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철거 최후통첩을 전하기 위해 1월27일(화)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정함철 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세상 사람들이 기독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지난 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기독교의 신뢰는 급전직하했다. 이 같은 상황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기독교인들의 행태에서 비롯됐다. 이른바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함철 씨도 세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기독교인 가운데 한 명이다.
정 씨는 1월27일(화) 오후 세월호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을 찾았다가 경찰의 제지에 막혔다. 서북청년단은 지난 12일(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광장을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오는 1월31일 자정을 기해 강제로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정 씨는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자 광화문광장을 찾았던 것이다.
정 씨는 거침없이 외쳤다. 먼저 광화문광장을 바라보며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이곳 광화문광장에서 보여지는 무질서”라면서 “왜 질서를 지키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서북청년단의 최후통첩성 입장은 “불법을 공권력이 방조하고 있으니 시민이 나서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정 씨는 이 단체 대변인 외에 기독교 시민단체인 기독시민연대(CCN) 사무총장도 맡고 있다. 이와 관련, 기자가 “당신의 행동이 하나님의 뜻에 맞는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지자 정 씨는 “그럼 내가 사탄의 지시로 이곳에 온 것으로 아는가?”라고 되받아쳤다. 재차 “제주 4·3 항쟁에서 잔혹행위를 자행한 서북청년단을 되살리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가?”라고 묻자 “기자의 역사관이 잘못됐다. 서북청년단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고 답했다.
▲광화문 광장 철거 최후통첩을 전하기 위해 1월27일(화)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정함철 씨가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정 씨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통합진보당, 언론노조 등 진보성향의 단체에 적대감이 강해 보인다. 정 씨는 지난 14일(수)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잊지 말자! 종북 통진당이 해산되었다고, 종북 매국노들이 이 땅에서 사라진 것은 아님을. 망국의 근원! 전공노, 전교조, 언론노조 등을 국민이 해산시키지 못한다면 이 나라의 밝은 미래는 없다”고 적었다. 이로 인해 정 씨는 지난 해 4월 전교조 강원지부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런 정 씨에게 세월호 참사는 국론을 분열시키는 거짓 선동일 뿐이다. 정 씨는 “예전에 광우병선동세력이 세월호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하고 있다”라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론분열의 중심에 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경찰에 막혀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광화문광장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는 활동가들은 정 씨가 최종시한으로 제시한 31일에 불상사가 벌어질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이날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한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광화문광장을 지키는 이들은 정 씨에 대한 기사화를 만류했다. 정 씨가 여론의 이목을 끌기 위한 계산으로 이 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 씨는 확신에 가득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서북청년단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없다”는 정 씨의 주장은 한국 기독교, 특히 보수 기독교가 설파하는 복음이 과연 성서와 일치하는지를 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