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트베이트 총무, “세월호 인양 사회 바로 세우는 일”

울라프 트베이트 WCC 총무-‘4.16가족협의회’ 간담회 가져

▲8일(목)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 한신대학교에서 울라프 트베이트 WCC 총무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선체 인양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4월8일(수) 오전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는 참사 유가족이 꾸린 협의체인 ‘4.16가족협의회’와 울라프 트베이트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가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황용대 목사)가 세월호 선체인양을 통한 실종자 수습과 최근 논란을 일으킨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령안 철회 등 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세계교회의 관심과 동참을 촉구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트베이트 총무는 참사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에게 깊은 연민을 드러냈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의 투쟁은 단순한 진실규명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먼저 보낸 사람들의 명예를 위한 투쟁이고,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상실의 아픔을 당하는 이들이 없도록 하기 위한 투쟁”이라며 지지입장을 표명했다.   
인사말에 이어 실종자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 씨가 발언에 나섰다. 이 씨는 “사람으로서 기본은 사람으로 대접 받는 것이다. 그런데 참사 당한 사람들이 사람으로 대접 받고 있는가?”라고 물으며 “우리는 이런 아픔을 우리 선으로 끝나기 바란다. 너무 힘들고 아프기 때문에 더 이상 아픔이 이어지기 바라지 않는다”는 심경을 전했다. 이어 “인양이든 수색이든 우리는 잘 모른다. 대통령이 약속했으니 실종자를 가족 품으로 보내 달라.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알고 싶다.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종교계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당하지 말아야 하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도록 도와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8일(목)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 한신대학교에서 울라프 트베이트 WCC 총무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실종자 가족인 이금희 씨가 트베이트 총무에게 노란 리본을 달아주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뒤이어 고 최성호 학생의 아버지 최경덕 씨가 발언을 이어나갔다. 최 씨는 격앙된 어조로 “내 아이가 죽었는데 이제껏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 사고 발생 1년이 다 돼 간다. 그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 시도를 했다. 또 불면증에 시달리고 갖가지 원인 모를 고통에 아파하고 있다”고 했다.   
최 씨는 또 “이 나라는 한 가지는 한결 같다. 피해자를 더 잔혹하게 탄압한다는 것이다. 4월은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 기일이 있는 달이다. 그런데 해양수산부는 우리를 욕보이고 있다.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삭발 농성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모든 언론을 통해 보상금으로 도배를 했다. 이런 행위는 농락 정도가 아니라 아이들과 가족들을 짓밟는 행위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간 수많은 종교인들이 와서 기도해줬다. 그러나 기도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애통해 하기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애절한 마음을 목소리로 내야 한다. 가슴에 대못이 박혔는데 피만 닦는다고 해결되는가? 이러다간 가족들이 다 죽는다”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의 호소를 들은 트베이트 총무는 먼저 “가슴 깊이 간직한 아픔과 진실규명의지, 결심을 진솔하게 나눈 데 대해 감사한다”며 두 가지 입장을 밝혔다.   
부유한 한국이 선체 인양 요구 묵살해 실망  
▲8일(목)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 한신대학교에서 울라프 트베이트 WCC 총무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트베이트 총무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트베이트 총무는 먼저 “대한민국처럼 부유한 나라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이 제기한 인양 요구를 묵살한 데 깊이 실망한다. 생명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임에도 한국 정부는 그 가치를 부인했고, 더 많은 희생과 손실을 치를 수밖에 없는 길을 선택했다”며 한국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특히 그는 세월호 선체 인양이 “희생자들과 실종자들을 위한 일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트베이트 총무는 유가족‧실종자 가족을 향해선 “말과 기도가 위로, 혹은 격려가 될 수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그럼에도 여러분과 나누는 위로, 희망, 간절한 기도는 인간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여러분의 아픔에 동참하는 가장 깊은 표현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가 끝나자 이금희 씨가 트베이트 총무에게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 및 희생자 사진을 전달했다. 이에 트베이트 총무는 “지금도 고통 가운데 있으며, 진실을 쫓는 가족들의 발걸음에 힘을 더하소서, 사망이 승리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옵소서”하고 기도했다.   
트베이트 총무는 간담회를 마친 뒤 한신대에서 명예신학박사 학위 수여식을 갖고 곧장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해 다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찾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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