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면직을 다룰 재판국이 설치됐다. 그의 범죄가 불거진 지 4년 만의 일이다. 이는 그가 저지른 성추행 행각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의 범죄를 고발해온 깨어 있는 이들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삼일교회 이미정 씨(39)는 그 중 한 명이다. 이 씨는 지난 2월부터 전 목사가 개척한 홍대새교회 인근을 돌며 꾸준히 1인 시위를 해왔다. 시위 첫 날엔 새교회 쪽 성도들과 심한 마찰이 벌어졌다. 이 씨는 “전 목사의 최측근 사람들과 전 목사의 대리인으로 알려진 남모 변호사 등이 삿대질에다 폭언까지 가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시위에서는 새교회 쪽 사람들이 시위판을 빼앗아 부수기도 했다.
이 씨는 그럼에도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평양노회장 앞에서의 집회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이 씨는 11월6일(목) 오후에도 홍대입구 전철역과 홍대 앞거리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돌며 1인 시위를 이어나갔다. 이번이 열다섯 번째다.
전병욱 면직, 당연한 일 아닌가요?
현재 전 목사 면직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재판국이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전 목사 쪽은 재판국 설치의 적법성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씨는 개의치 않는 인상이다. 이 씨는 “절차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전 목사는 면직돼야 마땅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 씨는 “노회가 전 목사 치리에 미온적으로 나올 것은 이미 충분히 예상했다. 만약 이번에도 면직이 유야무야된다면 더욱 강력한 행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삼일교회 성도 이미정씨가 6일 홍대새교회 앞에서 전병욱 목사 면직을 촉구하며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만약 기대대로 전 목사가 면직되더라도 이 씨는 행동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이 씨는 “전 목사 면직과 별개로 전 목사가 피해 자매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전 목사가 한 번이라도 진정성 있게 사과한 적이 있는가? 그가 진심으로 회개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씨가 이토록 결연하게 행동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 씨의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이 씨는 “전 목사의 성범죄 사실을 알고 지나칠 수 없었다. 피해자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 자신도 직장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했기 때문이다”고 고백했다.
이 씨는 자신의 행동이 전 목사를 증오하는데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 씨의 바람은 간단하다. 전 목사가 강의에 가까운 설교를 중단하고 강단에서 내려와 치유(성중독 치료)를 받는 것이다.
이 씨는 “전 목사가 속히 회개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며 자숙하기 바란다. 또한 삼일교회로부터 전별금조로 받은 13억 4,500만원 역시 반환해야 한다”면서 “그가 더 이상 하나님과 세상을 괴롭히지 말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한편 전 목사 면직을 다룰 예장합동 평양노회 재판국은 오는 10일(월) 두 번째 모임을 갖는다. 이번 모임에서는 전 목사가 출두한다고 노회 쪽 소식통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