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국교회에 과연 구원이 있는가?”

‘곁에 머물다’ 주제로 2015부활절 연합예배 봉헌

▲5일(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2015부활절 연합예배’ 전경. ⓒ사진=지유석 기자
▲5일(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2015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위원장 장병기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대표)는 부활절인 4월5일(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015년 연합예배>(이하 연합예배)를 봉헌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곁에 머물다”를 주제로 드려진 이번 연합예배엔 故 유예은 학생의 어머니 박은희 씨와 실종자 허다윤 학생의 어머니 박은미 씨 등 세월호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도 함께 했다.   

설교를 맡은 안산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꾸짖는 한편, “갈릴리로 가라”고 권면했다. 박 목사는 먼저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부‧여당의 안하무인 행태, 유가족의 아픔마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행보, 차마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비인간적인 만행을 보여준 일베나 어머니부대 같은 부류들의 악행은 차치하고라도, 예수의 말씀을 따라 고난당한 자와 아픔을 나눠야 할 우리 기독교 지도자들이 들려준 무자비한 말들, 교회가 보여준 무관심과 싸늘한 시선, 피해자인 유족들의 인권마저 마구 유린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외면하는 교회의 무개념을 보면서 과연 한국기독교는 예수를 믿는 존재인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개탄했다. 이어 “진실을 가두어 놓으려는 악한 무리들이 저렇게 공공연하게 악행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자처럼 말하지 않고 행동하지 못하고 죽은 자처럼 침묵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시간은 지금 십자가와 부활 사이의 무덤과 같다”고 질타했다.   
박 목사는 “너희 속에 예수가 없으면 너희는 버림받은 자”라고 한 고린도후서 12장 5절 말씀을 인용하면서 “오늘 이 나라 교회를 향하여 이렇게 묻고 싶다. ‘그러면 과연 오늘 한국교회에 구원이 있는가?’하고 말이다. (중략) 세월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며, 쓰러져 울고 있는 유족들을 품어주지 않으며,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고 유족들을 폄훼하면서 자기들의 사악한 목적을 이루려는 이 사회의 못된 기득권 세력의 편을 드는 교회가,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 서명’조차도 제대로 해주지 않은 교회가, 강도 만난 자를 보고도 못 본 채 지나가버린 제사장, 레위인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묻고 싶다”며 날선 의문을 제기했다.   
▲5일(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2015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5일(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2015부활절 연합예배’ 전경. ⓒ사진=지유석 기자

박 목사는 끝으로 “오늘의 갈릴리는 어디인가? (중략) 억울하게 가족을 잃고, 그러면서도 위로받지 못하고 오히려 악한 가해자들에게 교묘하게 도리질을 당하는 세월호 유족들이 있는 이곳 광화문과 안산분향소, 아직도 사랑하는 자식, 남편의 시신조차 찾지 못하여 가슴 쥐어뜯으며 절망하는 이들이 쓰러져 있는 팽목항, 이런 곳이 갈릴리”라며 “‘우리의 억울함을 들어 달라’며 쓰러져 있는 유족들이 있는 이곳 광화문, 이곳 갈릴리에 부활의 예수님이 여러분의 아들딸의 손을 붙잡고 찾아올 것”이라고 설교를 마무리했다.    
세월호는 진리와 함께 살아날 것 
설교에 이어진 중보기도 순서에서 故 유예은 학생의 어머니인 박은희 씨가 단상에 올랐다. 박 씨는 쌍용자동차‧콜트콜텍‧스타케미컬‧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 부당해고나 간접고용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이 땅에 비정규직이란 낙인이 사라지게 하시고, 이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모든 불의한 법이 사라지게 하시고, 노동조합의 소중한 권리가 지켜지게 하옵소서”하고 기도했다. 한편 실종자 허다윤 학생의 어머니 박은미 씨는 흐느끼며 “이제 잔인한 4월을 맞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 2014년 4월16일을 살아가고 있다. 저희가 엄마고 아빠인데, 할 수 있는 건 피켓 들고 거리로 나와 아이들을 찾아 달라는 것밖엔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 다윤이는 가정예배 때마다 엄마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아이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다. 다윤이가 돌아올 때까지, 그리고 실종자 가족이 아니라 유가족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5일(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2015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린 가운데 실종자 허다윤 학생의 어머니 박은미 씨가 흐느끼며 증언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5일(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2015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린 가운데 고 유예은 양의 어머니 박은희 씨가 감정에 겨운 듯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연합예배는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결의문’(이하 결의문)을 채택하고 마무리됐다. 연합예배 참가자 일동 명의로 채택된 결의문은 현 정부를 향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로 들어선 안 된다. 정성을 기울여 온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면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를 약속했으면 조사 받아야 할 사람들이나 부처는 배제해야 한다. 특별조사위원회에 꾸준히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특별조사위원이 된다면 누가 비웃지 않겠는가?”하고 따져 물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과 함께 살아 나셨듯이 세월호는 진리와 함께 살아날 것”이라며 현 정부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해 △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협조 △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정부 시행령 철회 및 특조위 요구 수용 등을 촉구했다. 
이날 연합예배엔 목회자 및 일반성도 포함해 약 500여 명의 기독교인이 참석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예배 뒤 노란 리본으로 서로를 이으며 광화문 광장 주변을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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