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에 대한 면직재판이 무산된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여론의 화살은 특히 전 목사 면직에 4년 넘게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예장합동 평양노회로 향했다. 이와 관련, 삼일교회에서 전 목사의 진실을 알려온 권대원 씨(『숨바꼭질』 공동편집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동안의 심경을 적었다.
권 씨는 “지독하게 더럽고 부패해서 이젠 어떻게 손써볼 수도 없는 이 나라 교회의 실상을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낱낱이 알게 되었으니” 차라리 잘 됐다며 “다른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전병욱과 홍대새교회에 더 이상 사람들이 미혹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권 씨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싣는다.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커다란 상처를 입은 피해여성도들을 대신해 성폭행뿐아니라 온갖 종류의 상습적인 성범죄를 저지른 전병욱 목사를 면직시켜달라고 교단과 교계에 청원하고 싸워오면서 한국 기독교의 지독하게 썩어문드러진 민낯을 보았다. (공소시효가 지나 사회법에 호소하기는 불가능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썩어있고 부패한 모습들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하면서 이런 실태를 알지 못하는 수많은 순진한 한국교회 성도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쓰라렸다.
권력과 이해관계와 명성에 집착하며 명분과 실리를 쌓으려는 노력과 열정과 예민함은 실로 대단하다. 그러나 그곳엔 정작 상식과 사랑은 없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전병욱의 면직재판이 기각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을 후비듯 쓰라린 상처로 통곡할 피해여성도들이 자기 딸이요 가족일 수도 있다는 최소한의 공감능력도 없었다.
이 일이 이렇게 지지부진하며 4년을 끌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기독교인들과 비기독교인들이 한국교회의 부패한 실상과 민낯을 알게 되었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면직운동을 하면서 그래도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후배들과 기독교인들에게 차마 밝힐 수 없었던, 지독하게 더럽고 부패해서 이젠 어떻게 손써볼 수도 없는 이 나라 교회의 실상을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낱낱이 알게 되었으니까.
마음이 좋지 않고 언제나 그렇듯 쓰라린 통증이 가시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통증이 느껴진다는 것이 차라리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밤이다. 쓰라리다는 건 여전히 교회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나에게 남아있다는 증거이니 말이다.
향후 전병욱 면직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긴 어렵다. 어쨌든 끝까지 진실을 위해 싸울 것이고, 폭주하는 그를 막으려 노력할 것이다.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전병욱과 홍대새교회에 더 이상 사람들이 미혹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건 전개와 무관하게 전병욱 씨, 당신이 귀를 막고 싸우는 상대는 우리가 아니라 당신을 안타까워하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당신은 우리랑 싸우는 것이 아니다. 그 싸움에서 당신이 이기면 당신은 정말 위기에 봉착한다. 당신이 지는 것이 당신이 사는 길이다. 당신은 물론 당신의 가족까지 엄청난 파국과 비극을 겪게 될 것이다.
끝으로, 전 목사 면직이 장기화되면서 계속 가슴아파하고 힘들어할 피해자들의 마음과 영혼을 하나님께서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