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이적 목사 “이완구 내정자, 삼청교육대 피해자에 사죄해야”

농성단, 이 후보자에 대한 자진사퇴 촉구

▲이적 목사가 기자간담회 중 발언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자질시비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검경의 교회침탈에 항의해 무기한 농성 중인 <민주주의 수호와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피해자 농성단>(이하 농성단, 단장 이적 민통선 평화교회 담임목사)은 2월9일(월)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 후보자의 과거 삼청교육대 관련 전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농성단 단장인 이적 목사는 삼청교육대에서 3년을 복역한 최장기수 가운데 한 명으로 지난 1988년 5공 청문회 당시 삼청교육대의 실상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삼청교육대 피해자로서 침묵으로 대응하고자 했지만 이 후보자의 행동이 국무총리 후보자로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자 간담회를 자청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목사는 “이 후보자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내무분과에서 과장으로 일했다. 내무분과는 입소자를 ABCD 등급으로 분류했던 곳으로 당시 과장은 장관보다 힘이 셌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이어 “내무분과위에서 B급으로 분류된 입소자들은 근로봉사대로 보내졌다. 이곳 입소자들 대부분은 지식인이나 정권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서 “폭력배들은 4주 순화교육만 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근로봉사대 입소자들은 단순 순화교육뿐만 아니라 군 사격장 구축, 벙커 손질, 도로 공사 등 강제노역으로 하루 생활을 마감해야 했다. 죽음과 노역을 뗄래야 뗄 수 없었던 곳이 바로 근로봉사대”라고 폭로했다. 
▲이적 목사 기자간담회가 9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의 한 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이 목사의 폭로는 이어졌다. 이 목사는 “함께 내무반에서 생활했던 임근실이란 동료는 허기를 참지 못하고 취사장에서 밥 한 주먹을 훔쳤다가 군화발과 주먹으로 심하게 얻어맞았다. 그는 ‘감옥에서 10년을 살겠어도 이곳에선 하루도 못 살겠다’는 말을 했고 이로 인해 고문실로 끌려가 물고문을 당해 끝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이어 “강원도 홍천 11사단에서는 입소자들이 생존을 위해 삼청교육대 지도부에 저항했다. 이 같은 사건들은 5공 특위 청문회에서 직접 확인했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근로봉사대 출신 대부분이 불구가 됐거나 정신병자로 살아간다.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 없다”면서 “따라서 말단직에 불과했다는 이 후보자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가 총리에 임명되면 공안몰이 국무총리가 될 것이다. 이 후보자는 입소자들을 생사의 기로에 내몬 장본인이다. 그가 총리임명을 원한다면 삼청교육대에서 강제노역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삼청교육대 관련 전력에 대한 솔직한 입장과 반성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농성단은 이 후보자에 대한 거취 문제를 의제로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농성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완구 총리내정자는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투기의혹, 황제특강, 논문표절, 세금포탈, 대출압력, 수의계약 등 검은 의혹들과 구린내 나는 행적들이 밝혀지고 있다. 또한 최근 언론통제라는 부적절한 행동까지 드러난 만큼 모든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라면서 현 정부를 향해 “총리내정을 철회하고 이 내정자는 스스로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오는 10일(화)과 11일(수) 양일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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