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순 교수 ⓒ베리타스 DB |
그는 배우들과 인터뷰를 하면서도 그들이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연기"가 아니라, 무수한 층들을 지닌 한 "인간"으로 드러나게 하는 "질문"들을 한다. 그가 질문을 던지는 방식도 수십년 이러한 방송을 한 방송인으로서의 틀에 박힌 매너나 어떤 상투적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반복적 질문이 아니라, 자신의 앞에 있는 그 고유한 사람의 고유한 목소리를 존중하고 들여다보는 자세로 질문을 생각하고 던진다. 한 사람이 지닌 수 천의 신비한 층들에 대한 호기심과 독특한 저마다의 개성을 존중하는 듯한 시선과 자세로 그는 상대방의 눈빛속으로 질문들을 진지하게 던진다. 이 점이 챨리 로즈가 지닌 매우 독특하고 귀한 개성이라고 나는 본다.
2월 19일 <챨리 로즈 쇼>는 오스카 상에 후보로 지명받은 15개의 영화들과 관련된 사람들 (감독, 배우등)과 짧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방영되었다. 챨리 로즈의 질문들을 통해서 그 배우들/감독들은 "직업인"만으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철학과 고민이 있고 또한, 아픔과 상실의 경험이 있는 한 "인간"임을 드러낸다. 그 배우들은 다양한 방송매체들을 통해서 이런 저런 인터뷰들을 할 텐데, 아마 챨리 로즈가 던지는 질문방식과 질문 내용들을 만나는 경우들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기초에 첫 시간이면 학생들은 "자기소개"하는 시간이 있다.
물론 이렇게 강의실에서의 자기소개란 늘 일정한 틀속에서 진행되곤 한다. 자신의 이름, 현재 공부하고 있는 과정, 이 학교에서 공부한 시간, 현재 하고 있는 일--정도로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틀에 밖힌 자기소개로 내가 정작 그 학생에 대하여 알 길은 없다. 그래서 종종 쓰는 자기소개 방식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음의 방식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다.
"내가 현재 씨름하고 있는 물음이 무엇인가?"
한 인간으로서의 "나"를 소개 한다는 것은 단순한 듯 하지만, 사실상 참으로 복잡한 일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 씨름하고 있는 물음들, 타자에게 건네는 질문들을 통해서 나는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세계의 내음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씨름하고 있는 물음들, 자신이나 이 세계에 던지는 질문들이 그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새로운 변화는 "답"을 가져오는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물음"을 묻는이들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배운다는 것은 "해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좋은 물음 묻기"를 배우는 것이라는 것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늘 강조하는 것이다.
나는/우리는 지금 어떠한 물음과 대면하고, 씨름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