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리뷰] 예술은 슬픔과 고통의 결과물

브라이언 윌슨의 일대기 그린 <러브 앤 머시>

▲영화 <러브 앤 머시>의 한 장면. ⓒ스틸컷 

“예술은 슬픔과 고통의 결과물이다.”
- 파블로 피카소 
심금을 울리는 예술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영화 <러브 앤 머시>는 이런 평범한 경구를 일깨워주는 음악 영화다. 영화는 1961년 결성된 5인조 밴드 <비치 보이스>의 주축 멤버 브라이언 윌슨의 이야기다. 비치 보이스 하면 얼른 해변음악(서프 뮤직)을 떠올린다. 그도 그럴것이, 이들이 1963년 내놓은 ‘Surfin' USA’는 해변음악의 대명사로 여름만 되면 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비치보이스의 대표작들은 오프닝에만 잠깐 흐른다. 영화는 비치 보이스의 화려한 성공보다 주축 멤버 브라이언 윌슨의 음악가로서 자의식, 그리고 그가 겪었던 고통을 조명한다. 폴 다노와 존 쿠삭이 20년의 시간차를 두고 브라이언 윌슨을 연기하는 건 실로 이 영화의 백미다. 그런데 묘하게도 영화를 보면서 새삼 비틀즈의 위대함을 느낀다. 영화에서 비틀즈가 언급되는 대목은 불과 3분 가량의 대화임에도 말이다. 
주축 멤버 브라이언은 그동안의 해변 음악에서 탈피, 한 단계 도약을 시도한다. 그가 새로운 시도를 결심한 데에는 비틀즈의 영향이 컸다. 그는 비틀즈가 1965년 발표한 앨범 <러버 소울>에 자극 받아 예정된 일본 공연도 빠지고 작곡에 몰두한다. 
사실 <러버 소울> 앨범 역시 비틀즈의 음악세계가 한 단계 도약했음을 알리는 이정표였다. 이 앨범 이전, 비틀즈는 지금으로 말하자면 ‘아이돌’에 불과했다. 그들은 무대에서 거침없이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요’(I wanna hold your hand)라고 외쳤다. 그러나 <러버 소울>, 그리고 다음해 발표한 <리볼버> 앨범에서 이런 유치한 노랫말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존 레논은 ‘Girl’이란 곡에서 넋두리하듯 자신의 외도를 노래하고, 폴 매카트니는 ‘나는 당신을 꿰뚫어 보고 있어요. 당신은 예전과 같지 않아요’(I'm looking through you, you are not same)라는 고백을 토해낸다. <러버 소울>의 앨범 자켓 역시 파격적이다. 당시 유행하던 사이키 델릭의 영향을 받은 듯 몽환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영화 <러브 앤 머시>의 한 장면. ⓒ스틸컷

<러버 소울>, 그리고 <러브 앤 머시>
영화 <러브 앤 머시>는 흡사 <러버 소울>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하다. 앨범 작업에 한창이던 브라이언의 헤어스타일은 <러버 소울>에서 비틀즈 멤버들이 했던 스타일과 판박이다. 앨범 작업 장면에서도 사이키 델릭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화면을 가득 메운다.  
음악인으로서 강렬한 자의식은 끝내 음악가의 영혼을 파멸시킨다. 앨범 작업 중에는 내부 의견충돌로 혼란을 겪더니 완성 뒤엔 환청에 시달린다. 20년 뒤의 모습은 더욱 초라하다. 3년 가까이 술과 마약에 쪄들어 폐인이 되다시피 하고, 결혼 생활은 파경을 맞는다. 더구나 그의 치료를 맡은 정신과의사 진은 그를 학대한다. 그러나 모델 출신의 자동차 영업사원 멜린다(엘리자베스 뱅크스)는 그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를 진의 마수에서 구원해 낸다. 
앞서 언급했듯, 두 명의 배우가 각기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브라이언 윌슨을 연기한다. 음악인으로서 예술혼을 불태우던 1960년대 브라이언 윌슨은 폴 다노가, 엄청난 정신적 후유증을 앓던 1980년대의 브라이언 윌슨은 존 쿠삭이 맡았다. 특히 존 쿠삭은 브라이언 윌슨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그의 습관이나 버릇까지 눈여겨보고 배웠다고 한다. 브라이언과 멜린다의 로맨스는 영화의 낭만을 한층 더해준다. 영화 중간 중간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무디 블루스가 내놓은 불후의 명곡 ‘Nights in White Satin’, 케니 G의 색스폰 연주곡 ‘Songbird’ 등 흘러간 옛 노래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 <러브 앤 머시>의 한 장면. ⓒ스틸컷

브라이언 윌슨이 혼신의 힘을 다해 완성한 앨범 <팻 사운즈>는 지금까지도 명반으로 회자된다. <러버 소울>에 자극받은 이 앨범은 다시 비틀즈에게 영향을 줘서 비틀즈의 최고 명반인 <페퍼 상사의 고독씨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탄생시켰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음악적 유전자는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이어졌다. 그의 두 딸 카니-웬디 필립스 자매는 ‘California Dreamin’으로 친숙한 <마마스 앤 파파스>의 멤버 존-미셸 필립스 사이에서 난 딸 치나 필립스와 1990년 <윌슨 필립스>를 결성해 ‘Hold on’, ‘Release me’ 등을 발표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올드 팝에 아련한 향수를 가진 음악팬들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영화다. 
I was standing in a bar
And watching all the people there
Oh the loneliness in this world
Well it's just not fair
바에 들러 그곳에 서서 
주변의 사람들을 둘러보니
세상에 외로움은 왜 그리 많은지
정말 옳지 않은 일이야
Love and mercy that's what you need tonight
Love and mercy to you and your friends tonight
사랑과 자비, 오늘 밤은 그게 필요해
사랑과 자비, 너와 네 친구들에게 바치마 
- 브라이언 윌슨, <사랑과 자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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