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에세이] 액션 배우 리암 니슨

‘오스카 쉰들러’가 액션 배우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오스카 쉰들러 역을 맡은 배우 리암 니슨 ⓒ스틸컷

배우 리암 니슨은 액션 배우다. 그의 풍모는 190cm의 키 말고는 액션과는 거리가 멀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액션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 실베스터 스텔론 같은 근육질도 아니고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톰 크루즈처럼 외모가 빼어나지도 않다. 

그는 1980년대 중반 1990대 초반 <미션>, <다크 맨> 등에 얼굴을 비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다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1993년 작 <쉰들러 리스트>의 오스카 쉰들러 역을 맡으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닐 조던의 1996년 작 <마이클 콜린스>에서 마이클 콜린스 역으로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그는 액션 배우다. 그가 연기 변신을 꾀한 계기는 프랑스 출신 감독 뤽 베송이 제작한 <테이큰> 시리즈의 타이틀 롤 브라이언 밀스 역을 연기하면서부터다. 
브라이언 밀스는 전직 CIA요원이다. 그는 정보요원 생활 하느라 아내 레니(팜케 얀센)와의 결혼 생활은 진즉에 파탄 났다. 그는 레니 사이에서 낳은 딸 킴(메기 그레이스)에게 남다른 사랑을 쏟으며 못 다한 아버지의 역할을 하려 한다. 그러던 차 킴은 친구와 유럽 여행을 떠난다. 브라이언은 썩 내키지 않으면서도 딸의 채근에 마지못해 허락한다. 단, 킴에게 매일 전화해 달라고 신신당부한다. 
아버지의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킴이 파리에서 인신매매범에게 붙잡혀 실종된 것이다. 브라이언은 딸을 찾기 위해 곧장 파리로 날아간다. 이때부터 리엄 니슨의 액션 연기는 폭발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니슨의 액션 연기는 과장 없이 간결하다. 적을 만날 때면 주먹, 손날, 팔꿈치 등으로 급소를 가격해 상대를 단숨에 무력화시킨다. 무엇보다 딸을 인신매매범의 손아귀에서 구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은 특히 한국 여성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각인시켰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감각적인 화면도 그의 액션을 돋보이게 했다. 이 영화 <테이큰>이 묘사하는 파리는 관계 당국의 묵인 하에 인신매매가 횡행하는 공간이다. 이런 파리의 미장센은 음울한 인상을 풍기는 리엄 니슨의 외모와 잘 맞아 떨어져 이질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영화 <배트맨 비긴즈>에서 브루스 웨인의 훈련교관 듀커드 역을 맡은 배우 리암 니슨 ⓒ스틸컷

사실 그의 액션연기의 맹아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2005년작 <배트맨 비긴즈>에서 엿볼 수 있었다. 그가 이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브루스 웨인의 훈련교관 듀커드. 이 영화에서 주인공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은 부모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온 세상을 떠돈다. 듀커드는 이런 브루스에게 비밀결사인 ‘어둠의 전사들’(The League of Shadows) 입회를 권한다. 브루스는 듀커드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내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공포를 서서히 극복해 나간다. 리암 니슨이 연기한 듀커드는 브루스 웨인의 멘토다. 그가 일찍이 <쉰들러 리스트>, <마이클 콜린스> 등에서 보여줬던 성격연기는 액션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각인시킨다. 특히 폭주하는 지하철 안에서 배트맨과 벌이는 치열한 접전은 <배트맨 비긴즈>의 백미다. 
존 맥클레인 vs 브라이언 밀스 
그는 <테이큰2>에 출연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굳혔다. 지난 2012년 <테이큰 2> 홍보 차 한국을 찾은 그는 내한 기자회견을 통해 이 영화가 “나를 액션 배우로 재정의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의 스타일은 2014년 <논스톱>, <툼스톤>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정교하게 다듬어져 나갔다. 먼저 <툼스톤>은 오로지 그만을 위한 영화다. 제작진이 아예 그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툼스톤>이 그리는 뉴욕의 세기말 풍경은 그의 음울한 외모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한편 <논스톱>은 여러모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1988년작 <다이하드>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테이큰>에서 브라언스 밀스 역의 배우 리암 니슨 ⓒ스틸컷

<논스톱>의 주인공 빌 맥스는 미 항공수사관이다. 그는 대서양 상공에서 테러범의 표적이 돼 보이지 않는 범인과 맞대결을 펼친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당국으로부터 테러용의자로 지목된다. 고립무원의 지경에서 테러리스트로 몰린 채 고독하게 싸운다는 설정은 역시 고립무원의 초고층 빌딩에서 테러 용의자로 몰린 채 진짜 테러범과 싸우는 <다이하드>의 존 맥클레인 형사를 떠올리게 한다. 더구나 빌 맥스와 존 맥클레인의 처지도 비슷하다. 존 맥클레인은 이혼 위기에 몰려 있다. 아내는 자신의 성이 아닌, 처녀 시절의 성을 쓴다. 빌 맥스는 딸을 잃고 한동안 방황했고, 이로 인해 아내와 이별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존 맥클레인 역의 브루스 윌리스의 연기가 다소 과장이 섞였다면, 빌 맥스로 분한 리엄 니슨은 예의 <테이큰>에서와 같은 간결한 몸동작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실 1990년대 이후 액션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를 꼽으라면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한 존 맥클레인과 리암 니슨이 분한 브라이언 밀스다. 존 맥클레인이 깐죽거리면서 테러범의 꼭지를 돌게 만들었다면 브라이언 밀스는 아내와 이혼한 아픔을 이기기 위해 딸에게 혼신의 애정을 쏟는다. 연기의 완성도 면에선 리암 니슨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영화 <테이큰3>의 한 장면 ⓒ스틸컷

브루스 윌리스는 총 다섯 편의 <다이 하드> 시리즈를 찍었다. 그러나 그는 1편의 한스 그루버 이후 이렇다 할 라이벌을 만나지 못하고 혼자만 고군분투했다. 이에 비해 리암 니슨은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그래서 혈당이 부족해 딸 앞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임에도 전처와 딸 만큼은 온 몸을 던져 지켜낸다. 
새해 첫날 선 보인 <테이큰3>는 그의 액션연기의 완결판이다. 브라이언은 이 영화에서 아내를 잃는다. 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아내 살해 용의자로 몰려 경찰에 쫓긴다. 그가 상대해야 하는 적은 또 있다. 러시아 마피아들이다. 그럼에도 브라이언은 혼신의 힘을 다해 이 모든 난관을 넘어서고, 유일한 혈육인 킴을 지켜낸다. 
<테이큰3>을 보면서 브라이언의 눈가 주름이 더욱 깊어졌음을 보게 된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액션연기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쉽기 그지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깊어만 가는 눈가 주름은 잘 자란 아름드리나무의 나이테 같아 은은한 멋이 느껴진다. 
배우 리암 니슨이 <테이큰> 3부작을 통해 연기한 브라이언 밀스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등번호 23번처럼 오래도록 팬들의 뇌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오로지 완력만 앞세웠던 액션 연기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준 그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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