다. 이 영화는 노아의 홍수를 인간의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그린다. 이에 노아는 인간 존재는 자신의 대에서 그쳐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의 소명의식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며느리 일라(엠마 왓슨)가 두 아이를 낳자 이 아이들마저 죽이려고 한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자신에게 왜 이런 사명을 주었는지 괴로워한다. 이런 서사 구조는 교회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가르침과는 사뭇 궤를 달리한다. 이런 이야기 구조 탓에 영화가 개봉된 뒤 반기독교 영화라는 목소리가 불거졌던 것이다. 
그러나 헐리웃에서 소설 등의 원작을 영화화할 때 연출자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원작의 내용을 일정수준 변용하는 일은 관행에 속한다. 영화 <노아>의 서사구조도 이런 관행의 연장선상일 뿐이다. 
앞으로 성서를 주제로 한 영화는 속속 관객들을 찾아갈 것이다. 무엇보다 성서의 고사를 교회의 가르침대로 영화화 하지 않았다고 함부로 ‘반기독교’ 딱지를 붙이는 일은 삼가주었으면 좋겠다. 앞서 언급했듯 이런 영화들은 그저 돈벌이를 위한 상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간 기독교계는 성서 영화가 개봉되면 입맛에 따라 ‘성서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왔다.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마치 필수 인양 각 교회에서 단체관람이 쇄도했고, 영화 중간 관객들이 방언기도를 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반면 <노아>는 처음엔 기대감으로 단체관람을 예약했다가 잇달아 취소하는 한편, 반기독교 영화라는 비판마저 제기됐다. 이런 반응은 문화수준의 빈곤을 드러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아주 근본적으로 성서의 모티브를 이용해 영화를 만들어 돈을 벌어들이는 행위 자체가 반기독교적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연출자가 영화를 통해 어떤 시각으로 성서를 바라보고 해석했는지, 그리고 이런 시각이 그간 교회가 설파한 복음과 어떻게 다르며 과연 어느 쪽이 성서 본연의 메시지를 제대로 되살려 전달했는지 눈여겨 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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