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앞으로 보낸 퀴어문화축제 중단 공문. ⓒ베리타스 DB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으로 인해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와중에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이 메르스를 동성애와 엮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교연은 6월4일(목) 성명을 통해 “정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병 초기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해 감염자와 감염 의심자가 속출하고 격리 수용과 병원에서의 치료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바람에 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며 메르스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런 입장은 곧장 9일(화)로 예정된 동성애 퀴어축제 취소 주장으로 이어졌다. 한교연은 “이날 동성애 지지자들과 반대하는 기독교계를 비롯한 많은 단체에서 수만 군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메르스 감염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퀴어축제는 반드시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교연은 이어 이날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 앞으로 공문을 발송해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축제로 국민 대다수의 정서와 부합하지 않고 메르스 확산을 조속히 차단해 줄 것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와도 배치되는 행사”라면서 행사 중지 결정을 촉구했다.
한교연의 입장을 요약하면, 메르스로 불안한 와중에 많은 군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퀴어문화축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은 퀴어축제저지를 위한 명분 쌓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교연은 메르스 발병 시점 2주 뒤인 지난 1일(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미래목회포럼, 한국교회언론회 등 보수성향의 기독교 단체들과 “왜 퀴어축제를 반대하는가?”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성명을 냈다. 이날 성명에서는 메르스 관련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한교연의 입장은 퀴어축제보다 더 많은 성도가 운집하는 순복음교회, 명성교회, 금란교회 등 대형교회의 주일예배도 열리지 말아야 하지 않느냐는 반박엔 더욱 궁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