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리뷰] <반지의 제왕>이여 영원하라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까지 16년 여정 되짚어 보기

▲영화 호빗 포스터.

장장 16년에 걸친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뉴질랜드 출신의 영화감독 피터 잭슨은 <호빗 : 다섯 군대 전투>를 끝으로 J.R.R. 톨킨의 원작 <반지의 제왕> 3부작과 <호빗> 3부작을 마무리했다. 말 그대로 전인미답이다. 훗날 <반지의 제왕>과 <호빗>을 리메이크 하려면 피터 잭슨을 반드시 넘어서야 할 것이다. 

<호빗>은 <반지의 제왕> 보다 시간상 60년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프리퀄)이다. 즉 <호빗>엔 빌보 베긴스가 절대 반지를 손에 넣은 경위, 그리고 마법사 간달프와 관계를 구축하게 된 배경 등 <반지의 제왕>의 주요 모티브가 담겨져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호빗>은 악의 화신 사우론의 부활을 예고한다. 
<호빗> 3부작과 <반지의 제왕> 3부작을 키워드로 이해해 보자.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하는 키워드는 ‘뉴질랜드’다. <호빗>과 <반지의 제왕>은 미들 어스(중간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다. 피터 잭슨은 미들 어스를 자신의 조국 뉴질랜드 산하에 옮겨 놓는데 성공한다. <반지의 제왕>이 흥행은 물론,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11개 부문을 석권하면서 뉴질랜드는 들썩였고, 이내 영화 촬영지는 관광 상품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호빗> 3부작 가운데 첫 작품 <뜻밖의 여정>(원제 : An Unexpected Journey)이 개봉되던 해인 2012년 에어 뉴질랜드는 영화를 패러디한 기내 안전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했다. 2012년 10월31일 유투브에 공개된 이 동영상은 3일 만인 11월2일 조회수 230만 건을 기록하며 <호빗> 흥행열기를 불러일으키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 
뉴질랜드, 욕망, 그리고...
▲영화 <반지의제왕>에서의 골룸. ⓒ영화 스틸컷

<호빗>, <반지의 제왕>을 관통하는 두 번째 키워드는 ‘욕망’이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주된 모티브는 절대반지다. 톨킨은 절대반지를 ‘모든 것을 지배할 하나의 반지’(One ring to rule them all)라고 묘사했다. 절대반지가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바로 ‘절대 권력’이라는 의미다. 어느 누구도 절대반지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다. 절대반지를 본 순간, 내면 깊숙한 곳에서 절대 권력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골룸은 절대반지를 향한 끝모를 탐욕으로 인해 육체와 영혼이 좀먹어 들어간다. 그럼에도 그 반지를 놓으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반지 운반자였던 프로도 베긴스 조차 자신의 의지로 절대반지를 내버리지 못한다. 프로도는 온갖 난관을 뚫고 모리아의 화산까지 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모리아의 화산을 눈앞에 뒀음에도 절대반지의 유혹을 누르지 못하고 반지를 차지하려 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타락한다”(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는 영국 철학자 액턴 경(1834~1902)의 경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반지의 제왕>이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갈파했다면 <호빗>은 물욕의 위험을 경고한다. 난장이 종족 드워프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에레보르 왕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용 스마우그가 침입해 에레보르 왕국의 보물을 차지하고, 드워프 종족은 쫓겨난다. 뿔뿔이 흩어진 이 종족은 겨우 명맥만 유지할 뿐이다. 이러자 에레보르 왕국 건설자 스라인 1세의 아들 소린은 과거 영화를 탈환하기로 마음 먹고 남은 신하들과 함께 머나먼 여행을 결심한다. 마법사 간달프는 소린 일행을 돕기 위해 샤이어의 호빗 종족 빌보 베긴스를 일행에 합류시킨다. 
▲영화 <호빗>에서의 소린. ⓒ영화 스틸컷

