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 상황의 악화로 지난 1995년∼98년 300만 명이 아사한 것으로 알려진 ‘고난의 행군’의 악몽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공개된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의 식량 수급에 대한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양 인근을 제외한 북한 주민 60%는 하루 두 끼 이하의 식사를 못하고, 주민 1인당 하루 배급량이 밥 두 공기 분량도 안 되는 등 북한 식량 상황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구 중 88% 이상이 “최근 음식 섭취를 줄였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올해 6월 9일∼30일 북한 함경남·북도, 량강도, 평안남도, 황해남.북도, 강원도, 평양 등의 53개군에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선 북한의 식량 사정이 지난 1995년∼98년에 있었던 대량 아사 이후 최악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소아 영양실조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함경북도, 강원도, 황해도 등지의 7세 미만 소아 보육 센터를 방문한 두 기관의 의료단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센터에 등록된 어린이 1천 930명 중 214명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북한의 식량난은 최근 몇년간 식량 수입량의 급격한 감소 그리고 각종 자연재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기관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2년간 중국이 식량 수출 쿼터제를 시행함에 따라 그 수입량이 2004∼2005년 회계연도 수준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또 매년 40만톤 이상의 식량을 지원하는 등 북한의 주요 식량 공급원이었던 한국 정부가 금강산 피격 사건 등을 비롯 여러 정치적인 이유로 식량 지원을 하지 않은 것도 北의 식량난에 일조했다.
한편 이같은 식량부족 현상은 곡물의 시장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평양 곡물시장의 쌀 가격을 예년에 비해 무려 3배 이상을 올려놨다. 이밖에도 빈민층이 섭취하는 옥수수는 4배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홍수 피해에 따른 수송 인프라의 손실과 연료 공급 부족, 상거래 제한 조치 강화 속에 북한 내부의 식량분배 시스템이 크게 손상된 것도 요인으로 지적됐다.
식량이 부족하니 자연히 배급량도 줄어 들었다. 이전에 1인당 하루 500g이던 배급량은 지난 4월 350g, 6월 150g으로 각각 줄었고, 어떤 지역은 하루 55g만 배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같이 북한의 식량난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별다른 지원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식량난에 정부가 발빠르게 대처하지 않자 이런 정부에 정치, 이념 논쟁을 넘어 ‘한민족’이란 입장으로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을 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종교인들의 모임이 생겨나기까지 했다.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의 대표들이 참여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북한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호소한 데 이어 오늘 19일 오후 2시엔 명동 성당 인근에서 한지민씨, 배종욱씨 등 연예인들과 더불어 정토회가 추진 중인 북한 동포 돕기 1백만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또 한국 국제기아ㆍ질병ㆍ문맹퇴치기구인 JTS(Join Together Society)는 이런 북한의 식량난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북한 동포 돕기 모금 운동을 벌여 지난 5월 21일부터 9월 16일까지 17억 여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정부의 늦장 대응으로 또 한번 북한 내 대량아사자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를 대신한 종교인들의 호소 및 북한 동포 돕기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정부 그리고 국민들에 얼마만큼의 호소력을 갖게될지 그리고 북한 식량 개선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