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자대학교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파업 중인 청소노동자들이 설치한 현수막을 철거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총학 측은 5월20일(수) 이 같은 사실을 SNS 계정에 공개했고,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총학을 강력히 성토했다.
SNS 계정에 공개된 경위에 따르면, 총학은 지난 8일(금) 청소노동자 파업의 조속한 해결을 바란다는 입장서를 학교 측에 보냈다. 그러나 18일(월)까지 해결되지 않아 총학과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청소 용역업체에게 서랑제(학교축제)를 위해 현수막과 천 조각들을 철거해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고, 19일(화) 저녁까지 철거되지 않으면 직접철거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총학은 20일(수) 자정까지 철거되지 않아 “보다 나은 축제 환경조성을 위하여 철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총학과 중운위는 현수막 철거를 결정하면서 “학교와 노조 그 어느 측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학생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서랑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총학의 조치는 바로 역풍을 맞았다. 자신을 졸업생이라고 소개한 ID ‘진**’인 페북 이용자는 “그 문제에서 총학은 어떤 노력을 했는가? 학우들 의견을 모았나? 미화원분들의 의견을 들었는가?”라고 물으면서 “치우치지 않는 게 뭐 자랑이고 답인양 생각하나본데, 문제가 있음 원인이 있고 그럼 답이 있다. 그 안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방관하면서 이성적인양 중립이란 단어 쓰지도 마라”고 비판했다.
재학생이라고 밝힌 ID ‘St***’는 “미관을 해쳐? 중립을 지켜? 대학생이 되어서, 그것도 인성 교육을 받았다는 학생들이 ‘인권’과 ‘마시고 노는 것’ 중에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는 바보들이 서울여자대학교 총학이라니 너무 부끄럽다. 청소노동자분들에게 제대로 사과하라”고 주문했다. 또 ID ‘나**’인 페북 이용자는 “학교와 노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총학의 행동은 학교 측의 입장을 대변했다. 축제에 방해된다는 이름으로 첨예한 갈등을 은폐해버렸다”고 꼬집었다.
서울여대는 초대 총장인 바롬 고황경이 설립한 학교다. 이와 관련, 위키백과는 고황경이 4대째 기독교 가문 출신이며 서울여대의 설립이 장로교단의 오랜 숙원이었다고 적고 있다.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통합, 총회장 정영택 목사)는 이 학교에 이사를 파견한다. 이 학교 요람은 건학이념을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도의 실천교육과 기술교육을 선발 받은 극소수에게 균형 있게 실시함으로써 출세주의, 성공주의, 간판주의를 떠나 동족과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수준 이하의 사회와 퇴폐된 농촌의 개척자, 선봉자로서 봉사할 수 있는 지-덕-술이 겸비된 여성지도자를 양성함에 있음”이라고 명시해 놓았다.
그러나 ‘축제미관’을 이유로 파업 중인 청소노동자의 현수막을 철거한 총학의 행동이 기독교 정신에 일치하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유승리 감리교신학대학교 총학생회 회장은 자신의 SNS 계정에 “여전히 중립을 바라는가? 이런 때의 중립은 고통의 외면이라 생각한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함, 폭력적인 평화를 지향함은 영혼이 부패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한편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4월29일(수) 청소노동자 시급 삭감에 항의해 단식농성에 돌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