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제63회 총회에서 총무 인선에 반발해 자리를 박차고 나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통합, 총회장 정영택 목사)가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정영택 총회장은 지난 12월19일(금)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2014년 에큐메니칼 정책토론회 및 송년회> 설교에서 “총회 석상에서 본 교단에 대한 교회협의 모욕은 우리에게 큰 상처와 고통을 주었다. 교회협이 책임 있는 대책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우리 총회는 당분간 교회협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1월24일(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남교회에서 열린 NCCK 제63회 총회에서 예장통합 정영택 총회장이 회의장 철수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베리타스 DB |
이어진 정책토론회장은 NCCK의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한경호 강원 횡성영락교회 담임목사는 “지역에큐메니즘의 활성화 방안”이란 제하의 발제를 통해 “최근 총무 선출과정에서 드러난 현상은 이 양 교단 간의 첨예한 갈등과 분쟁”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보여서는 안 될 이기적 욕망, 미움, 반목, 적대의 반(反)기독교적인 모습들이 세속의 어느 현장과 똑같이 그 추한 모습을 드러냈다는 데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 목사는 “이것은 더 이상 교회의 모습도, 크리스천들의 모습도 아니다. 신앙적 정체성을 잃어버린 조직, 예수정신을 상실한 NCCK는 더 이상 기독교연합체라고 할 수 없다. 우리가 본 것은 정치적 이전투구의 현장이다. 연합의 정신은 상호이해와 존중, 양보, 겸손 등일 것이다. 오늘의 NCCK에서 이것은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한 목사는 이어 “연합정신을 상실한 NCCK가 앞으로 어떤 영적인 지도력, 도덕적인 권위를 갖고 연합적인 일들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생명평화마당 실행위원장인 김영철 목사 역시 “일치와 협력이라는 에큐메니칼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교단간의 세력대결과 자리다툼으로 얼룩져 오랫동안 에큐메니칼 운동에 헌신해 온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자성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았다. 전국여교역자연합회 사무총장인 김혜숙 목사는 “이번에 우리는 아무리 옳은 주장(원칙)이라도 다수가 그 말을 경청하지 않는 현실을 경험했고 다른 교단으로부터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는 심경을 고백했다.
김 목사는 NCCK 내 존재하는 시각차를 끄집어냈다. 김 목사는 “그동안 우리에게는 약간의 피해의식이 있어왔다. 우리가 늘 물질적인 기여는 많이 하는데 실질적으로 그러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다른 교단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반대의 목소리였다. 우리가 물질적인 기여를 많이 한다고 그 영향력을 행세해왔다는 것이다. 서로의 입장차이로 인해 똑같은 상황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그러면서 “단적으로 말하면 에큐메니칼 운동의 방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겠고 그것이 정의롭고 민주적인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우리가 할 역할이 있을 것”이라면서 예장통합 교단의 지도력을 강조했다.
대체적으로 예장통합 교단 내부에서 총무 인선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감정의 골이 여전히 팽배하다는 인상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NCCK측의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