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지점에서 선상 기도회를 가진 NCCK 관계자들이 헌화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NCCK 관계자들이 세월호 침몰지점에서 선상 기도회를 가졌다. ⓒ사진=지유석 기자 |
4월3일(금)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을 기념하는 성 금요일을 맞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 그리고 일반 성도 80여 명이 세월호 침몰 지점을 찾았다.
네 척의 배에 나눠 타고 약 1시간가량 항해해 도착한 침몰지점은 ‘세월’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노란 색 부표만 둥둥 떠 있었다. 전날 진도 팽목항엔 거센 바람이 불었고, 그 영향으로 침몰지점 해역엔 너울이 강하게 일었다. 원래 NCCK는 네 척의 배를 한 데 이어 성 금요일을 기리는 선상예배를 봉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강한 너울로 인해 배는 중심조차 잡기 힘들었다. 이에 각 배 별로 성금요일 예식을 드리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명의 이름을 차례로 연호하며 조속한 귀환을 기원했다.
예장통합 이홍정 사무총장은 “오늘의 ‘갈릴리’는 어디입니까?”라는 주제로 <2015년 한국기독교 고난주간 증언>을 했다. 이 총장은 “우리는 오늘 2015년 4월 3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을 기억하는 성 금요일에, 지난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라는 집단살해의 현장, 오열하는 그 생명 죽임의 현장, 해상좌표 126E - 34N 지점에 다시 배를 띄웠다”고 선포했다.
이어 “절망의 심연, 126E-34N에서, 우리는 이제 우리들의 유일한 정의인 진리에 대한 믿음으로 희망을 노래한다.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으로 남겨졌던 유가족들이 부활의 사건으로 진리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예수가 꿈꾸었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갈릴리에서 시작하여 땅 끝까지 이르는 순교적 증언의 길 위에 모든 것을 버리고 나섰던 것처럼, 오늘 우리 모두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유가족’이 되어 그들이 꿈꾸던 세상, 만물의 생명이 풍성함을 누리는 새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명자로 거듭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장은 그러면서 “이제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오늘 우리의 갈릴리로 나아가자. 거기, 고난당하는 역사의 현장에서 지극히 작은 자로 현존하시는 예수를 만나자”고 권면했다.
▲NCCK 관계자들이 세월호 침몰지점에서 선상 기도회를 가졌다. ⓒ사진=지유석 기자 |
▲세월호 침몰지점에서 선상 기도회를 가진 NCCK 관계자들이 헌화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선상예배엔 참사로 아들 임요한 군을 잃은 김금자 씨가 참석했다. 김 씨는 감정이 복받쳐 오른 듯 예배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예배 뒤 이어진 헌화 순서에서 김 씨는 바다에 국화를 던지면서 아들의 이름을 외치며 흐느꼈다. 황용대 회장, 김영주 총무 등 동승했던 NCCK 지도부들은 김 씨의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배에 탑승했던 목회자 및 성도들 역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바다에 흰 국화를 던지며 실종자들의 이름을 외쳤다. 특히 김홍술 목사(전 애빈교회 담임목사)는 노란 부표가 마치 구조를 기다리는 아이들인 양 힘껏 몸과 팔을 뻗으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NCCK의 진도 팽목항·세월호 침몰지점 방문은 대한성공회 유시경 신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유 신부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오래도록 부활절 연합예배를 지켜왔다. 그런데 에큐메니컬 운동을 하면서 예수의 십자가 고난이 있었기에 부활의 영광이 있음에도, 그동안 한국교회는 영광만 바라보고 십자가 고난은 바라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부활은 제자들이 예수의 빈 무덤을 찾는데서 시작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참사 현장으로 가자, 팽목항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갇힌 침몰현장으로 가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유 신부는 “성 목요일과 성 금요일을 맞아 팽목항에 온 기독교계 인사들이 ‘부활절을 제대로 고민하고 맞이하게 됐다’는 소감을 전해와 보람을 느낀다”는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