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한국교회에 대한 호소

박찬희·서울신학대학교 교수

[편집자주] 지난 10월30일(목) “세월호의 아픔에 참여하는 이 땅의 신학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진상규명에 신학자들이 앞장설 것임을 천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교회를 향한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박찬희 서울신학대교수(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둥교회 담임목사)는 한국교회에 보내는 호소문에서 ‘신앙의 사사화(私事化)’를 특히 경계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사회적 이슈에서 물러서는 것이 교회 본연의 자세라고 말하는 것은 종교적 사기”라는 것이다. 사사화는 비단 신앙뿐만 아니라 사법, 언론 등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병폐임을 감안해 볼 때, 박 교수의 경고 메시지는 한국교회는 물론 한국사회 전체가 경청해야 할 의미 있는 전언이다. 박 교수의 동의를 얻어 발표문 전문을 싣는다. 

▲박찬희 서울신대 교수(가운데)가 지난달 30일 “세월호의 아픔에 참여하는 이 땅의 신학자들”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국교회에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지유석 기자 

한국교회의 문제에 대한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늘 한국교회에 호소하기 위해 먼저 다시 한 번 한국교회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한국교회는 신앙을 사사화(私事化)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대사회적인 이슈의 난장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그 속에서 교회는 하나님의 평화를 증언하고 지향하는 일과 그 관심을 적극적으로 일깨울 사명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바로 복음에 복무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것이 바로 신앙의 그리스도가 역사의 예수로 성육신한 사실과 자기 비움을 좇는 예수꾼의 도입니다. 사회적 이슈에서 물러서는 것이 교회 본연의 자세라고 말하는 것은 종교적 사기입니다. 저는 육(삶)을 분리한 ‘영혼구원’이라는 말을 영지주의의 아류라고 믿습니다. 구원을 빙자하여 현혹하는 설교를, 사설(邪說)을 당장 그만두십시오.   
복음의 사사화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분산 해체시킵니다. 신앙의 사사화는 샤머니즘에 불과합니다. 신앙의 사사화는 복음을 오도합니다. 신앙의 사사화는 공동체와 그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못 박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사사화는 죄악입니다.  
교회가 사회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행위는 정당합니다. 교회에게 정의는 성서적 명령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이나 피조물과 동행하고 계시다는 통찰은 예언자들이 자신을 가난한 사람들이나 소외된 사람들과 동일시하는 것에서 생겨났습니다. 예수께서는 세리들이나 죄인들과 더불어 식사하셨고, 자기 자신의 선교의 한 징표로서 가난한 자들에게 강복하셨습니다.   
더 이상 게토 속에 있지 마십시오. 연대하십시오. 사회와 연대하십시오. 예수께서 연대하셨던 그들과 연대하십시오. 오늘 강도 만난 이웃들과 연대하십시오. 신앙의 공공성을 회복하십시오. 한국교회와 목사들이여 교회를 사유화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께 돌려드리십시오. 신앙의 사사화와 사유화의 유혹을 떨쳐 내십시오.  
한국교회여. 이제 그만 우월의식에서 깨어나십시오. 교단과 교단이, 신자와 신자가 서로 배움이 마땅합니다. 겸손히 배우십시오. 인정해주고 용납해주면서 분열을 극복하고 일치를 향해 나아갑시다.  
한국교회여, 신학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신학은 현장과 괴리되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사상누각을 세우지 마십시오. 신학과의 단절은 신앙의 사사화와 사유화 그리고 온갖 탐심과 도덕적 해이와 이웃에 대한 외면을 정당화시키는 위험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배우고 또 배우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시행하십시오.   
10월 30일 오늘은 종교개혁 497주년 기념일입니다. 오늘 한국교회에서 예수님은 어디가고 교회만 남았습니까? 제자직은 어디가고 목사만 남았습니까? 성서는 어디가고 설교만 남았습니까? 예수를 살려내십시오. 그러기 위해 성서 앞에 정직히 마주 서십시오. 부흥과 성장의 술독에서 나오십시오. 그리고 이제 예수의 삶, 그의 말씀, 그의 십자가를 생각하십시오. 그 십자가를 지십시오. 하나님의 법은 교회와 모든 신앙인에게 있어서 자연법과 온갖 법률을 초월하는 최상위의 법입니다. 그 법을 주신 예수님을 보십시오. 예수님에게 교회를 데려가십시오. 풍랑 이는 고난의 바다에 예수님이 계십니다. 나인성과 베다니 죽음의 자리에 예수님이 계십니다. 세리들의 자리에 예수님이 계십니다. 세월호에 예수님이 계십니다. 여기 세월호와 함께하는 이들, 광화문에 계십니다.  
한국교회여, 우리 거기로 갑시다. 예수께로 갑시다. 가서 똑바로 믿겠다고 통회하며 엎드립시다. 주님께서 교회를 위해 친히 고난 받으셨으니 그리스도의 고난의 남은 분량을 교회에 채웁시다. 우는 자들과 함께 웁시다. 한국교회여 사람냄새 지우고 예수 향기로 채웁시다. 예수님 좀 제대로 믿읍시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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