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북리뷰] 새 저서 『영적 분별』, 한국교회의 영적 분별에 대한 10가지 기준 제시

김영한·기독교학술원장

▲『영적 분별』 (킹덤북스, 2014)
머리말

21세기는 성령의 시대인 동시에 치열한 영적 전쟁의 시대이다. 매일 우리는 21세기 과학과 철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적 현상들을 오늘 우리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삶에서 체험하고 있다. 부정적인 영적 현상으로는, 이단과 사이비 종교들의 활동 및 전국적 사령(死靈)카페 운영, 각종 중독 (특히 음란, 도박, 알콜, 마약, 폭력 등), 이혼, 자살, 극악한 패륜과 지능적 범죄의 증가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그래서 평화를 말하지만 평화가 없고, 사랑을 말하지만 미움이 도사리고 있으며, 믿음을 말하지만 불신이 더 커지고, 정직을 말하지만 거짓이 난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의 이성과 도덕과 법과 양심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전도된 인간관계와 왜곡된 사회현상을 경험하면서 오늘 우리는 영적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2천 년 전에 사도요한은 초대교회를 향하여 “영들을 분별하라”고 교훈하였다: “사랑하는 자들아 영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분별하라. 많은 거짓 선지자가 세상에 나왔음이라”(요일 4:1). 이 말씀은 비단 초기 기독교 시대의 상황만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인과 가정과 교회와 사회의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어느 일간지 신문보도에 의하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자칭 하느님이라는 사람이 20명, 자칭 재림 예수라는 사람이 40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러한 각종 이단의 득세와 사이비 종파들의 발호는 우리 교회와 사회의 영적 건강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서 한국교회의 영적 혼미를 성경적으로 타개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이번에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본 『영적 분별』”이란 저서를 출판하기에 이른 것이다. 
1. 은사중지론의 입장
최근에 필자는 교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적 운동과 연관하여 많은 질문을 받았다. 성령의 역사에 동반하는 은사와 기사(奇事)이적(異蹟)들이 지금도 있는 것인가? 있다면 거기에 나타나는 현상이 성령의 역사의 외적 증거인지, 아니면 신비주의에 빠진 것인지? 이런 질문은 교회 역사에서 위대한 지도자들에게도 늘 제기되어 왔었다. 이에 대하여 교회사적으로 두 가지 상반된 신학적 해답이 주어져 왔다. 은사와 기사이적은 사도시대와 더불어 지나갔다는 은사중지론(cessationism)과 은사와 기사이적은 오늘날에도 지속된다는 은사지속론(continualism)이다. 
한편, 일부 신학자들, 예를 들어, 18세기 영국의 유명한 정통신학자인 버틀러 감독(Bishop Butler)과 깁슨 감독(Bishop Gibson), 근대에 와서 미국 구프린스턴학파의 워필드(B. B. Warfield), 그리고 오늘날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리차드 개핀(Richard Gaffin) 등은 은사와 기사이적은 사도시대에서 끝났고 지금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은사중지설을 천명하였다. 워필드는 기적적인 은사(gifts)들의 목적은 하나님의 계시와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증언하고 확인시키는데 있었는데 그 목적이 다 성취되었으므로 지금은 그런 은사와 기사이적이 필요치 않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18세기 웨슬리(John Wesley) 시대에 영국의 유명한 신학자인 버틀러 감독은 성령의 기적적인(비정상적인) 은사나 초자연적 역사(役事)는 사도 시대와 초대교회에만 속한 것이고 따라서 말세(오늘날)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행하는 것은 헛된 일이며, 그것은 열광주의자들의 교리라고 주장하며 웨슬리를 비판했다.   
2. 은사지속론의 입장
그러나 우리는 놀라운 부흥운동이 있는 곳에서는 계속하여 지금도 은사와 기사이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본다. 18세기 영국에서의 웨슬리 전도운동에서는 놀라운 은사와 기사이적이 동반했다. 미국에서의 뉴잉글랜드 지방의 각성 운동에서 칼빈주의자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 19세기 미국 회중주의 전도자 찰스 피니(Charles Finney), 무디(D. L. Moody)의 부훙 운동, 그리고 1875년 영국 호수지방에서 시작된 케직 사경회(The Keswick Convention)도 성령의 거룩한 임재와 성결과 봉사를 강조하고 있으며 14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9세기 미국의 성결-오순절 운동에서는 놀라운 은사와 기사이적이 그들의 전도사역에 동반했다. 20세기의 영국 웨일스의 칼빈주의  감리교 설교가 로이드 존스(Martin Lloyd-Jones)도 성령의 기름부으심을 강조하고 있다. 1903년 원산 부흥운동과 그 파급으로 절정에 이른 1907년 평양 장대현교회 중심의 대각성운동은 회개를 통한 영적 각성운동으로 성령의 부으심이 있었고 1970년대 초교파적으로 일어난 민족복음화운동에서도 성령의 부으심이 있었다.   
