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북 리뷰] 한국교회의 바탕은 성경인가?

권영진, 『성경, 오해에 답하다』 (새물결플러스, 2015)

“한국교회는 과연 성경에 바탕을 두고 있는가?”  
▲권영진 목사의 신간 『성경, 오해에 답하다』 겉 표지.
정언향교회 권영진 목사가 쓴 『성경, 오해에 답하다 – 한국교회가 잘못 알고 있는 성경상식 30가지』를 읽고 난 뒤 든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짜임새가 탄탄하다. 한국교회에 만연된 잘못된 믿음 30개를 추려 각 장을 구성한 다음 4부로 분류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문체 역시 깔끔하다. 저자인 권 목사는 에둘러 가지 않는다. 성경 말씀에다 목회 현장에서 몸소 겪은 체험을 가미해 간결한 문장으로 우려낸다. 이렇게 빚어진 문장들은 한국교회가 설파하는 교의가 얼마나 성경과 동떨어져 있는지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5장 ‘예수님의 스펙’의 한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예수 그리스도’ 하면 얼른 젊은 백인 남성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인 권 목사는 그러한 예수의 이미지가 성경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지적한다. 권 목사는 이사야서 53장 2-3절 말씀을 인용하면서 “적어도 성경은 메시아(예수님)가 인간적인 매력이 있거나 또는 당당한 풍채나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는 않았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라고 적는다. 이어 예수의 초상화를 걸어두는 행위 자체가 기독교 전통과 괴리된 것임을 꼬집는다.   
“.... 젊고 잘생긴 예수님의 초상화는 여전히 인기가 높습니다. 웬만한 성도의 가정에는 예수님 초상화가 한 점 정도는 있기 마련입니다. 개신교의 전통에서 보자면 초상화를 걸어두는 행위는 우상숭배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성상(聖像)을 우상숭배라고 강력히 거부했던 종교개혁의 전통은 현대에 오면서 점점 무색해져서 이제는 교회마다 각종 상징물들과 조형물들을 흔히 볼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예수님의 초상화도 이런 것들의 연장이며, 특히 성도들에게 이 초상화는 부적 혹은 수호신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현재 널리 알려져 있는 할리우드 배우 같은 얼굴의 예수님 초상화는 성경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림입니다.” (본문 52-53쪽)   
성경 오독, 교회타락의 원인  
그런데 이 책은 성경의 오해를 지적하고 성경적 근거를 들어 바로잡는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들어가 성경의 오해와 오독이 교회를 오염시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경고한다. 앞서 예로 든 예수의 외모에 대한 오해도 사소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예수와 그를 따르던 제자들은 당시로선 별 볼일 없는 존재들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스펙’이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대로 넘어오면서 교회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훗날 교회의 사도가 된 자들에게는 대단한 신분이나 재력과 학벌이 없었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기독교가 육신적인 면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략) 현대 기독교는 어떤가요.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자격 조건을 요구하고 있나요? 요즘 교회에서는 갈수록 높은 학력과 출신, 그리고 매력적인 외모를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유명한 교회나 단체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의 신앙과 삶의 궤적보다는 학벌과 이력 같은 외적 능력을 갖추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교회 현장에서조차도 가짜 학위와 허위 이력, 부풀려진 경력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서류상으로 검증된 사람들을 뽑다 보니 나중에는 그들이 교회에서 온갖 분란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본문 56-57쪽)    
성경을 잘못 풀어내는 원인은 다양하다. 한자어에 대한 이해부족은 그 중 하나다. 한국교회에서 흔히 강조하는 일천번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선 교회에서 ‘천 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기도를 드리는 행위’로 통용되는 일천번제는 지극정성의 징표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권 목사는 이런 행위 자체는 성경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한국교회 특유의 ‘무속적 기복신앙’의 소산이라고 일갈한다. 
“성경이 말하는 일천번제(一千燔祭)는 ‘하루에 한 번씩 드리는 천 번의 제사’(日千番祭)가 아닙니다. 성경에는 이것이 ‘천 마리의 짐승을 번제(燔祭, 불로 태워 드리는 완전한 헌신의 제사)’한다는 뜻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일천번제’는 솔로몬이 천 일 동안 지극정성으로 드린 제사가 아니라 성전을 짓기 전 하나님께 한꺼번에 대량의 짐승을 드린 제사입니다. 그럼에도 한자어에 대한 사소한 오해에 한국교회 특유의 ‘무속적 기복신앙’이 더해져 왜곡된 기도행위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본문 134쪽)    
사실 한자어에 대한 오해는 애교에 속한다. 한국교회에 잘못된 성경 해석이 팽배한 근본이유는 성장주의다. 1960-70년대의 빈곤기라면 모르겠다. 지금 신학교육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외국의 유명대학에서 학위를 마친 목회자들도 흔하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짝퉁 이미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기현상은 목회자들이 맹목적으로 대형화를 추구한 나머지 목회현장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교의만 설파해 벌어진 자연스러운 결과다. 한 마디로 신학과 목회현장이 따로 논다는 말이다. 성도들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성도들 역시 종교적 웰빙을 추구했을 뿐, 십자가를 지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회에 대한 아무리 좋은 연구결과들이 나와도, 개혁주의 신학에 대한 아무리 우수한 논문이 발표되어도, 기독교 진리를 탐구하는 수준 높은 신학자들이 대학 교수로 대거 임용되어도, 그것들은 한국교회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교회 현장에는 ‘간단하고 편리하고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실용적인’ 내용들만 살아남았고, 젊은 목회자들은 선배들의 모습에서 경험으로 직감으로 그것을 배워내는 능력을 키웠습니다. 그것을 잘 사용한 사람이 소위 ‘큰 목회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중략) 성도들 또한 이런 교회에 열광했습니다. 은혜로운 이야기를 해주지만 자신의 삶은 피곤하게 하지 않는, 천국을 말하지만 이 세상이 지옥인 이유는 말해주지 않는 달콤한 이야기에 많은 성도가 환호했습니다. 반대로 성경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전하는 교회는 자신의 삶을 피곤하게 한다는 이유로 멀리했습니다. 그 결과 교파와 교단은 분명히 다른데도 설교 내용이나 교회조직과 사역 스타일은 유사한, 세계에 유례없는 ‘한국교회’가 탄생했습니다.” (머리말에서)  
부디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 책을 널리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목사님 말씀’이라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평신도들이 이 책을 읽고 정말 ‘목사님 말씀’이 ‘하나님 말씀’인지 검증해 보았으면 좋겠다. 목회자들이 설파하는 교의가 성경과 확연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위 이름난 목사들 대부분은 성경 말씀을 교묘히 이용해 자기 잇속만 채운 이들이다. 이런 데엔 성도들이 무턱대고 목사님 말씀에 신적 권위를 입히고 머리를 조아린 탓이 크다. 
이제부터라도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지혜를 사용해 성경을 읽고, 성경에 적힌 문자들의 맥락을 바로 알아 지금도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옳게 분별하자.  
“교회는 치성을 드리거나 복을 빌러 오는 곳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예배하고 그분의 뜻을 깨닫기 위해 모이는 곳입니다. 정체불명의 신앙을 바른 역사적·전통적 신앙으로 회복하는 길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이것은 교회 현장의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가 잘못 사용하는 용어를 올바르게 교정하고, 교회 안에 그릇된 상식을 몰아낼 때 성경적인 신앙이 우리 가운데로 깊이 뿌리내릴 것입니다.” (본문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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