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국 전쟁설’을 주장한 홍혜선 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SBS 시사 고발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싶다>는 2월7일(토) 오후 11시 ‘노아의 방주를 탄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홍 씨의 주장을 자세히 다뤘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카이스트 사회학과 이원재 교수는 “(사람들이) 언론을 안 믿고 정치권을 안 믿다 보니까, 정말 아닌 것 같은 것에서도 ‘그럴지도 모른다’라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홍혜선이라는 씨앗이 딱 뿌려졌을 때, 순식간에 꽃피도록 준비된 사회였다”고 지적했다.
재미교포인 홍 씨는 지난 해 9월부터 유투브에 12월 한국 전쟁설을 주장하는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홍 씨는 동영상에서 “북한군이 땅굴을 통해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북한군은 어린이들을 납치해 인육으로 잡아먹고 여성들을 제2의 정신대로 만들 것이다”, “주님께서 저에게 발표하라고 하신 전쟁날짜는 2014년 12월 14일 새벽 4시 30분이다” 등의 주장을 퍼뜨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홍 씨는 서울, 인천, 울산, 수원, 임실, 익산 등 전국 각지를 돌며 간증집회를 여는가 하면, 한국 국민들의 안보 불감증을 질타하는 1인 시위도 벌였다.
홍 씨의 주장은 일부 기독교인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급기야 홍 씨의 주장을 믿고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피난 간 사람들도 생겨났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들은 “캄보디아로 떠난 A교회 목사와 신도 약 30명, 미국으로 피난 간 B교회 목사와 신도 약 50명, 그리고 태국으로 간 40여명의 피난민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 씨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홍 씨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그건 각자가 알아서 해야한다. 주님하고 소통하면서 제가 다 처음부터 끝까지 해줄순 없는거다. 그 가족 문제는 그 가정이 알아서 해야 한다. 어떻게 똥 기저귀까지 갈아주나. 자기들끼리 소통을 해서 해야지. 왜 남의 가정사를 내가 신경을 써야 하나. 자기가 원해서 피난 간 것이고 자신들이 불안해서 간 것”이라고 했다. 홍 씨는 앞서 자신이 예언한 12월14일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자 “전쟁은 2014년 12월14일 새벽 4시30분에 시작했다. 전쟁이 시작했는데도 언론이 조용한 이유는 정부와 언론이 모두 종북세력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12월 전쟁설’ 주장한 홍혜선 씨는 지난 해 11월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질타하는 1인 시위도 벌였다. ⓒ출처=홍혜선 씨 페이스북 |
방송이 나가자 SBS 시청자 게시판은 홍 씨를 비난하는 게시물로 폭주했다. 아이디 ‘kk****’인 시청자는 “한국전쟁이라는 아픈 사건을 가지고 반 백년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 간접적, 혹은 교육으로나마 뇌리 속에 얕게 자리 잡고 있던 전쟁공포를 이용해서 순진무구한 사람들을 꾀어 돈을 걷고, 나라안보 전체를 뒤흔드는 사람은 정말 인터폴과 각국의 경찰이 협조해서 잡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고, ‘kmj****’는 “이건 사기다. 누가봐도 사기이고, 주님을 팔아서 본인의 이득을 챙겼다. 구속, 형사처벌이 시급하다고 본다”는 소감을 남겼다. 또 홍 씨의 감언이설에 현혹되 피난간 이들을 성토하는 게시물도 눈에 띠었다. 아이디 ‘k_****는 “어떤 식이든 (홍 씨를) 신병인수해서 국내에서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만 살겠다고 피난 간 사람들 역시 영구입국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기자는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홍 씨의 간증집회 영상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왜 집회를 열었는지 묻고자 했다. 거의 모든 교회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전북 임실의 J 교회 담임목사와 통화할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교회 A 목사는 “우리 교회가 집회장소로 올라온데 마음이 아프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A 목사는 “원래 우리 교회에서 홍 씨를 부르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타 교회 집사가 홍 씨의 소문을 듣고 집회를 가지려 했고, 우리 교회는 장소만 빌려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홍 씨의 집회에 참석해 보았는데, 들어보자마자 불편했다. 어제 방송을 보고 우리 교회로 전화가 빗발쳤고, 그래서 더욱 불편하다. 홍 씨를 데리고 온 집사도 힘들어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홍 씨에게 미혹된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는 심경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