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북리뷰] 교회를 벗어난 그리스도인의 삶을 상상하라

양희송 저,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교회를 떠난 신앙이 가능할까?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겉 표지.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의 책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이 던지는 질문이다. 저자의 답은 ‘그렇다’이다.   
먼저 이 책의 핵심 키워드부터 짚고 넘어가자. 바로 ‘가나안 성도’다. 이 책은 한 마디로 가나안 성도 해설서다. 낱말이 주는 인상은 무척 그럴 듯하다. 그러나 의미는 의외로 단순하다. ‘안 나가’를 거꾸로 한 낱말에 지나지 않아서다. 얼핏 말장난처럼 느껴진다. 
언어는 사회적 맥락에서 생겨나고 없어진다. 그 시대의 언어는 그 시대의 시대상을 담은 그릇이나 마찬가지다. 가나안 성도라는 낱말도 그렇다.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이 낱말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시대적 단면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시대적 단면이란 신도들이 교회를 이탈하는 현상이다.   
다시 ‘가나안 성도’라는 키워드로 돌아가보자. 가나안 성도는 기독교 신앙을 가졌지만 교회를 나가지 않는 성도로 풀이가 가능하다. 기독교 신앙은 가졌는데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 모순이 따로 없다. 그러나 단순히 모순으로 치부하기에 가나안 성도의 숫자는 상당 규모에 도달했다.  
“한국 사회에 가나안 성도는 얼마나 될까?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2013년 1월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힌 사람들 가운데 10% 정도가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해서 한목협은 ‘교회에 나가지 않는 그리스도인’ 수를 100만 명가량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2004년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종교 간 개종을 조사하면서 개신교를 거쳐 간 이탈자의 숫자를 758만 명으로 추산했는데, 그에 따르면 이 가운데 타종교로 개종한 198만 명을 뺀 숫자인 560만 명을 가나안 성도의 규모로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본문 35~36쪽)   
저자인 양희송 대표는 100만 안팎을 가장 합리적인 수치로 본다. 이 정도 수치는 가장 큰 교세를 자랑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합동)의 신도수 2,341,460명(2003년 3월 현재)의 절반에 육박한다. 가나안 성도만으로도 교단 하나쯤은 너끈히 만들 수 있는 규모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토록 많은 성도들이 왜 교회를 떠날까? 보다 근본적으로 교회를 떠났음에도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한국 교회는 가나안 성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믿음이 얕거나, 이리저리 교회를 옮겨 다니는 교회 쇼핑족쯤으로 보거나, 교회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떠났고 따라서 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양’으로 치부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시선이 얼마나 안이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지 여실히 드러낸다.   
“우선 가나안 성도가 ‘신앙의 연륜이나 뿌리가 시원찮아서 교회 내에서 조금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오히려 교회 출석 이력이 10년이 넘고, 교사를 비롯해 각종 봉사 직분을 두루 거친 경우가 많았으며, 교회 경험과 교회에 대한 참여도가 상당히 깊은 경우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다시 말하면, 지금 교회를 빠져 나가는 사람들은 교회에 정착하지 못한 주변인들이 아니라, 한때 교회의 중심부에 깊이 참여하고 있던 핵심층들이다. 또한 가나안 성도는 ‘어느 한 교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 교회, 저 교회를 떠도는 교회 쇼핑족’이라는 견해도 전혀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조사 결과, 가나안 성도의 상당수는 교회를 떠나기 전 교회를 옮겨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 (본문 37쪽) 
저자의 지적을 요약하면 특정한 한 교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직분을 맡은 바 있는 성도들이 교회를 떠난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원인을 숨 막힘, 위선, 분쟁 등 세 가지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가운데 특히 분쟁이 교회를 떠나게 하는데 광범위한 영향을 행사하는 요소로 본다. 그러면서 분쟁에 휩싸인 교회를 볼 때 쉽게 간과하기 쉬운 대목을 짚어준다.    
