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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칼럼] 그리스도교 사유의 역사(4)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오늘의 주제: 중세 그리스도교 사유의 특징과 그 오늘의 의미

-수도원운동과 신비주의, 스콜라신학과 중세기 상징주의를 중심으로-
[1] 서론: 유럽문명사에서 중세기의 자리매김과 그 빛과 그림자

① 중세기 전체를 ‘암흑시대’라고 부르는 통상적 이해는 ‘제한적 영역과 특정시대’에 타당하지만 중세전체를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편파적 역사독법이다. 현대인의 전문지식보다 깊다.  
②   중세기는 인류가 추구하려는 ‘위대한 종합의 시대’였다. 이성과 계시, 철학과 종교, 관념론과 경험론, 거룩한 것과 세속적인 것, 불가시적인 것과 가시적인 것등,  총괄하여 말하면 그리스적 사유와 히브리적 사유를 통전(統全), 통합하려던 시대였다.
[2] 수도원운동과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신비주의
①유럽 그리스도교사에서 수도원운동의 효시는 에집트 광야의 은둔자 안토니우스(St.Antonius,250-355)로부터 시작된다. 5-6세기 성베네딕트(St. Benedict,480-547)가 이탈리야 몬테 카시노수도원에서 ‘수도회회칙’을 제정함으로 기본적 틀이 마련되었다. 10세기 클루니수도원 운동과 12세기 시토수도회운동을 거쳐, 13세기 탁발수도회의 쌍벽인 도미닉(St.Dominic,1170-1221) 수도회와 프란체스코(St.Francis,1182-1226) 수도회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종교개혁의 충격에 응답하여 스페인에서 일어난 익냐시오(1491-1556)의 예수회(제수잇트) 수도회는 근대이후에 더 빛을 발했다.
②  수도회의 공통적인 근본 성격은 청빈, 정결, 순명, 노동, 봉사 였다. 수도회는 성직자를 양성하는 전문기관이 아닌 글자그대로 평신도중심의 수도자 집단이다. 로마교황청(교황)의 행정적 지도하에 있으나, 수도회 자율성을 갖는다. 중세기에 수도회의 가장큰 발전원인은 3가지다. 첫째, 전쟁과 전염병과 사회양극화 현상이 심해가면서 ‘삶의 의미추구’와 ‘세속적 가치를 넘어서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려는 평민들의 갈망이다. 둘째, 교황권이 강화되고 교회가 제도화되면서 신앙이 ‘교권, 교리, 신학체계’에 갇히게 되자 좀더 순수한 신앙을 추구 하는 ‘인간 내면성의 불꽃운동’이다. 셋째, 수도원운동은 기본적으로 ‘부정신학’(否定神學, Negativa Theologia) 정신을 바탕에 깔고 있는 신비주의 운동이다. 신체험에 있어서 모든형태의 ‘매개’를 버리고 ‘하느님과 영혼의 직접적 만남’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③ 수도원 안에서 규칙적인 성무일과(聖務日課)는 학문연구, 농업과 축산 직조기술, 의료술, 경전연구, 외국선교사업 등을  촉진시켰으며 12-13세기엔 초기 대학교육의 효시를 이루게 되었다. 중세기 1,000년기간 동안 수도원운동은 메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청량수 영향을 끼쳤으나, 중세기 전반을 지배했던 자연/초자연의 이원론 사유체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인생삶의 가치를 타계(래세)에 둠으로서 정의롭지 못한 현실세계 질서 자체를  개혁하는 ‘예언자 정신’을 찾아볼 수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④ 중세신비사상의 절정에 마이스터 엑하르트(Meister Eckart,1260-1328)가 있다. 고려 보조국사 지눌(1158-1210) 사상과 비교연구 되고 있다( 길희성,<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사상> 참조). 엑카르트는 중세기 스콜라신학의 집대성자 토마스 아퀴나스(St. Thomas Aquinas, 1225-1274)와 쌍벽을 이루면서, 전자는 ‘否定神學’  후자는 ‘긍정신학’(肯定神學)을 대변한다. 엑카르트의 ‘부정신학’ 정신에서는 당시 스콜라신학자들이 빠지는 모순 곧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일체의 경건하고 선한 행위 안에서   뿌리깊은 인간의 이기심과 자기집착을 본다. 엑카르트는 철저한 초탈(超脫, Abgeschidenheit)과 초연(超然, Gelassenheit)을 통하여 영혼과 신의 근저(충만한 무, 이름없는 하느님, God beyond gods, 없이계신 하느님)에 이르고자 하였다. 엑카르트는  “우리 영혼 안에 새롭게 태어나는 하나님의 아들의 탄생”을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⑤ 엑카르트의 신비사상은 ‘사랑과 의지’를 강조하는 프란체스코 수도회 전통보다는 ‘지성’(intellectus)을 강조하는 도미닉수도회 출신의 학승이었다. 그는  하나(unum), 존재(esse), 지성(intellectus)의 순수개념을 중심으로한 신관을 피력한다. 엑카르트는 인간이 사유할수 있는 모든 이름, 이미지로서 상(像, 이성적 개념과 사물들의 속성을 초월하는 ‘신성의 무’( das Nichts der Gottheit)를 강조하였고, 신비적 합일을 강조하는 ‘스콜라철학적 신비가’ 였다. 신비주의 전통엔 ‘일치의 신비주의’(unity mysticism)과 ‘연합의 신비주의(union mysticism) 두 흐름이 있다.  엑카르트 신비사상에는  두 요소가 모두 있어서 항상 이단파문의 혐의에 시달려야 했다.
