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지난 3월12일(목) 열린 ‘한라산신제’에서 초헌관(初獻官) 역할을 거부한 일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원 지사는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내세워 제사 집전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기독교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주로 보수교단 쪽 입장을 대변해 온 한국교회언론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종교의 자유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세상은 시선은 그닥 곱지 않다.
이와 관련, 미국 New York Theological Seminary에서 M.Div 과정인 홍신해만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독교계의 반응이 위선이라고 지적했다. 홍 씨는 이번 일을 “타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짓밟아온 기독교 신앙이 뜬금없이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찾겠다는 어처구니 없음이 만들어낸 갈등”이라고 규정했다. 홍 씨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원희룡 제주도지사 ⓒ출처=페이스북 |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종교적 자유는 존중됨이 마땅하다. 난 한라산신제를 거부한 그의 행위는 헌법적 권리로써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라산신제를 거부하며 내세운 명분 자체는 세련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의 종교의 중립 의무”도 아니고, “헌법적 권리”도 아닌 “기독교 신자라 못하겠다” 라니. 게토화된 기독교 공동체 내에서는 은혜로운 간증의 한 파트로 칭송 받을 진 모르겠다. 그러나 교회 테두리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기엔 세련된 수사 같진 않다.
여하튼 그의 천박한 수사는 차치하고라도, 그가 16대,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지내는 동안 종교적 자유 침해 소지가 명백해 보이는 국가 조찬기도회에 대해서 종교의 자유와 관련한 비판을 피력한 적이 없다는 점은 좀 당혹스럽다. 국가 조찬 기도회엔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한라산신제엔 종교적 이유로 불참하는 그의 행보는 공직자로선 이중적 태도다.
이 일을 두고 한국 교회 언론회가 논평을 냈는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반론의 여지들이 있으나 종교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들 논평의 일부분이다.
“무엇보다 기독교 신자인 원희룡 지사를 압박하여, 개인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만약에 원 지사가 국태민안을 위해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다면, 어찌 나올 것인가?”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하나 묻고 싶다. 원 지사가 국태민안을 위해 하나님께 예배드려온 국가 조찬 기도회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 왔는가?
그리고 이번 원희룡 지사의 행위를 헌법적 권리라며 옹호하는 크리스천들께 묻고 싶다. 지난 2004년 대광고등학교에 다니던 강의석 씨가 종교의 자유를 외치다 쫓겨날 때, 여러분은 그의 헌법적 권리를 옹호해 주었는가? 이랜드 사원들이 기독교적 신념들을 강요당할 때, 사원들의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낸 적이 있는가?
신학적 입장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제사를 드리고 싶지 않다면 이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교회에 나가고 싶지 않거나 예배를 드리고 싶지 않은 이들도 마땅히 그렇게 하지 않을 자신들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는 타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짓밟아온 기독교 신앙이 뜬금없이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찾겠다는 어처구니없음이 만들어낸 갈등이다.
원희룡 지사와 같은 이들이 “기독교 신앙”이란 명목으로 종교의 자유를 누리고 싶다면, 지금도 미션스쿨과 기독교계 기업들에서 빈번히 종교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위선자들아!”
예수의 칼칼한 비판이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