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장스케치] 광화문 광장의 대조적인 풍경

운동본부 기자회견과 앳된 학생들의 피켓시위

▲25일(수)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엔 ‘구국을 위한 행동하는 양심실천 운동본부’가 광화문 광장 건너편 교보생명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세월호 거짓선동 중단,” “종북세력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진=지유석 기자 
▲25일(수)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엔 ‘구국을 위한 행동하는 양심실천 운동본부’가 광화문 광장 건너편 교보생명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세월호 거짓선동 중단,” “종북세력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시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지유석 기자

2월25일(수)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엔 사뭇 대조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먼저 시민단체인 ‘구국을 위한 행동하는 양심실천 운동본부’(대표 정함철, 이하 운동본부)가 광화문 광장 건너편 교보생명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래 기자회견은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회견 진행을 막았고, 이에 건너편으로 쫓겨나다시피 자리를 옮긴 것이다. 
운동본부 대표이자 기독교 시민단체인 기독시민연대 사무총장인 정함철 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 진상규명은 온 국민의 염원이다. 이를 방해하는 세력은 다름 아닌 광화문 광장을 무단 점거하고 있는 선동세력”이라면서 “세월호 거짓선동가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즉각 물러나라”고 외쳤다. 정 씨는 이어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서도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세월호 일부 유가족은 더 이상 국론분열의 중심에 서지 말고 속히 내려와라”고 소리쳤다. 정 씨의 생각은 확고했다. 정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광화문 광장을 점거하고 있는 세력들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시위선동세력이다. 이들이 진상규명을 막고 있는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운동본부는 세월호 천막농성장 바로 맞은편에 “광화문 광장을 국민 품으로,” “세월호 거짓선동가들은 더 이상 희생자들의 넋을 욕되게 말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행인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였다. 60, 70대로 보이는 노년층 몇몇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 대부분은 이들의 구호를 외면한 채 현장을 지나쳤다. 한 시민은 기자회견 중인 정 씨를 향해 “시끄럽다”고 외치기도 했다. 
▲25일(수)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천막 농성장을 찾은 울진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시민들을 향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25일(수)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천막 농성장을 찾은 울진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이 학생들은 시민들을 향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사진 왼쪽부터 임수호 군, 장현지 양, 주예슬 양, 이지혜 양, 최민하 양. ⓒ사진=지유석 기자

비슷한 시각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천막 농성장엔 5명의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이 학생들은 광장을 지나는 행인들에게 “1분만 시간 내서 서명 해주세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서명입니다. 꼭 서명해 주고 가세요”라며 서명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 학생들은 경북 울진에 위치한 울진고등학교 2학년 진급을 앞둔 학생들로 ‘행동’하기 위해 광화문 천막농성장을 찾았다고 했다. 
취재에 응한 장현지 양은 “그동안 소그룹 활동을 통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낸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을 읽고 토론했다. 그러다가 우리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야겠다고 마음먹고 천막 농성장을 찾았다”고 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반대는 없었나?”는 질문에 이 학생들은 하나 같이 “모두 부모님 허락을 얻어 이곳에 왔다. 몇몇 선생님들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서울행 여비는 설날에 어른들로부터 받은 세뱃돈으로 해결했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천막 농성장을 지키는 활동가들은 이 학생들을 대견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농성장 앞을 지나던 시민들 가운데 상당수도 이 학생들을 칭찬하고 격려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과 극의 풍경이 펼쳐졌다. 한 편은 앳된 학생들이, 맞은편은 어른들이 주인공이었다. 특히 어른 한 명은 기독교인이었다. 한 편에서는 온기가 느껴졌지만 다른 편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어른들의 기자회견 장엔 취재진마저 찾지 않아 한산한 기운은 더했다. “그 때에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천지의 주재이신 아버지여 이것을 지혜롭고 슬기 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타내심을 감사하나이다”는 마태복음 11장25절 말씀이 떠오르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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