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외신 기자 커크에 의해 소개된 <쿼바디스> 기사 내용 캡쳐 |
한국 대형교회의 민낯을 드러낸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가 오는 12월10일(수) 개봉을 앞둔 가운데 한 외신 기자가 이 영화와 한국교회 현실을 자세히 전해 눈길을 끌었다.
1972년부터 , <인터내셔널 트리뷴> 등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상황을 취재했던 도널드 커크 기자는 지난 11월20일(목)자 <월드 트리뷴>지 기사를 통해 “현재 한국교회는 부유하고 영향력 있다. 사실, 한국교회는 해묵은 문제, 즉 ‘하나님과 맘몬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는 말씀이 제기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라면서 “김재환 감독은 일부 대형교회의 성장 과정에서 불거진 위선과 탐욕을 드러내면서 이 문제에 매달린다”고 적었다.
커크 기자가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애증이 교차한다. 그는 “외국인으로서 한국 기독교의 역할에 늘 감명을 받아왔다. 역사적으로 기독교인들은 일제 식민지배에 맞서 선봉역할을 해왔다.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대규모로 이뤄진 기독교인들의 헌신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현상이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초기 기독교인들, 특히 조선 말기 주로 가톨릭 선교사들과 수천의 신도들이 고통당하고 죽임당해야 했던 역사를 감안해 본다면 대형교회의 부상은 역설적이다”며 대형교회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한국 목회자들 다수, 특히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교회를 부유하게 하는 일과 ‘돈보다 하나님을 섬기라’는 성서의 금지명령 사이의 모순을 어떻게 합리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싸워야 했다”며 한국교회의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 영화의 제목이 1951년 동명의 미국영화를 떠올리게 한다며, 그 영화에서 기독교인들을 핍박하던 로마 황제 네로의 부패상이 폭로된 점이 김 감독의 다큐멘터리에 묘사된 부패상과 연관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마이클 모어 역을 맡은 주인공의 이름은 미국의 유명한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마이클 무어를 연상시키는 것과 동시에 1511년에 종교개혁적 의지를 표명한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Moriae Encomium)을 상기시킨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영화 <쿼바디스>와 김 감독에 대해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쿼바디스>라는 제목은 적절하다”면서 “극중 예수는 ‘한국교회여, 어디로 가는가?’하고 묻는다. 이 물음은 김 감독이 실제 한국 목사들에게 답을 얻고자 했던 질문, 즉 ‘당신은 진정한 예수의 제자(follower)입니까?’하는 물음이다”고 했다.
김 감독은 커크 기자에게 “여론 조사 결과 목사들의 신뢰도는 정치인과 함께 최저수준이다”며 “한국교회는 예수의 복음을 왜곡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교회의 가장 치욕적인 사건은 겁쟁이 목사들(cowardly pastors)이 1980년 5월 광주 민주항쟁을 진압한 직후 전두환을 위해 기도회를 열어준 일”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실제 이 영화에서도 1980년 8월6일 롯데호텔에서 한경직, 정진경 목사 등이 전두환 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불러 놓고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조찬 기도회>를 여는 장면이 등장한다.
커크 기자는 끝으로 “한국인들은 교회의 권한이 대통령보다 막강하다고 여긴다”는 김 감독의 언급을 전하면서 “한국인들이 이 영화 <쿼바디스>를 볼 수 있을까? 멀티 플렉스 상영관이 이 영화를 상영할까?”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이 영화 <쿼바디스>는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맘몬이 아닌 하나님을 섬겨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관객들에게 강력하게 상기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