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호소문] 애기봉 등탑은 전쟁 등탑입니다

민통선평화교회 “한기총의 애기봉 대체 등탑 즉각 중단해야”

애기봉 철탑 철거를 둘러싸고 뒷말이 많다. 군 당국이 애기봉 철탑을 철거하자 대통령이 호통을 쳤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보수 기독교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오던 한국교회언론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대체등탑을 세우겠다고 나서고 있다. 과연 애기봉 철탑이 남북 화해의 상징이며 북녘 동포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상징물이었을까? 
인근에 사는 주민들과 목회자들의 답은 분명히 ‘아니오’다. 애기봉 바로 밑에 자리한 민통선평화교회 담임목사인 이적 목사와 성도들은 호소문을 통해 “애기봉 등탑에 불을 켠 순간 접경지역 마을 주민들은 지하대피소에 숨어야 했고 등탑에 불이 켜져 있던 10여 일 동안 손에 땀을 쥐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기총의 대체 등탑 움직임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적 목사의 동의를 얻어 호소문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주]
<호소문 >
애기봉 등탑은 성탄트리가 아니라 전쟁 트리입니다 ! 
전쟁트리 건립 모금 기도회 중단 하십시오 !
▲민통선평화교회 이 적 담임목사 ⓒ베리타스 DB
우리 교회는 애기봉아래 민통선 마을에 위치 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8년도에 설립되어 16년째 민통선에서 사역 하고 있으며 작은 성도지만 예수공동체로서 평화와 박애를 생명처럼 내세우며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해왔습니다. 애기봉 근교 민통선 마을 주민들은 농사를 천직으로 하고 있으며 오직 자연에만 의지하며 살아가는 순박한 이 나라의 백성들입니다. 
한국 전쟁 이후의 참화 속에서도 이 땅에 더욱 깊숙이 뿌리내리며 접경지역의 평화를 갈망 하며 살아온 이 땅의 대표적 소외지역 주민들입니다. 우리교회는 그런 주민들과 더불어 16년째 이 지역에서 평화와 분단 극복을 소망하며 예수님나라 확장운동에 힘써 왔습니다 . 
적어도 민통선 지역에서 근무 하다 제대한 해병대 군인들이 우리교회를 거쳐 간 숫자만 해도 1천 여 명을 상회하며 우리교회 복지센터를 거쳐 간 접경지역 아동들만 하여도 3백 여 명이 넘습니다. 민통선에서의 이 같은 숫자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작지만 이렇게 소담스런 예수님나라 운동을 실천 하며 살아온 교회 공동체입니다. 
우리교회는 2004년도 그날의 감격을 잊지 못합니다 그동안 남북 상호간에 확성기를 통하여 줄기차게 상대를 비난하며 민통선 주민들의 귀와 머리를 어지럽혀 온 대북방송과 대남방송이 사라지던 그 감격의 날을 말입니다. 남북 군 고위 당국자들이 만나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상호간을 비방하는 전단 살포와 선전탑 등 일체의 대북심리전을 멈춘다는 그 합의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그때부터 7여년 동안우리 접경지역의 주민들은 평화 속에서 살았습니다. 새벽마다 지겹게 들려오며 단잠을 깨우던 상호간의 홍보 비난 방송이 사라지고 끊임없이 뿌려지던 전단들 그리고 애기봉에 찾아온 평화는 참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애기봉 등탑에 불을 켜겠다고 선언한 그 순간부터 우리의 평화는 깨졌고 이곳은 순식간에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애기봉 등탑에 불을 켜면 그때부터 북은 이곳을 공격 하겠다고 연일 방송을 통하여 선전포고를 해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2010년 12월21일 여의도 순복음 교회 교인 수백명이 애기봉 등탑에 불을 켜놓고 도망치듯 사라져버린 그날을, 여의도 교인들이 애기봉 등탑에 불을 켠 순간 접경지역 마을 주민들은 지하대피소에 숨어야 했고 등탑에 불이 켜져 있던 10여 일 동안 손에 땀을 쥐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던 그날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도 그 긴장과 공포는 계속 이어졌고 연말만 되면 여의도교회는 우리에게 계속 공포를 선물로 주고 갔습니다. 
우리가 반대 한다고 해도 우리의 하소연을 여러분은 못들은 척 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이 등탑에 불을 켜며 이를 평화의 성탄트리라 하고 명명 했지만 우리는 이를 민족 참화를 불러올 전쟁 트리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탄트리는 단 한명의 목숨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성탄트리가 있는 곳에는 불안과 공포보다는 평화가 공존해야 합니다. 북의 평화도 남의 평화도 다 소중 합니다, 왜 꺼져 있는 철탑에 불을 켜며 이를 성탄트리라 하십니까? 남북 상호간의 평화를 깨트리면서. 
올해 철탑이 제거 되면서 이제는 다시 연말의 악몽을 비껴가도 되겠구나 하고 기뻐한 게 채 두 달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한기총이 애기봉 공포의 등탑에 성탄 트리를 세우겠다며 철탑 모금을 위하여 기도하러 오신답니다. 이게 사랑입니까? 이게 평화입니까? 여러분은 우리에게 공포를 선물하러 오신겁니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내버려 두십시오 여러분에게 모금까지 해가면서 이곳에 공포의 철탑 세워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만약 그럴 의사가 있으시다면 민통선 주민을 위한 자그마한 경로복지관 이라도 하나 건립해주십시오. 그것이 평화고 진정한 사랑입니다. 강 건너 걱정 하지 말고 여러분의 눈앞에 있는 소외지역 걱정부터 먼저 하십시오. 이 겨울, 겨울추위에 떨고 있는 수많은 이웃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위한 모금 기도회를 하십시오. 박수치겠습니다. 
우리는 올해 또 한기총과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 덕분에 또 다시 끔찍한 공포감을 맛봐야 합니다. 한기총 여러분과 여의도순복음교회 여러분이 벌이는 철탑놀음에 좋아할 사람들이 있다면 남북 긴장을 높여 무기를 팔수 있는 강대국의 무기상들 밖에 없습니다. 그분들 장사시켜주기 위하여 남북 갈등과 우리지역의 극심한 공포감을 조성해야 합니까? 그만 하십시오. 이제 우리국민들이 알 사람은 다 압니다 그 철탑 놀음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
여러분을 바라보면 우리가 같은 기독교인 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도록 해주십시오. 여러분이 민통선을 찾아오면 우리가 박수치도록 해주십시오. 한겨울의 난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시골 교회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시골 교회를 박해하는 여러분이 진정 하나님 앞에 떳떳 하신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해마다 반복되는 이 광란의 축제에 우리는 쓰리고 아픕니다. 진정 이 땅의 평화를 생각 한다면 오늘의 모금 기도회를 멈춰 주십시오. 
우리는 오늘의 여러분을 분명히 기억할 것입니다. 
2014년 11월 14일 
민통선평화교회 이 적 담임목사 외 교우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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