소린 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용 스마우그를 쫓아내고 에레보르 왕국의 보물을 되찾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소린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는 최고의 보물 아켄스톤에 무서울 만치 집착한다. <호빗>의 세 번째 이야기 <다섯 군대 전투>에서 인간과 요정, 그리고 오크 종족이 에레보르의 보화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그럼에도 소린은 아켄스톤에 눈멀어 처참한 살육이 벌어져도 관심 밖이다. 소린의 집착에서 물욕이 권력욕만큼 인간 존재의 이성과 판단력을 마비시킬 수 있음을 본다. 
‘작은 것’이 위대하다 
<호빗>, <반지의 제왕>의 백미는 ‘작은 것’에 대한 예찬이다. 중간계는 권력욕과 탐욕이 뒤엉킨 공간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악의 제왕 사우론은 절대반지를 되찾기 위해 괴물 종족 오크를 되살려내 인간 존재를 멸절시키려 한다. <호빗>에선 인간, 드워프, 요정, 오크 종족들이 서로 에레보르의 금은보화를 차지하기 위해 골육상쟁을 벌인다. 그러나 작가 톨킨은 희망의 코드를 심어 놓는다. 난장이 종족 호빗은 작가가 선택한 희망의 메신저다. 반지 운반자도 호빗(프로도 베긴스)이었고, 용 스마우그의 눈초리를 따돌릴 ‘좀도둑’ 역시 호빗(빌보 베긴스)이었다. 
▲영화 <반지의제왕>에서의 프로도. ⓒ영화 스틸컷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는 절대반지 파괴 임무를 띠고 순찰자 아라곤, 요정 레골라스, 드워프 김리 등과 함께 모르도르로 떠난다. 악의 제왕 사우론과 결탁한 마법사 사루만은 절대반지를 손에 넣기 위해 호시탐탐 이들의 목숨을 노린다. 프로도는 계속되는 싸움에 지쳐간다. 요정 갈라드리엘은 지친 프로도에게 “가장 작은 존재여도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법이랍니다”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호빗>의 모티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간달프는 용 스마우그의 시선을 따돌릴 역할을 빌보 베긴스에게 맡긴다. 이에 대해 사루만과 갈라드리엘은 이런 중요한 일을 호빗 종족에 맡기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간달프는 호빗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간달프는 작지만 영특한 호빗만이 소린 일행의 영화를 되찾는데 기여를 할 것이라며 사루만과 갈라드리엘을 설득했다. 이런 기대를 알았는지, 빌보 베긴스는 자신의 여정을 훌륭하게 마치고 고향 샤이어로 돌아왔다. 절대반지를 가지고서. 
작가 톨킨이 작은 것을 찬미한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의 중간계 6부작은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얼개가 갖춰져 나갔다. 그는 전쟁의 참화를 통해 히틀러의 세계패권 야욕을 생생히 목격했다. 반면 악의 화신에 맞서는 세력들은 너무나도 보잘 것 없었다. 그럼에도 톨킨은 희망을 잃지 않았고, 작지만 지혜로운 존재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려 했다. 반지 운반자가 프로도 베긴스였고, 그를 따라나선 반지 원정대의 면면이 대단치 않았음은 작고 보잘 것 없어도 힘과 지혜를 모으기만 하면 얼마든지 거악을 쓰러뜨릴 수 있음을 상징하는 은유다. 
피터 잭슨은 온갖 은유와 상징이 혼재된 거대한 판타지를 화면에 옮겨 놓았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실로 엄청난 작업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볼 때, 그의 <호빗> 3부작과 <반지의 제왕> 3부작은 판타지의 신기원을 이뤄냈다고 해도 지나친 평가는 아닐 것이다. 또 톨킨이 중간계 6부작을 통해 갈파했던 메시지도 훌륭하게 살려냈다.
▲영화 <호빗>에서의 빌보 베긴스. ⓒ영화 스틸컷

단, 배우들의 연기가 기술적 완성도에 가려진 점은 아쉽다. 간달프 역의 이언 맥컬린, 레골라스 역의 올란도 블룸의 연기는 분명 기억에 남을 만 했다. 또한 골룸 역의 앤디 서키스는 그래픽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로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 외에 용 스마우그의 목소리와 몸짓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 갈라드리엘 역의 케이트 블란쳇, 아라곤 역의 비고 모르텐슨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호빗>에서 비고 모르텐슨을 볼 수 없었던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반지의 제왕>과 <호빗>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원작 자체의 스케일, 그리고 이를 살려내기 위해 동원된 그래픽 기술이 먼저 눈길을 잡아 끈 탓이다. 지난 2003년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이 아카데미 작품상 등 11개 부문을 휩쓸었지만, 대부분 기술 부문이었고 연기 부문에서는 단 한 개의 오스카 트로피도 가져오지 못했다는 사실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 <호빗>을 기획하고 영화화하는데 총 16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간 톨킨의 작품은 영화제작자라면 욕심은 가득했지만 어느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해왔다. 얼마만큼의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엄청난 일을 피터 잭슨이 해낸 것이다. 물론 영화적으로 완성도가 부족하게 보일 수 있고, 영화화 과정에서 원작의 느낌과 다르게 화면에 옮겨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피터 잭슨를 비롯한 제작진이 16년에 걸쳐 쏟아 부은 수고와 열정만큼은 오래도록 기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훗날 누군가가 피터 잭슨을 능가하는 리메이크 작품을 내놓으려면 16년 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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