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에세이] 뜻밖에 발견한 민족 동질감

<더 인터뷰> 소동을 통해 드러난 북한과 한국 교회

▲영화 <더 인터뷰>의 한 장면. ⓒ스틸컷

북한과 미국의 신경전이 첨예하다. 안보 현안 때문이 아니다. 제임스 프랑코, 세스 로건 주연의 영화 <더 인터뷰>(원제: The Interview) 때문이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북한을 격분시키기에 충분하다. 미국 언론인 두 명이 미 중앙정보부(CIA)의 지령을 받아 북한 최고 권력자 김정은을 암살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제작사인 소니 픽쳐스는 이 영화를 성탄절에 맞춰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봉일이 가까워 오면서 테러 위협이 가해졌고, 결국 개봉은 취소됐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 날선 공방이 오가는 중이다.   
영화를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나라는 이미 지난 6월 이 영화 예고편과 포스터가 공개되면서 치열한 설전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번에 불거진 신경전은 리턴매치인 셈이다.    
양국 간 신경전은 11월24일(월) 소니 픽쳐스가 해커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해커들은 소니 전산망을 공격해 <퓨리>, <애니>, <스틸 앨리스>, <미스터 터너> 등 신작 영화를 빼내 온라인에 뿌렸다. <퓨리>를 제외한 다른 작품들이 미개봉작이어서 소니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해커들은 유독 <더 인터뷰>에 대해선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헐리웃 안팎에서 해킹의 배후에 북한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12월로 접어들면서 해커들은 공세의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직원들의 임금 정보를 빼돌리는가 하면 소니 측이 주연배우인 제임스 프랑코, 세스 로건에게 지급한 수표 내역까지 손에 넣었다. 그러다가 급기야 “2001년 9.11사태를 기억하라. 영화상영관에서 떨어져 있어야 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방불케 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결국 소니는 성탄절에 개봉하려던 당초 계획을 포기했다. 이에 앞서 AMC, 리걸 엔터테인먼트, 시네마크, 카마이크 시네마스 등 미국 4대 극장 체인들은 영화 상영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굳혔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사태에 불쾌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17일(수) 브리핑을 통해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간주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미국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는 18일(목) 미 정부가 “적절한 대응조치(proportional response)”를 고려하고 있다고 익명의 백악관 고위관리의 인용을 언급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단지 지지자들이 벌인 ‘의로운’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북한이 직접 개입했다는 결정적 단서는 없다. 소니 전산망을 뚫고 들어온 해커들은 스스로를 ‘평화의 수호자’(GOP)라고 주장한다. 
▲영화 <더 인터뷰>의 한 장면. ⓒ스틸컷

미 정보당국과 수사당국은 처음엔 북한 연루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그러다가 미 연방수사국(FBI)은 현지시각 19일(금) 북한 정권이 소니 해킹을 주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우리가 선택한 시점과 장소에서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 6월 외무성 대변인이 “예고편 공개는 노골적 테러행위이자 전쟁행위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적이 있었다. 미국이 대통령까지 나서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여서 북한이 특유의 호전적인 언사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은 아주 높다. 북한이 6자회담 등 중요한 국제협상에서 번번이 사소한 그 무엇을 문제 삼아 돌출행동을 일삼아 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돌출행동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북한과 한국교회, 묘한 동질감 
가뜩이나 북한이 핵, 미사일 등 안보이슈로 미국과 마찰을 빚는 와중에 영화를 문제 삼아 잡음을 일으킨데 대해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동시에 대중문화로 논의를 한정시켜 보아도 이번 사태는 무척 유감이다. 보이지 않는 세력의 압력에 의해 영화의 상영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헐리웃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초유의 사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문득 북한과 한국교회 사이에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현재 극장가에서는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가 상영 중이다. 이 영화는 예수를 치부의 수단으로 삼은 한국교회의 민낯을 고발한다. 교회, 특히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불편해할 만한 영화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시사회 단계부터 외압 의혹이 끊이지 않았고, 실제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인 사랑의교회와 38개 교단 연합체인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가 외압을 행사하고 나섰다.   
사랑의교회는 연출자인 김재환 감독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사랑의교회 촬영분 삭제를 요구했으며, 언론회는 각 교단에 공문을 보내 멀티플렉스 상영관에 상영금지 압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랑의교회는 법적 조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그러나 영화에 교회와 오정현 담임목사가 직접 언급된 점, 또 제작진이 교회 전경을 촬영한 데 대해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사랑의교회가 3,000억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 부어 새 예배당을 지은 이유는 간단하다. 교세를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다. 영화는 헬리캠을 이용해 욕망 덩어리를 잡아내는데 성공한다. 이 교회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한 점이 왜 문제인지 이해할 수 없다. 
▲영화 <더 인터뷰>의 한 장면. ⓒ스틸컷

언론회의 입장은 더욱 궁색하다. 언론회는 “교회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왜 관람료를 받느냐?”라고 따졌다. 만약 이 논리대로라면 한국교회는 성도들에게 헌금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는 고비용 구조다. 즉 성도들이 신앙생활하는 과정에서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교회만큼 갖가지 명목의 헌금이 존재하는 곳도 없다. 예수 그리스도는 복음을 전하면서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회는 값없는 은총을 말하면서도 악착같이 신도들의 주머니를 쥐어짰다. 게다가 이렇게 쌓인 돈은 대부분 담임목사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갔다. 이런 한국교회 현실에서 관람료 운운할 수 있을까?   
대형교회와 교단연합체가 나서서 <쿼바디스> 상영에 압력을 가한 행태는 정도의 차이일 뿐 북한이 <더 인터뷰>에 가하는 위협과 하등 다를 바 없다. 탈북자들은 담임목사에 대한 맹신 강요, 십자가 상징, 엄숙주의 등등 한국교회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북한 체제와 유사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교회와 북한사회의 유사성을 연구한 연구보고서까지 나온 상황이다. 한국교회는 여기에다 돌출 집단행동까지 북한을 닮아 가고 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벌어진 일에서 민족적 일체감을 발견한 건 참으로 뜻밖이다.   
분단 이후 한국 교회는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공공연히 조장해 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겉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내면적으로는 북한과 일체화의 수순을 밟아왔다. 이제 그 걸음을 돌이킬 시점이다. 돌아갈 지점은 성서에 적혀 있다. 그 지점은 바로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는 복음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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