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6일(금)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소에서는 기후변화와 인권에 관한 고위직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제공=WCC |
지난 3월6일(금)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소에서는 기후변화와 인권에 관한 고위직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제28차 유엔인권협의회 일정 중에 개최된 것이며, 이 자리에서 울라프 트베이트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가 “우리는 희망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모든 부정적인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진 ‘희망권’은 수동적인 기다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향한 적극적인 참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변화의 자료들을 검토해보면 다른 종교에서도 이미 표명한 대로 세상이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 피조물에 대해 청지기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우리는 이 푸른 행성에 한 인류로서 함께 존재합니다. 우리의 행위가 다른 피조물의 기본적인 생활조건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사실을 우주적인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태평양 지역뿐만 아니라 북극 인접 국가들의 회원교회들을 방문한 경험들을 술회하면서 “저는 기후변화가 여러 공동체들에게 끔직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기후변화의 결과로 이미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담수가 염수로 바뀌며 열대폭풍의 빈도나 강도가 더 높아지고 강수패턴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가뭄과 홍수가 잦아지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되었고 기온도 변해서 식량안전과 식량주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콘스탄티노플의 정교회 에큐메니칼 대주교 바돌로뮤의 발언도 언급했다. 대주교는 필리핀 태풍 피해자들과의 유대를 표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 인권, 그리고 사회정의의 문제를 생태적 보존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트베이트 총무는 대주교의 발언이 부정적인 여건을 넘어 희망을 품을 권리를 구체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인간의 ‘희망권’을 시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표명한 것이다.
그는 ‘희망권’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으로서 ‘기후변화와 인권에 관한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 제도를 신설할 것을 재차 주장했다. 그는 인권협의회 결의사항들이 기후변화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부각시켜왔고 특별위임권자(Special Mandate holders)가 기후변화를 식량에 대한 권리, 물과 위생에 대한 권리, 원주민과 이주의 권리 등과 연계하여 보고해왔던 점을 거론하면서 특별보고관 제도의 기대효과에 대해 역설했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영상 메시지가 전달됐다. 반 총장은 기후변화가 가장 취약한 공동체들에 특히 위협이 되고 있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지금은 기후에 대한 조처를 취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패널로 참석한 키리바시 공화국 대통령 아노트 통은 “존엄한 이주”가 보장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대한 조처가 없으면 태평양 지역의 섬들이 곧 물 밑으로 잠기게 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의 다수가 이주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유엔 기후변화특사인 메어리 로빈슨 아일랜드 전직 대통령은 인권과 기후작용에 관한 제네바 서약이 지난 달 채택되었고 현재 20개국이 서명했음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투발루 공화국의 에넬 소포아가 수상은 기후변화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의 주권을 강력하게 변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