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 10월16일(목) 애기봉 철탑을 철거한 가운데, 이번 조치가 보수 기독교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수교단의 입장을 대변해온 한국교회언론회가 10월22일(목) 논평을 통해 철탑 철거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데 이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기총)도 10월31일(금) 성명을 내고 철탑을 대신할 다른 등탑을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한기총은 성명에서 “애기봉 십자가 등탑은 통일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고 소원”이라면서 “기독교계와 사전에 어떠한 합의도 없이, 안전상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국방부가 등탑을 철거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한기총은 이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의 남북 고위급 회담과 계속된 남북의 대화분위기가 있는 과정 속에서,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고자 대통령의 뜻에 의해 등탑이 철거된 것으로 생각”해 “애기봉 철탑 철거에 침묵을 지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안의 중대성을 논의한 끝에 철거된 애기봉 십자가 등탑을 대신할 등탑을 세우기로 하고, 등탑건립추진위원장에 직전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를 임명했다. 한기총은 건립되는 등탑이 통일이 되고난 후에도 상징적인 의미로 남아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긴밀히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가뜩이나 대북 삐라 살포로 인해 남북간 긴장고조는 물론 남남갈등이 야기되고 있는 와중에 보수 기독교계가 애기봉 철탑 철거를 들고 나와 논란거리를 하나 더 만드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안재범 김포청년회 회장은 10월31일(금) 에 출연해 애기봉 철탑에서 열리는 점등행사가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안 회장은 “그런 위협이 물론 전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겠지만, 위협 자체로 인해서 주민들이 항시 불안을 느끼고 긴장을 하고 살아야 하는 불편을 느낀다. 그리고 거기가 전쟁 분쟁지역으로 낙인이 찍힘으로 인해서 관광객도 오지 않고 경제활동을 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군은 애기봉 철탑 철거와 관련해 혼선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한국일보>는 10월30일(목)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이 “왜 등탑을 없앴느냐, 도대체 누가 결정했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해병대의 단독결정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11월3일(월) 복수의 군 소식통의 언급을 인용해 “해병대가 지난달 중순 애기봉 등탑을 철거하기 전에 국방부 실무책임자와 사전논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애기봉 등탑이 철거되는 동안 국방부의 보고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한기총이 애기봉 대체 시설물을 세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특히 한기총은 “최근 대통령이 등탑을 철거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사후에 관련자들을 강력하게 추궁했다는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다. 이후 계속적으로 관계 부처에서 대안이 마련되고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대통령 심기를 챙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기총이 권력을 좇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아이디 @alexmj*****인 트위터 이용자는 “한기총은 김포 애기봉 전망대 철거에 대해서 흥분하지 말고 자신들의 들보부터 먼저 빼시길. 남의 지탄을 받고 있으면서 남 탓하고 잘 하네 못 하네 지적하는 모습 우습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