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프리뷰] 한국교회여, 어디로 가려 하는가?

김재환 연출, <쿼바디스>

“한국 교회여, 어디로 가는가?”

▲김재환 감독의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스틸컷

김재환 감독의 영화 <쿼바디스>가 한국 교회를 향해 던지는 묵직한 돌직구다. 먼저 영화를 본 느낌부터 적고 싶다. 느낌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영화에 언급된 대형교회 목사들의 말로를 꿰뚫어 본 것 같아서다. 
먼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사기 미수 혐의로 지난 10월 법정 구속됐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는 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 8월 징역 2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가 종교인으로서 기여한 점을 고려, 집행유예를 선고한 탓에 조 목사는 철창행을 간신히 면했다. 그러나 실정법상 유죄라는 불명예는 피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변태적 성추행 행각과 회개 없는 교회 개척으로 교계는 물론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전병욱 목사는 면직 재판에 회부된 상태다. 소속 노회인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지난 10월 그의 면직을 다룰 재판국을 설치하기로 했고, 이에 세 차례 모임을 가졌다. 전 목사는 이 와중에도 성도들을 동원해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는 한편, 재판국에서는 “그런 일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해 또 다시 여론의 공분을 샀다. 한편 강단에서 버젓이 땅 투기 은사를 자랑하던 부천 처음교회 윤대영 목사는 성도들에 의해 사회법정에 고발돼 재판을 받는 신세다. 사랑의교회 새 성전 준공 직후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목회를 하겠다”던 오정현 목사는 논문표절과 공금 유용 혐의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김재환 감독의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스틸컷

또 종교 건물로는 역대 최고 감정가(526억 원)를 기록했던 판교 충성교회(예장통합, 담임목사 윤여풍)는 한국교회 주요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안상홍 증인회(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이하 하나님의교회)에 넘어갔다. 낙찰가는 감정가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288억 원. 한 교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충성교회 측은 법원에 이의신청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정식으로 이의신청을 진행하려면 법원에 매각 대금의 10%인 28억 원을 항고보증금으로 납부해야 하는데, 교회 측이 이만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연출자인 김재환 감독은 이렇게 한국 교회의 굵직한 현안들에 거침없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영화는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주인공인 마이클 모어(이종윤)는 가상인물이다. 주인공의 이름과 분장은 대번에 미국의 저명한 반항적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이클 무어를 패러디했음을 알 수 있다. 
마이클 모어는 미국의 저명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는 한국의 대형교회의 실상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한국을 찾는다. 얼핏 이 같은 설정이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순복음교회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세계 50대 교회 가운데 절반가량이 한국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런 설정은 재치 넘친다. 
한국교회,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가?   
영화적 설정은 허구지만, 마이클 모어의 카메라에 비친 한국 교회의 실상은 무섭도록 사실적이다.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초청해 평화기도회를 여는가 하면, 성추행을 저질렀음에도 아무런 회개 없이 새롭게 교회를 개척하는 목사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재환 감독의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스틸컷

어느 목사는 강단에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장로라는 이유로 그를 찍으라고, 그렇지 않으면 하늘나라 생명책에서 제명하겠다고 공공연히 협박을 가한다. 또한 반공이 마치 성서적 교의라도 되는 양 언론을 통해 설파하는 한편,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일이 세습이 아니라 청빙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문제 제기를 하니 엉뚱하게도 ‘교회가 좋은 일에 앞장서는데 왜 그러냐?’는 식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비친다. 또 ‘언론이 긍정적인 측면을 다뤄야지 나쁜 것만 끄집어내면 되겠느냐?’는 훈계 섞인 권면도 뒤이어 던진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한국 교회의 민낯을 까발리는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보다 한국 교회에서 불거져 나오는 추악한 사건사고들이 과연 예수의 가르침과 일치하는가를 끝없이 묻는다. 영화 속 에피소드 하나를 끄집어내 보자. 
사랑의교회 박성수 장로가 회장으로 있던 이랜드는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자사 소유의 대형할인점 홈에버 계산대 직원을 외주로 넘기기로 결정했다. 이때 이랜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했고, 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해 현 홈플러스 상암점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진압으로 맞섰다. 영화는 노동자들의 투쟁과 사측의 강경진압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특히 노동자들이 사랑의교회 앞에서 농성을 하는 장면은 한국 교회가 지금 어느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강제진압에 항의해 박 회장이 장로로 있던 사랑의교회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러자 사랑의교회의 한 성도는 노동자들이 예배를 방해하고 있다고, 어서 나가라고 소리친다. 영화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즉 이랜드는 기독교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회장이 한국에서도 내로라하는 교회의 장로이지만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약자를 먼저 포기했고, 이는 예수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행태였기 때문이다. (홈에버 사태는 최근 개봉한 영화 <카트>의 모티프이기도 하다.)  
▲김재환 감독의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스틸컷

영화가 한국 교회에 던지는 중요한 시사점은 또 있다. 바로 패러다임을 바꾸라는 메시지다. 영화는 선대인 경제연구소 소장의 입을 빌려 한국 교회가 토건족과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고 꼬집는다. 무슨 말이냐면 토건족들이 일단 아파트부터 먼저 지어놓고 거래하듯 교회도 목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신도들 유치경쟁에 나선다는 말이다. 이 같은 지적이 기분 나쁘게 들릴 기독교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실이 그렇다. 실례를 들어 보자. 
분당중앙교회는 목회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기실 이 교회의 성장은 개발 바람을 타고 목 좋은 곳에 먼저 터 잡고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유치한데 성공한 결과일 뿐이다. 지금 개 교회의 전도하는 방식을 가만히 살펴보라. 교회 인근에 아파트 단지 생기면 아예 담임목사가 나서서 다른 경쟁교회보다 먼저 단지 입주민들을 ‘전도’해 오라고 성도들을 독려한다.  
그러나 분명 이 같은 시절은 지나갔다. 매물로 나와 이단의 손아귀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 충성교회 사례는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아주 상징적인 사례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물량적 부흥을 신격화해왔고, 이런 부흥을 일궈낸 목사에겐 어떤 행동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아왔다. 가장 단적인 사례가 전병욱 전 삼일교회 목사다. 영화는 마이클 모어의 눈을 통해 이제는 이런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외친다.   
김재환 감독은 기자에게 “영화에 나온 목사들이 무대 인사를 통해 회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해왔다. 기자도 같은 마음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장 대형교회의 외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니 말이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이 회개하기 전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먼저 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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