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는 검증이다. 고위 공직에 임명된 인사가 언론의 검증으로 인해 낙마하는 사례는 흔하다. 그러나 이 같은 검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최근 이른바 ‘소금물 관장 치료’를 시행해 오던 조은산, 강순남 목사 부부가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1984년 ‘무쇠팔’로 불리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코리안 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故 최동원 씨도 이들에게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YTN은 2월5일(목) 최 씨가 숨지기 9달 전 목사 부부 캠프에 와 9박10일 동안 소금물 관장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뉴시스>는 “조 목사 부부는 환자들에게 소금물과 간장 외에는 다른 음식이나 처방받은 약 등을 먹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조 목사 부부는 <국민일보>, <크리스찬 투데이> 등 교계 언론에 ‘생명밥상 운동’을 펼치는 목사 부부로 소개됐다. 이들 부부는 실제 ‘올바른밥상운동본부’와 ‘큰사랑 새생명공동체’(대표 : 조은산목사), ‘사람을 살리는 장독대’(원장 : 강순남)를 운영하며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국민일보>는 2010년 3월15일자 기사를 통해 “이들(조은산-강순남 부부)은 밥상만 고치면 하나님이 우리 몸에 주신 자연치유력을 회복할 수 있으며, 천일염과 채소를 섭취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부의 바람은 한국교회가 바른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고 적었다. <크리스찬 투데이>는 더욱 노골적이다. 이 신문은 2011년 8월6일자 기사에서 “이들의 똥에 대한 철학은 꽤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이어 강순남 씨가 대표원장으로 있는 큰사랑생명공동체의 자연치유수련원에 대해 “각종 암, 만성질환, 성인병을 자연식 치유밥상으로 치유하는 동시에 영혼의 치유자인 주님을 대면하도록 목회하는” 곳으로 소개하는 한편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온 만물이 싸놓은 똥덩어리가 바로 ‘지구덩어리’”라며 “내가 싼 똥이 반드시 3년 안에 내 입으로 들어와야 땅이 병들지 않는다”는 강 씨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했다.
▲‘소금물 관장’ 치료법으로 논란을 낳고 있는 조은산, 강순남 목사 부부의 실체를 폭로한 YTN 보도 영상 ⓒYTN 영상 갈무리 |
교계 언론, 목회자 지나치게 미화?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교계 신문인 <크리스찬 월드모니터>지는 2011년 7월8일자 기사에서 조 목사의 신간 『만병똥치』 출간 소식을 자세히 다뤘다. 이 신문은 조 목사의 신간을 ‘건강 바이블’로 치켜세우는 한편 조 목사를 “다섯 번의 죽을 고비와 췌장암의 고통을 겪어내고 목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 부부가 대표로 있는 ‘올바른밥상운동본부’와 ‘큰사랑새생명공동체’, ‘사람을 살리는 장독대’ 등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피조물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앞장, 건강한 사회발전과 교회발전에 기여해 왔다”고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교계 언론들이 이들을 지나치게 미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이디 ‘Sung** ****’인 페이스북 유저는 “불법의료 목사에 조사해 보니 교회 언론들이 엄청 띠웠다”고 비판했다. 교계 언론들이 사회 봉사활동을 벌이는 목회자를 미화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강원도에서 장애인 시설 ‘실로암 연못의 집’을 운영하며 일명 ‘거지 목사’로 알려진 한승주 목사는 복지시설 후원금을 유흥비로 탕진하고, 수용 장애인에 대해 상습적인 인권침해를 가해 온 사실이 SBS의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드러났다. 한 목사는 비리가 드러나기 전, 몇몇 교계언론은 물론 공중파 TV프로그램에서 같은 처지의 장애인을 돕는 선행가로 포장됐다. 이후 한 목사는 유기치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지난 1월30일(금) 춘천지법 제2형사부는 징역 8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조 목사 부부의 불법의료 행각은 다시 한 번 기독교계 언론들이 목회자를 지나치게 포장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