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화) 검색포털 네이트가 봉은사역명 관련 실시한 온라인투표. 총 1,162,017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코엑스역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55%(637,335표), ‘봉은사역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45%(521,548표)를 기록했다. |
보수 기독교계가 봉은사역명을 놓고 총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는 3월20일(금) 오전 서울지방법원에 서울시를 상대로 봉은사역명 사용중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한교연이 내세운 명분은 역명 배제기준 무시, 역명 제정기준 무시, 공정성 상실, 시민정서 위배, 종교편향, 여론조사 결과, 역명 제정 주민선호도조사 왜곡 등 모두 7가지다. 특히 한교연은 종교편향과 관련, “공공시설 이름을 종교적인 이름으로 명명한다는 것은 타 종교와 다른 종교 신도들과의 위화감을 주고 종교적 편향에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봉은사역명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시민은 대중들이 이용하는 지하철 역명이 특정종교의 홍보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앞서 보수교단의 입장을 주로 대변해온 한국교회언론회(이하 언론회, 대표 유만석 목사)는 지난 13일(금) 논평을 통해 “서울 지하철 9호선의 929전철역명이 ‘봉은사역’으로 된 것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면서 “서울시는 국민들이 그다지도 반대하는, 특정종교 사찰 명칭을 사용하여, 논란을 확산시키고,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전철역명을 사찰명으로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언론회는 지난 2월 역명 반대 명분으로 봉은사의 친일 전력을 들고 나왔다. 언론회는 2월13일(금) 논평을 통해 봉은사가 “서울을 비롯, 광주, 고양, 양주, 시흥, 수원, 여주, 이천, 양평, 파주 등 10개 구역을 총괄하는 친일불교의 총본산”이라고 했다.
봉은사역명, 서울시민이 반대?
한교연과 언론회의 주장에서 눈에 띠는 점은 공통적으로 ‘서울시민들의 반대’를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지난 3월3일(화) 검색포털 네이트는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종교 편향 논란, 당신의 의견은?>을 주제로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 총 1,162,017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코엑스역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55%(637,335표), ‘봉은사역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45%(521,548표)를 기록했다. 한교연이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신청엔 해당 설문조사 결과가 반영돼 있었다.
그러나 이 설문 조사결과가 서울시민들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는 좀 더 따져 보아야 한다. 특히 해당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은 한교연과 언론회가 여론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의문이다.
댓글 가운데 네티즌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얻은 댓글은 “원래부터 코엑스 들어오기 전에 그곳이 봉은사 사거리였다. 물론 지금은 코엑스가 더 인지도 높아서 코엑스역으로 해도 좋지만, 기독교가 종교편향적인 마인드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반대한다”였다. 이 밖에도 “종교 따위는 관심도 없고, 과거의 친일행적 따위는 궁금하지도 않다. 그냥 상식적으로 당연히 코엑스역으로 해야 하지 싶다”, “우리나라는 종교계가 너무 사회 문제에 개입하는 경향이 크다. 종교인들이 무슨 속세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지”, “우리나라 기독교는 참 부지런해 자부심도 강하고, 천국 가서 정치하실 분들임” 등등의 댓글들이 눈에 띠었다. 네티즌들의 댓글을 종합하면 “인지도 면에서 따져 볼 때 코엑스역으로 하는 것이 맞다. 이에 대해 기독교가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교연과 언론회가 여론조사 결과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가능하다.
이에 아랑곳없이 한교연은 봉은사역명 반대를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양병희 회장을 비롯한 한교연 임원진은 오는 23일(월) 오후 지하철9호선 코엑스 교차로를 답사하는 한편 24일(화) 오전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내 한교연 회의실에서 <봉은사역명 왜 잘못됐나>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