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 부활절을 앞두고 세월호 침몰 현장을 방문한 NCCK 김영주 총무(좌)와 황용대 회장(우)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오는 4월16일(목)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황용대 회장, 김영주 총무)는 13일(월) 목회서신을 발표하고 진상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철회를 위해 기도해줄 것을 당부했다.
아래는 NCCK가 발표한 목회서신 전문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소망을 위해 함께 기도합시다!
“야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괴롭습니다. 울다 지쳐 눈은 몽롱하고 목이 타며 애간장이 끊어집니다. 괴로워서 숨이 넘어갈 것 같으며 한숨으로 세월을 보냅니다. 더 견딜 수 없이 기운은 다하였고 뼈 마디마디가 녹아납니다.” (시편 31:9-10)
사망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고난주간, 우리는 세족목요일과 성금요일을 팽목항에서 보냈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의 소망과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에는 치유되지 않은 아픔과 상처가 너무도 쓰라린 사람들과, 거대한 배와 함께 차디찬 바다 속에 가라앉아 아직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거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과 걸으며, 그들의 발을 씻겨 주며, 그들이 가라앉은 곳에서 눈물을 뿌리며, 잊지 않겠노라고, 끝까지 곁에 머물겠노라고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이 부활의 계절은 여전히 춥고 시리기만 합니다. 참사 1주기가 다 되도록 제대로 된 진실규명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는데, 지난 3월27일 발표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은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발표를 접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절망과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특별법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선체 인양 공식 결정 때까지 배·보상 절차를 전면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며 삭발을 감행하였습니다. 꽃샘추위 속에서 머리를 깎고, 왜 죽어야만 했는지 모르는 아들딸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자식을 구하지 못한 우리는 못난 죄인입니다.” 지난 3월31일에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교회협을 찾아왔습니다. 가족들은 “청운동 앞 길바닥에서 자면서도, 우리 딸이 있는 배안은 얼마나 더 추울까하는 생각뿐입니다. 아이가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것은 알지만, 가족들이 아이를 보낼 수 있도록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해서 확인만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제발 남은 실종자들을 찾아서 우리도 유가족이 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했습니다. 가족들이 돌아간 자리에는 울먹이느라 먹지 못한 도시락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동안 교회협은 세월호 가족들의 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슬픔과 고통 속에서 맞이하면서 우리는 한국교회가 세월호 가족들을 위하여 간절한 기도를 모아 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아래와 같이 가족들의 소망을 담은 기도제목을 가지고 함께 기도해 주셔서, 세월호 가족들이 죽음의 슬픔을 이겨내고 온전한 부활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 기도제목
1. 세월호 참사의 모든 진실이 규명될 수 있기를 기도합시다.
2.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시키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철회를 위해 기도합시다.
3. 온전한 선체인양과 실종자들의 수습을 위해 기도합시다.
4. 유가족들의 뜻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담긴 배·보상 절차가 중단되기를 기도합시다.
5. 온전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으로 공의로운 사회가 건설될 수 있기를 기도합시다.
2015. 4. 1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황용대
총무 김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