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소속 삼일교회와 녹번2구역 원주민대책위원회가 지난 18일 관할구청인 은평구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제공=기장 서울노회 소속 삼일교회 |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총회장 황용대 목사) 소속인 서울 은평구 녹번동 삼일교회(담임목사 하태영)가 재개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회 측은 급기야 녹번재개발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함께 지난 11월18일(화) 관할구청인 은평구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삼일교회는 교인이 40명가량 되는 소규모 교회로 지난 1977년 10월 국민주택을 매입해 교회를 시작했다. 창립 30주년 되던 해인 2007년 1월, 이 교회는 기존 예배당을 헐고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지금 현재 삼일교회는 대지 85평, 건물 85평의 2층 건물이다.
하태영 목사에 따르면 교회 건축 과정에서 관할구청이 허가를 안내줬다고 했다. 하 목사는 “구청이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했다. 그래서 하 목사는 가설 건축물로 등록하기로 했다. 그래도 어려움은 가시지 않았다. 하 목사는 “이 때에도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이때 구청은 재개발이 시행되면 자진 철거해야 한다는 각서를 써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했다. 하 목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각서를 썼다. 하 목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이마저도 허가를 안내주니 구청이 불러 준대로 각서를 쓰고 건물을 지었다”고 토로했다.
삼일교회가 자리한 곳은 녹번동 1-2구역. 몇몇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은 교회에 7억 5,000만원의 감정 평가액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회 측은 이 돈으로는 어림없다는 입장이다. 하 목사에 따르면 현금청산자들이 중심이 돼 2차 감정평가를 신청했다고 한다. 며칠 전 평가결과가 나왔는데, 액수는 12억 원이었다. 그러나 하 목사는 수용불가 입장이다. 하 목사는 “설사 12억 원이 나왔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돈으로는 설 자리가 없다. 그리고 우리가 요구하는 건 돈이 아니다. 현재 자리에 교회를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삼일교회 옥상은 비대위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사무실이라고 해봐야 컨테이너다. 교회 측에 따르면 조합이 비대위를 겁박하기 위해 교회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용역을 상주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하 목사가 나서서 구청과 협상해 용역을 철수시켰다. 이 교회 최 모 집사에 따르면 “구청은 컨테이너를 철수시키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하 목사는 보상도 제대로 못 받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운명에 처한 사람들이 비대위를 꾸린 것이기에 컨테이너 철거는 안 된다고 버텼다. 결국 용역만 철수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