이리하여 오늘날 복음주의 신학자들은 은사지속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각성은 세계복음화를 위한 로잔운동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20세기 로잔 언약(The Laussanne Covenant)은 그리스도의 온전한 복음(The Whole Gospel)의 선포에는 기사이적이 동반함을 믿는다. 우리는 웨슬리의 말대로 지금도 복음이 권능으로 전파되며, 사람들이 하나님께 가까이 살고 있다면 성령은 비정상적이며 극적인 은사 곧 카리스마타(charismata)를 나타낸다고 믿는다.  
필자는 은사지속론을 지지하나 오늘날 은사는 사도시대와 동일시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오늘날 주어지는 은사나 일어나는 이적과 기사는 사도시대의 그것과 동일시될 수 없기 때문에 사도적 계시(the Apostolic revelation)와 동일시될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열광주의적이고 비성경적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와그너를 중심으로 전개된 신사도운동(the new Apostolic movement)을 비판적으로 보며, 건전한 성경적 은사 현상은 신사도적 은사운동과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필자는 오늘날 토론토 블레싱 운동(the Toronto Blessing movement)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무차별적으로 쓰러지고 회개의 역사 없이 영적 환상이나 황홀경 체험에 치중하는데 대하여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3. 개혁신학적 영적 분별 지침 10가지 
필자가 이번에 출판한 『영적 분별』은 현재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영적 현상에 대한 연구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필자는 ‘성령과 사탄에 의한 영적 현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주목하면서, 그 부제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특히 여러 혼란스러운 영적 현상에 대해서 성경신학적, 역사신학적, 종교현상학적, 그리고 영성신학적인 고찰을 하고, 그 결과 올바른 영분별을 위해 ‘사도신경’의 신앙고백을 중심으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진리의 영적 현상을 감지할 수 있는 기준은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즉 ①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하는 영, ②예수 그리스도를 시인하는 영, ③삼위일체 하나님을 고백하는 영, ④공교회를 인정하는 영, 그리고 ⑤사도신경의 내용을 고백하는 영이다. 이 5가지 기준은 어느 하나도 생략할 수 없다. 이 5가지 기준은 또한 ⑥일상생활에서 성결, ⑦인격적 믿음, ⑧인격적인 삶, ⑨이웃을 위한 헌신, 그리고 ⑩선행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어떤 기적이나, 신비현상, 직통계시, 입신, 방언, 예언기도, 축사(귀신축출), 신유(병고침) 그리고 지도자(교주)의 카리스마나 열광적 종교행사가 결코 진리의 영적 현상을 담보하는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이다(마 7:22-23 참조). 필자는 구프린스턴신학의 ‘은사중지설’을 따르지 않고, 종교개혁이후 복음주의 개혁신학의 전통에 따라 ‘은사지속설’을 지지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신령주의’와 ‘합리주의’의 양 극단을 지양하여 성경적이며 신학적으로 바른 영분별의 입장을 추구하고 있다.              
맺음말              
오늘날 한국교회는 선교역사상 짧은 시기인 140여년 만에 선교사에 유래가 없는 양적 발전을 하는 가운데서 각종 영적 혼미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가지 매우 조심스러워해야 할 것은 공교회가 이단을 규정하는데 보다 신학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교단의 신앙과 신학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고 하여  이단 내지 사이비로 규정하는 것이 적지 않아 너무 많은 개인이나 단체가 이단 내지 사이비로 규정받아 교인들 사이에는 헷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교단에서 이단으로 간주받는 개인이나 단체가 다른 교단에서는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단과 사이비에 대한 기준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해서야 공교회의 교리적 영적 정체성을 보존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는가? 이에 필자의 저서는 이에 대하여 좁게는 5가지, 넓게는 10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필자는 크게 이룬 일 없이 어느덧 벌써 7순(旬)에 다가섰다. 필자는 나이만 들었지 항상 신앙적으로 신학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건강이 허락되는 한, 경건과 기도 속에서 더 연구하고 배우기를 바란다. 더 좋은 진리의 제안에 대하여 항상 겸허하게 열려 있다.  
2015년  2월 1일 우면산 기슭 연구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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