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NCCK 총무 ⓒ베리타스 DB |
성탄절 메시지는 마리아 찬가가 노래하는 정의로운 평화가 “고통과 슬픔, 절망과 눈물이 넘치는 이 땅 한가운데” 구현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 비록 세월호 사건 유가족, 해직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경제양극화의 피해자들 등의 절망과 슬픔이 진행 중이지만 그들에게 “아기 예수의 탄생이 큰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우리는 그분을 감싼 포대기 ... 그분을 누인 구유”이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우리의 참여와 더불어 이루어[도록]” “우리는 그분의 평화를 널리 알리는 나팔 ... 그분의 평화를 실현하는 도구”가 되자고 요청했다.
아래는 성탄절 메시지의 전문이다.
아기 예수의 평화가 온 땅에 충만하기를!
“그는 그 팔로 권능을 행하시고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셨으니,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사람들을 높이셨습니다.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셨습니다.” (누가복음 1장 51~53절)
아기 예수의 탄생을 만물과 더불어 우리 모두 크게 기뻐합니다. 또한 그분의 평화가 온 땅에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아기 예수는 평화의 구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분으로 인하여 우리 가운데 평화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분의 평화는 사랑의 평화이고, 낮은 자들의 평화이며, 자신을 희생하는 평화입니다. 그분의 평화는 힘 있는 자들의 평화와 다른 평화였습니다. 그분의 평화는 무력으로 세운 로마의 평화가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선지자 이사야가 전한 대로, 광야 같고 사막 같은 이 고통스러운 세상에 평화의 길을 여십니다. 낮은 곳은 메워 높이고, 높은 곳은 깎아서 평탄한 큰길을 내십니다. 이 땅에 교만한 곳도 비천한 곳도 없이 만드십니다.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잉태하고서 하나님께 찬양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노래는 오래 전 이사야가 전한 말씀의 뜻을 다시금 새기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기 예수를 통하여,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시고,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며, 비천한 사람들을 높이십니다.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십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평화는 정의를 세우는 평화입니다. 힘없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시고 권력 있는 자들을 내리시며, 가난한 사람들을 풍족하게 하시고 부를 넘치게 누리는 자들의 손을 비우심으로써 이루는 평화입니다. 그분의 평화는 불의를 물리치고 불평등을 시정하여 모두가 화해하게 하는 평화입니다.
그러나 그분의 평화는 우리 가운데 우리와 함께 하심으로써 이루는 평화입니다. 아기 예수는 갈등과 분열, 억압과 살육이 자행되는 바로 오늘 우리 가운데 오십니다. 고통과 슬픔, 절망과 눈물이 넘치는 이 땅 한가운데 오십니다. 그리고 그 아픔을 싸안고 그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니, 다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게 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평화는 요한계시록의 말씀처럼, 우리의 눈물을 닦아 주고 슬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평화입니다. 그분의 평화는 끝내 생명을 품어 살리는 평화입니다. 자신의 가슴을 찢어 우리의 눈물을 그치게 하고, 스스로의 몸을 찢어 우리를 살리는 평화입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것은 그분의 평화를 기뻐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평화가 우리 가운데 이루어지기를 갈망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평화가 우리의 평화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2014년 한 해, 이 나라에는 결코 역사책에 기록으로만 남겨놓을 수 없는, 지금도 사람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게 하는 슬픈 일들이 많았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가족들과 어린 자식들을 떼로 잃어버린 사람들의 슬픔과 아픔,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의 눈물과 분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망과 탄식, 극심한 경제적 양극화로 삶의 한계상황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고통과 비탄,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짓밟히는 사람들의 신음과 아우성, 군대에 보낸 자식의 주검 앞에 선 부모들의 분노와 통곡 등, 이 한 해는 일일이 다 거론할 수 없을 만큼 슬픔과 분노와 절망과 아우성과 갈등이 넘쳐났습니다.
이런 절망과 슬픔 가운데 있는 모든 이들에게 아기 예수의 탄생이 큰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또한 이 땅에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고 모든 슬픔과 눈물이 마르게 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넘쳐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강력한 천상의 힘으로 오시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운데 연약한 아기로 탄생하셨습니다. 그분은 사람의 손에 안기셨습니다. 이것은 그분의 평화는 우리의 참여와 더불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가르쳐 줍니다. 아기 예수는 우리에게 안겨 계십니다. 우리는 그분을 감싼 포대기입니다. 우리는 그분을 누인 구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복됩니다. 그래서 또한 우리는 그분의 평화를 널리 알리는 나팔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평화를 실현하는 도구입니다.
슬픈 이들과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복이 있습니다. 아멘.
2014년 성탄절을 맞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김 영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