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목)은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1년 전 기독교계는 조광작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공동부회장,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등이 잇달아 망언을 해 세월호 참사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1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부적절한 발언이 불거져 여론의 빈축을 사고 있다. 부적절한 발언의 주인공은 높은뜻연합선교회 김동호 목사다.
김동호 목사는 1주기 하루 전인 15일(수)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추모의 의미를 담은 노란 리본을 주제로 글을 올렸다. 김 목사는 노란 리본을 단 정치인들을 향해 “정치인들이라고 다 진심이 아닌 것은 아니겠지만 진실성은 없어 보인다. 사람에게 보이려고 길거리에 서서 기도하던 바리새인 같은 느낌이 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내게도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내가 안다. 그래서 나는 선뜻 노란 리본을 달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리본을 다는 건 비겁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쉽게 리본을 달지 못하고 있다”는 심경을 밝혔다.
문제는 그 다음 대목이다. 김 목사는 “선뜻 노란 리본을 달지 못하고 있다. 큰 일 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종북좌파로 몰릴까도 아니다. (중략) 노란 리본 단 사람도 세월호가 마음 아프고, 노란 리본 못 단 사람도 세월호가 마음 아프다. 너는 네 식대로 아파하고, 그냥 나는 내 식대로 좀 아파하자”고 끝을 맺었다.
김 목사의 글에 대한 반응은 성토 일색이다. 페이스북 아이디 ‘송*’인 네티즌은 “강도당해 쓰러져 있는 사람을 피해간 제사장과 다를 바 무엇인가?”고 비판했고, ‘진**’은 “아픈 사람, 그 상처 받은 사람들 보듬지도 못하는 게 무슨 종교인인가? 종북좌파 소리 듣는 게 하나님 말씀 보다 더 무서운가 보다. 노란 리본에 대한 변명이 참 구차하고 길다”고 꼬집었다. 아이디 ‘오**’은 “우리가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는 것은 그의 방식대로 아파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한다. 고통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 참여하는 마음이 고통당하는 자에게 닿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차원에서 노란 리본을 달고, 또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노란 리본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면서 “저는 목사님께서 한 걸음만 더 고통당하는 자의 방향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동호 목사의 세월호 추모 관련 페이스북 게시글. ⓒ출처=김동호 목사 페이스북 갈무리 |
“내 식대로” 발언에 네티즌 어리둥절
보다 강경한 비판도 이어졌다. 아이디 ‘황**’은 김 목사를 향해 “세월호 리본을 달지 않아서라거나, 세월호 집회에 참석하지 않아서라거나, 세월호 발언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 자체가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은 “‘내 식대로’란 말에 충격이다. 늘 하나님의 방법과 하나님의 식과 하나님의 뜻을 이야기하시던 목사님께서 ‘내 식대로’라 말씀하시는 것이 정말 최선인가? 공감은 ‘같이’이지 일방이 아니다. (중략) 정말 ‘내 식, 내 뜻, 내 방법’ 대로 아파하고 위로한다는 게 하나님의 방법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시점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함공동체 이진오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란 리본을 달든 말든, 추모 행사에 참석하든 말든, 그건 자유다. 그런데 저런 글을 꼭 오늘 세월호 참사 1주기 날 올려야 하는가? (중략) 오늘 저런 글을 올리는 것은 그 진의와 상관없이 세월호 참사를 가슴 아파하며, 진실 규명을 요구하며 노란 리본을 달고, 추모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폄하하고, 세월호 유가족·실종자 가족들에게 실망을 준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가 페이스북 게시물로 구설수에 오른 건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김 목사는 인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노무현 대통령 서거, 천안함 사건, 국정원 정치개입, 사회정의 등을 주제로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공분을 샀다.
지난 해 기독교계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잇단 망언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1년이 지난 지금 별반 달라진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비록 조광작 전 공동부회장, 김삼환 목사 등과 같이 심각한 수위는 아니지만, 어느 목사가 진도 팽목항에서 가진 부활절 예배를 ‘우상숭배’로 폄하하는가 하면, 예장통합 총회 사무총장이 교단지인 <기독공보>에 세월호 침몰지점을 ‘집단살해의 현장’이라고 적은 걸 두고 교단 내부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런 와중에 김동호 목사는 ‘내 식’운운하며 노란 리본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한편, 김 목사의 페이스북 글은 16일(목) 오후 2시30분 현재 ‘좋아요’ 1,353개, 댓글 209개를 기록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