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송전선로 변경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한국전력·관할 지자체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9일(화) 오후 전북 군산시 옥구읍 옥구농협 앞에선 <새만금 송전선로 노선 변경을 위한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
▲9일(화) 오후 전북 군산시 옥구읍 옥구농협 앞에서 <새만금 송전선로 노선 변경을 위한 시국기도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송전철탑 건설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새만금 송전선로 변경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한국전력(한전)·관할 지자체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 총회장 황용대 목사)는 6월9일(화) 오후 전북 군산시 옥구읍 옥구농협 앞에서 <새만금 송전선로 노선 변경을 위한 시국기도회>(이하 시국기도회)를 주최했다. 이날 기도회엔 농번기임에도 송전철탑 건설 부지인 미성동·옥구읍·회현면 주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주민들은 한껏 격앙돼 있었다. 새만금송전철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장현찬 위원장은 “한전이 선로가 지나지 않는 이웃 마을 주민들을 매수해 이간질 시키고 후손들까지 원수로 만들고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또 “한전은 용역을 동원해 새벽 2~3시에 작업을 한다. 주민들은 대부분 나이 많고 농번기라 피곤함에도 막으려 나선다. 그러면 젊은 용역들은 주민들을 아예 내던지고, 채증해 고발한다”고 한전을 성토했다.
▲9일(화) 오후 전북 군산시 옥구읍 옥구농협 앞에서 <새만금 송전선로 노선 변경을 위한 시국기도회>가 열린 가운데 최부옥 부총회장이 설교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설교를 맡은 최부옥 부총회장은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최 부총회장은 먼저 “새만금 송전철탑 건설은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함께 잘 살아보자는 일인데, 충돌 등 불미스러운 상황으로 가야하는지, 그리고 일방적으로 상대를 밀어붙여 될 일인지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한 쪽의 입장을 밀어붙여 일을 추진하는 독재국가가 아니라 국민을 주인으로 한 민주국가다. 그렇기에 더더욱 주민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해야 상처 없이 함께 보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최 부총회장은 특히 주민들을 향해선 “조상 때부터 가꿔온 자신들의 땅을 매매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평생을 함께 할 삶의 터전으로 간주해 처음부터 일관되게 돈을 목적으로 흥정이나 거래를 하지 않았다. 이는 고귀한 입장이며, 엄중한 삶의 철학이자 신앙으로 보이는 행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주민들은 ‘우리 땅은 안 되니 다른 곳에서 알아보라’는 식이 아닌, 매력적이고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라면서 “이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꺾어 절망감이 들도록 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만금 송전선로 변경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한국전력·관할 지자체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9일(화) 오후 전북 군산시 옥구읍 옥구농협 앞에선 <새만금 송전선로 노선 변경을 위한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
최 부총회장은 사업주체인 한전과 관할지자체인 군산시는 물론 정치권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최 부총회장은 “정치인과 정권 담당자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깨어 있는 주민, 깨어 있는 교회, 깨어 있는 성직자가 있는데 대해 감사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 땅은 당신들의 편의에 따라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생명을 택한 이들과 맞서려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 강압적인 행태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게다가 당장의 물질적 이익에 눈멀어 생명을 무시하면 오던 복이 떠나간다. 한전이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면서까지 공사를 강행하고 이 과정에서 만행을 저지른다면 생명의 터전을 지키고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주민들의 가슴엔 칼과 원한이 생긴다는 걸 잊지 마라. 생명과 평화의 선택은 언제나 힘 있고 영원하다”고 일갈했다.
최 부총회장과 배태진 총무, 공대위 강경식 법무간사 등은 기도회를 마친 뒤 군산시청으로 이동해 문동신 군산시장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강경식 간사는 “기장 총회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