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인터뷰] “세월호 참사, 인간의 죄악이 초래한 결과”

전주 경동교회 이윤상 목사 인터뷰 1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전북노회 교회와사회위원장인 전주 경동교회 이윤상 목사. 이 목사는 지난 해 7월 기장 전북노회로부터 파송받아 12월까지 5개월 동안 서울 광화문에 마련된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지키며 유가족들의 지킴이 역할을 해왔다. ⓒ사진=지유석 기자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이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기독교계는 세간의 표현대로 ‘밑바닥이 드러났다.’ 조광작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공동부회장을 신호탄으로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등이 세월호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막말로 빈축을 샀다. 
그러나 상처로 아파하며 눈물 흘리는 이들과 함께 하며, 함께 눈물 흘린 기독교인들도 많았다. 사고 발생지점인 팽목항에서 자원봉사 캠프를 차리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보살핀 기독교인들이 있는가 하면, 유가족들의 비상구와도 같았던 광화문 광장에 상주하면서 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준 기독교인들도 있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전북노회 교회와사회위원장인 전주 경동교회 이윤상 목사는 그 가운데 한 명이다. 이 목사는 지난 해 7월 기장 전북노회로부터 파송받아 12월까지 5개월 동안 서울 광화문에 마련된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지키며 유가족들의 지킴이 역할을 해왔다. 파송을 받았다고 적었지만, 이 목사가 자청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이 목사의 말이다.  
“지난 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했다. 처음엔 단식하는 유가족들을 외면할 수 없어 함께하고자 파송을 선택한 것이다.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다만, 가장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가장 그리스도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마음을 굳혔다.  
또 내가 몸담고 있는 기장 교단엔 미쇼데이(Missio Dei)라는 정신이 있다. 간단하게 풀이하면, 하나님은 이 세계에 직접 역사하시고, 교회는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현장에 나간다는 뜻이다. 즉, 하나님이 함께 하는 곳이 교회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니, 바로 그곳에 하나님이 계시고 우리로 하여금 그곳에 함께 하시기를 원한다고 확신했다.”  
침묵하신 하나님,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 26일(금)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청와대로 행진하려다 경찰에 저지당했다. 이날 조합원들의 행진에는 이윤상 전주경동교회 목사(기장)가 십자가를 들고 함께 했다. ⓒ사진= 지유석 기자

세월호 참사는 기독교 신앙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세월호가 서서히 침몰하던 시점, 해경에서부터 청와대까지 구조 책임을 담당해야 하는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였다. 한편, 한국교회는 예수 잘 믿고 ‘목사님’ 말씀에 순종하면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하나님께서 구원하신다는 교의를 설파해왔다. 만약 이 같은 교의가 진리라면, 정부가 사실상 세월호 구조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님은 그 존재를 드러냈어야 했다. 그러나 그 어떤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다. 세월호는 차디찬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 순간 하나님은 철저히 침묵했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신앙의 본질을 되돌아 봐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우리의 신앙은 무엇인가?’하고 의문을 제기할 수밖엔 없었다. 또 십자가가 의미를 상실했다. 지난 해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승객을 구조할 골든타임이 부활절과 겹쳤다. 만약 이 때 한 명이라도 구조됐다면 회의가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구약성서 창세기 4장엔 가인이 아벨을 죽인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그런데 악과 하나님의 관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가인의 아벨 살해는 가인 안에 있는 죄악이 저지른 범죄다. 하나님은 가인에게 아벨의 행방을 추궁한다. 만약 하나님께서 가인으로 하여금 아벨을 죽이게 하셨다고 한다면, 하나님의 추궁은 성립하지 않는다.   
아벨 살해는 가인 속의 죄악이 저지른 범죄다. 세월호 역시 사람 안에 있는 죄악이 초래한 결과다. 따라서 ‘하나님이 아이들을 죽이셨다’는 식의 풀이는 악을 하나님께 전가하는 것이다. 아담이 선악과를 먹었을 때도 하나님께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라고 하면서 하나님을 물고 늘어졌다.   
말하자면 교회는 잘못된 신학적 풍토 속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했고, 이런 상황을 하나님께 전가시켰다. 한국교회는 참사를 통해 우리의 악을 고백하고, 악과 한편이 돼왔었던 물질주의적 신앙을 되돌리며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돌보지 못한 죄악을 회개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그렇지 않았다. 더 나아가 하나님을 참사의 공범으로 만들었다.  
이제 우리가 믿은 하나님은 어떤 분인지, 예수의 고난과 십자가 부활은 지금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서 역사하실까?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철저하게 우리 안에 내재된 악을 고발한 사건이다.”   
※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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