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위에도 아래에도 안 계신 하나님은 어디에

기독교사상학교 제8강 끝으로 종강

“우리는 현존하는 하나님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정통신학에서 말하 듯 우리의 삶의 현실과 무관하게 저 높은 곳에만 계신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존재 의식 저 밑바닥에 알게 모르게 우리 속에 내재해 계신 걸까?”

2일 늦은 오후 기독교사상학교 마지막 강의가 이뤄지고 있는 서울 명동 교회다움에 참석한 학생들은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해 저마다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나 쉽게 답변을 하지 못했다.

▲ 한신대학교 류장현 교수가 ‘해방신학과 종교다원주의를 중심으로’란 주제로 기독교사상학교 마지막 강의를 하고 있다 ⓒ베리타스

‘누가 우리들의 하나님인가?’란 주제로 강사로 나선 류장현 교수(한신대 조직신학)는 신. 즉 하나님에 대한 이해 차이를 유신론 시대, 유신론 이후 시대, 무신론 시대, 종교다원주의 시대 등으로 구분해 신 이해의 변천사를 설명한 뒤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올바른 신관을 제시해 봤다.

유신론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하나님이 세계를 초월해 실재하는 유일의 인격신이라고 하는 전통적인 기독교의 사상이다.

류장현 교수는 이 유신론에 대해 “유신론은 인간으로부터 존재의 유비에 따라서 하나님을 세계를 돌보는 인격적인 존재로 이해하며 하나님의 속성을 무한성·영원성·전지전능으로 다루기 때문에 유한하고 불완전한 속성이 어떻게 신 안에서 완전하게 존재하는가, 또한 신이 전능하고 완전하다면 인간이 타락할 수 있으며 악이 존재할 수 있는가? 라는 신학적 문제를 해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통적인 유신론의 종언을 고한 대표적인 신학자들이 나왔으니 폴 틸리히, 디트리히 본회퍼 등이다. 틸리히에 의하면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틸리히는 “신의 존재 또는 비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다면 절대로 신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이라며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 유신론과 무신론을 초극하는 새로운 표현을 찾는다. 존재의 무한한 심층, 근거, 존재 자체 등이다.

본회퍼는 종교적 전제 없이 살 수 있는 ‘성인이 된 세계’ 곧 하나님이 필요 없는 세계, 무신·무종교의 시대에 어떻게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으며 경험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본회퍼는 하나님을 추상적 체계로 다듬거나 어떤 신비적 경건에 폐쇄시키는 종교적 세력에 대항하면서 하나님은 세상 한 가운데서 자신의 무력성 속에서 사건을 계시한다고 주장한다고 류장현 교수는 전했다.

한편, 유신론 이후 시대에는 구스따보 구띠에레스의 하나님 이해가 당시 신학자들이 생각하는 신 이해의 단면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구띠에레스는 하나님의 본질을 사랑이라고 정의하며 사랑의 하나님은 본질적으로 생명의 하나님이시며 그 때문에 생명을 위협당하는 사람들, 곧 죽임의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해방하시는 정의롭고 거룩한 해방의 하나님, 정의의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류 교수에 따르면 구띠에레스는 하나님은 철저하게 인간의 가난한 삶의 현장에서 인식된다고 봤다. 하나님은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해방시키는, 다른 말로 생명과 정의가 실현되는 곳에 계시다는 말이다.

이밖에도 존 힉의 하나님의 이해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었다. 류 교수에 따르면 존 힉은 다종교사회에서 그리스도교의 하나님 체험과 내용, 사상과 영성이 종교적 삶의 다양한 흐름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류 교수는 “우리가 만나야 할 하나님은 본회퍼의 하나님도 틸리히, 구띠에레스의 하나님도 아닌 우리의 하나님”이라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역사적 입을 통해 말씀하시는 그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이날 총 8강을 끝으로 현대기독교아카데미(원장 김동춘 교수) 주최, 기독교사상학교는 종강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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