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교회 게시판 운용 개선 공지사항 ⓒ홈페이지 갈무리 |
삼일교회가 게시판 운영을 놓고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교회 측이 지난 1월21일(수) 게시판 운용 개선을 공지하면서부터다.
운용 개선 공지를 살펴보면 광고, 도배글, 저작권 위반 등의 게시물에 대해 게시물 삭제 및 접속 제한을 하겠다고 적혀 있다. 이 점은 별반 문제가 없다.
그러나 ▲ 의도적으로 분란을 유도하거나 ▲ 교회의 보편적인 가치나 정서에 맞지 않는 내용을 올려 분쟁을 유도하거나 ▲ 작성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 ▲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성 글 또는 허위 글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해 논란의 단초를 던졌다.
성도들은 교회 게시판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성도들은 교회 측이 성도들을 관리대상을 보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몇몇 성도들은 과거 교회 측이 전 목사의 성추행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행태를 지적하며 이번 조치에 항의했다. 한 성도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회게시판을 거의 비공개로 바꾼다고 한다. 전임목사의 성범죄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던 전력이 있는 교회다. 그래서 아직도 사건의 내용을 잘 모르는 교인들이 많다. 그런데 다시 교인들의 온라인 활동을 관리하려 한다. 신종 갑질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교회 정 모 집사도 교회 게시판에 “전임목사 사건이 몇몇 교회 중직자와 일부 관계자에 의해 통제되고 일반 성도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련의 많은 일들은 결국 서로간의 불신을 낳고, 그 아픔은 뼈저리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저 역시 교회 내 중직자, 일부 집사님들과 얼굴을 붉히는 사이로 남아 있고, 어떤 분은 제 인사조차 받지를 않는다”면서 “만약 그 당시에 특정인이 사건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교인들에게 알리고, ‘우리 교회가 이렇게 힘들고 아픈 사건을 목도하고 있다. 눈물로 기도하자’ 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지금도 제 가슴 한 자리에 묵직이 남아 있다. 이런 아픔이 아직 채 가시기도 전에 투명함을 추구해야 하는 교회 공동체의 의견을 수직적 상하구조로 변경하는 게시판 개선 공지는 정말 경악할 만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성도들은 교회 측의 이번 조치가 몇몇 사무처 직원들의 관료적인 행태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성도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해 말부터 전임 목사의 재판을 두고 게시판에 논란이 일었다. 한 마디로 외부로 논란이 불거지는 게 싫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삼일교회는 전병욱 전 담임목사의 성추행 사건 이후 투명성과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실천해왔다. 특히 지난 해 3월 담임목사인 송태근 목사가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와 축구경기를 가진 일에 대해 성도들은 SNS 등 온라인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송 목사는 이에 “신중하지 못했다”며 사과하기도 했었다. 따라서 성도들은 교회 측의 게시판 운영 개선 조치에 대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이디 ‘양**’인 한 성도는 “타교회와 달리 게시판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점에 삼일교회가 자랑스러웠는데 이번 일에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댓글을 남겼다.
교회 측은 아직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교회 측은 “담당인 모 간사가 어제 오늘 개인적인 일로 인해 자리를 비웠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