[3] 토마스 아퀴나스의 스콜라신학과 중세기 상징주의에 대하여
① 토마스 아퀴나스(St. Thomas Aquinas,1225-1274)는 중세기 스콜라사상의 집대성자이다. 라틴어 스콜라(schola/ 수업,강의, 학교,학파,조합단체) 단어에서 유래한 스콜라사상(scholasticism)은 이성과 계시의 통합, 철학과 신학의  통합, 자연적 지식과 신앙적 체험을 통합하려는 시도였다. 양자의 동일시가 아니라 구별하면서 동시적 화해가능성을 강조한다. 리성의 자율(自律,autonomy)과 신적 계시의 타율(他律,heteronomy)이 상호 모순대립관계가 아니라 “계시는 이성을 억압하지 않고 자기초월을 경험하게 한다”는 명제로서 신율(神律,theonomy)를 말하려는 것이다. 보다 포괄적 명제로서 아퀴나슨 이렇게 말한다: “은총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완성한다”(gratia naturam non tollit sed perficit)
② 사물의 합리적 구조와 마음의 합리적 구조를 파악하는 리성의 능력과  존재의 의미와 깊이를 이해(理解)하는 능력은 동시에 존립가능하다고 본다. 전자를 ‘기술적 이성’(technical reason) 후자를 ‘존재론적 이성’(ontological reas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P.Tillich). 토마스 아퀴나스의 인식론은 플라톤전통에 선 어거스틴의 ‘직관과 영혼의 빛’에서 시작하지 않고 ‘사물경험과 외계질서’를  통해서 시작한다. 토마스는 그의 『신학대전』첫째부분에서 ‘우주론적 신존재증명’(cosmological arguments on God)을 진술한다. 신존재증명의 논증은 첫째, 운동에서 출발하여 <제1동자, 부동의 동자>를 요청한다. 둘째, 모든 사물의 인과관계를 관찰하고 <제1원인자로서 신>을 요청한다. 셋째, 세상 현실재들이 우연적인 것임을 성찰하고 존재의 우연성을 허무한 무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탱하는 <궁극적 필연성으로서 신>을 요청한다. 넷째, 세상 사물들 속에 완성도의 차이, 온전성의 차이를 인지하고 <완전하신 이로서 신>을 요청한다. 다섯째, 자연과 인간 속에 목적지향성이 있음을 관찰하고 <최후의 궁극적 목적인으로서의 신>을 요청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주론적 논증은 최상의 경우라 할지라도 개연성이고 불완전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이러한 ‘자연신학’을 완전하게 하기 위한 ‘계시신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③ 중세 스콜라사상은  플라톤철학의 영향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철학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왜, 어떤 의미에서 그러한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경험을 강조하는 입장, 무엇보다도 형상/질료의 형이상학, 그리고 이데아는 존재하지만 구체적 현상의 실재안에, 그것을 통하여 존재한다고 보는 실재관의 영향이었다. 우주만물은 그 존재하는 것 자체 속에 ‘영원한 이데아적 요소’를 담지한다는 사상이다. 이러한 실재관은 중세기 그리스도교를 ‘범상징주의’(pan-sacramentalism)문화로서 육성하는 기틀이 된다. 상징은 단순기호가 아니다. 
④ 중세상징주의는 “유한한 것은 무한한 것을 담지할 수 있다”(finitum capax infinitum)는 명제를 기초로 한다. 성례전, 고딕건축물, 프란체스코의 자연신비주의, 인간론 등의 기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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