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현장스케치] 아수라장 된 전병욱 목사 재판국

전 목사 측, 취재 방해 수위 높여

▲12월8일(월) 예장합동 평양노회 사무실에서 열린 전병욱 면직 재판에서 전 목사는 새교회 성도들이 덮어준 코트를 쓰고 황급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사진=지유석 기자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예장합동 평양노회(노회장 강재식 목사, 이하 노회) 재판국은 12월8일(월)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노회 사무실에서 4차 모임을 가졌다. 마침 이날은 온라인 카페 ‘전병욱 목사 진실을 공개합니다’ 등 7개 기독 시민단체 연합인 ‘전병욱 목사 성범죄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의 침묵시위가 예고돼 있었다. 
공대위 소속 활동가들 약 열 명은 재판국이 열리는 오전 7시부터 노회 사무실 앞에 집결해 전 목사 면직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약 한 시간이 지난 오전 8시까지만 해도 전 목사의 재판국 출석은 불투명했다. 이전 2차, 3차 모임과 달리 이번엔 홍대새교회(이하 새교회) 쪽 성도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교회 쪽 성도들은 8시30분 경부터 속속 노회 사무실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9시가 넘어가자 새교회 쪽 성도들의 수자는 50여 명을 넘어섰다. 건장한 체구의 젊은이 4~5명, 그리고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도들이 눈에 많이 띠었다. 한편 재판국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들도 도착했다. 
새교회 쪽 성도들은 이번에도 취재진들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공대위 쪽 활동가들을 향해 신경전을 벌였다. 이를 보다 못한 공대위 쪽 구교형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는 충돌을 피하고자 오전 8시30분 경 긴급 기자회견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이진오 더함공동체 목사는 “피해자들은 고통 가운데 지내고 있다. 한 명은 해외로 이민을 떠났고, 다른 두 명은 지방으로 이주했다. 이들은 교회 공동체로부터 꽃뱀, 혹은 신천지로 낙인 찍혀야 했다. 그 심정이 오죽했겠는가?”라면서 “그들은 우리의 딸들이고 가족들”이라고 외쳤다. 
이 목사는 그러면서 새교회 쪽 성도들을 향해 “목사는 교회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교회 뒤에, 이어 노회 뒤에 숨어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이 와중에 피해자들은, 그리고 한국교회는 얼마나 큰 슬픔과 아픔 가운데 지냈어야 했는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어 “전 목사의 성범죄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는 문제다. 양심이 회복되어야 한다. 여러분들의 가족과 자녀가 당했다면 누가 가만히 있을 것인가?”고 물었다. 
▲12월8일(월) 예장합동 평양노회 사무실에서 열린 전병욱 면직 재판에서 ‘전병욱 목사 성범죄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들이 전 목사 면직을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사진=지유석 기자

새교회 쪽 성도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들은 “시끄럽다”, “그만하라”, “그러는 당신은 깨끗하냐”, “우리도 삼일교회 출신이다”며 고함을 질렀다. 어느 여성도는 연신 손뼉을 치며 기자회견 진행을 방해했다.
전 목사가 재판국에 출두하는 순간 새교회 쪽과 공대위 쪽은 끝내 충돌했다. 전 목사는 오전 9시20분경 승용차를 타고 노회 사무실이 있는 총회본부에 도착했다. 새교회 쪽 성도들은 승용차가 진입하는 순간부터 겹겹이 취재진을 에워쌌다. 이들은 전 목사가 노회 사무실로 들어서자 그가 취재진의 카메라에 노출되지 않도록 온 몸을 던졌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한편 공대위 활동가들이 들고 있던 팻말을 빼앗아 찢기도 했다. 그러면서 활동가들을 향해 폭언과 욕설을 가했다. 
새교회 측 “사진촬영만 하지 말아 달라”
전 목사가 출두하던 순간, 사무실 앞 복도는 어둠에 휩싸였다. 누군가가 스위치를 잘못 건드렸던 것이다. 어둠 속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전 목사가 재판국 모임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순간, 다시 한 번 충돌이 벌어졌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었는지 경찰 기동대까지 출동했다. 이 와중에서도 새교회 성도들은 사력을 다해 취재를 막았다. 
재판국 상황을 취재하던 한 공중파 방송 외주제작사 PD는 이들에 의해 비상계단으로 밀려 나갔다. 다른 교계 방송사 카메라 기자가 현장에 도착하자 이들은 이 기자를 향해서도 “어디 카메라를 들고 오냐”고 호통을 쳤다. 이런 가운데 전 목사는 새교회 성도들이 씌워준 코트를 뒤집어쓰고 황급히 노회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12월8일(월) 예장합동 평양노회 사무실에서 열린 전병욱 면직 재판에서 ‘전병욱 목사 성범죄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 측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지유석 기자

새교회 측이 취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진 촬영만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중직자로 보이는 한 성도는 “사진 촬영만 안한다면 이런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외쳤다. 
기자는 새교회 측 성도 한 명과 어렵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성도는 전 목사와 성도들이 취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그동안 언론이 전 목사에 대해 편파적인 보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서는 비단 이 성도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아 보인다. 노회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실랑이를 벌이던 다른 새교회 성도 한 명도 언론 취재가 “군중심리를 자극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진오 목사는 “범죄 사실 여부를 떠나 신도들을 내세워 취재를 막아서는 건 목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재판국에서 다 밝히면 된다”고 했다. 자신을 전 목사와 동갑이라고 밝힌 한 목회자는 “이 광경을 지켜보며 아쉬운 느낌이다. 죄를 지었어도 마무리를 잘 했어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일정대로라면 재판국은 결론을 내려 임시노회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재판국 일정은 당초 시한인 1개월을 훌쩍 넘긴 상태다. 재판국 모임이 재차 열린다면 이번과 같은 충돌 양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공대위 쪽의 한 관계자는 “전 목사의 성범죄와 관련해 더 밝혀낼 것도 없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 확실히 규명하면 된다”며 재판국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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