“교회 안에서 분쟁이 벌어지면 어떤 후유증을 남기는지 우리는 눈여겨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래서 누가 담임목사가 되었는지, 그래서 교회가 다시 하나로 봉합되었는지, 아니면 둘로 혹은 셋으로 나뉘었는지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격렬한 분쟁의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깊고도 깊다. 가나안 현상이 전적으로 교회 분쟁의 산물은 아니지만, 이런 분쟁이 직간접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은 매우 광범위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우리는 도대체 교회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되묻게 된다. 그 질문에 교회가 대답해야 한다는 것, 이 질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것이든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본문 89~90쪽)  
교회 바깥에는 구원이 없다!   
가나안 성도에 대한 논의는 교회론으로 옮겨간다. 이런 흐름은 아주 자연스럽다. 가나안 성도는 결국 기존 교회가 교회임인지 묻고, 이 물음에 대해 ‘아니오’란 답을 얻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강점은 바로 이 대목에서 빛을 발한다. 즉, 이 책이 비단 가나안 성도라는 현상적 분석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교회론을 소개하면서 가나안 현상이 교회사에서 놓인 좌표와 궁극적인 지향점을 제시해 준다는 뜻이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 교리는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다. 한편 교회론의 핵심은 ‘교회 바깥에는 구원이 없다’는 옹호명제다. 이 명제는 가톨릭에서 잉태돼 종교개혁 운동에서도 무리 없이 수용됐다. 마틴 루터는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찾는 이라면 먼저 교회를 찾아야 한다”는 말로, 칼뱅은 “교회를 어머니로 모시지 않고서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실 수는 없다”며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톨릭교회를 맹공격했던 루터나 칼뱅이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은 사뭇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님의 말씀이 바르게 증거되고, 성례전(세례와 성만찬)이 올바르게 거행된다면 그것이 교회다”는 교회관을 지녔다. 이들의 사고에 비추어 볼 때 가톨릭교회는 진정한 교회가 아니었던 것이다. 따라서 종교개혁 전통에서 볼 때 한국 교회에서 나타나는 가나안 현상은 교회사에서 특이한 현상은 아닌 셈이다.   
“가나안 성도 현상은 그런 면에서 역사 내내 존재해온 한 현상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제도권 교회로부터의 이탈은 늘 있었고, 결코 낯선 사건이 아니었다.” (본문 145쪽)   
아직 가나안 교인들은 현상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다른 종류의 교회를 상상해낼 역량이 소진돼 있는 상태”거나 “해체 또는 분산을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또 “아직은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그다지 신선하거나 포괄적이지 않다고 느껴서 충분히 공감할 만한 대안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저자가 가나안 현상을 우발적인 돌출행위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자신의 주장이 교회를 떠나는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그럼에도 가나안 성도됨이 “이 땅에서 ‘에클레시아(교회를 뜻하는 헬라어)’의 왜곡에 대한 강렬한 항의이자 ‘하나님 나라’를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과감히 내딛는 것”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현상이 한국교회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적는다.   
“교회 안에 있는 이들에게는 교회에 대한 가장 위협적이거나 배타적인 행위로 비칠 ‘교회 바깥으로 나아가는 행위’가 어떤 면에서 지금 한국교회를 향한 가장 명료한 경고음이 될 수 있[으므로], 아울러 어떻게 그 안에 희망의 가능성을 읽어내는 일 없이는 한국 교회의 몰락은 피할 길이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본문 186~187쪽)     
한국의 개교회 대부분에서는 자신들의 교회를 하나님의 뜻이 구현된 자기완결적 실체로 여기는 사고가 팽배하다. 물론 이런 교회가 존재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현실은 ‘비리’나 ‘성추문’이란 낱말이 더 익숙하다. 그럼에도 교회 안팎에서 문제제기를 할라치면 대번에 ‘하나님의 교회를 대적하지 마라’는 엄포성 권면이 반작용으로 나온다. 
모든 변화는 변방으로부터 온다. 다른 시각에서 가나안 성도들은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닌 참 교회됨을 묻는 변방의 존재가 아닐까? 이렇게 볼 때 가나안 성도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교회의 교회됨을 치열하게 묻고, 그래서 한국 교회의 오만과 착각을 여지없이 깨뜨릴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면서 비로소 교회는 어떤 곳인가에 대해 묻기 시작한다. 평소 무심히 넘기던 ‘교회의 본질’이며, ‘교회의 사명’ 같은 말들을 되새겨보게 된다.” (본문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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