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양 765㎸ 송전탑 건설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밀양 송전탑 대책위) 주민 20여 명이 8월18일(화) 오후 새만금 송전철탑 건설로 인해 한국전력(한전)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을 찾아 군산의 평밭마을 주민들을 격려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
군산과 밀양이 만났다. ‘밀양 765㎸ 송전탑 건설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밀양 송전탑 대책위) 주민 20여 명은 8월18일(화) 오후 새만금 송전철탑 건설로 인해 한국전력(한전)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을 찾았다.
평밭마을 주민들 역시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싸고 한전과 갈등 중이고 이에 이들은 연대의 표시로 군산시를 방문한 것이다. 평밭마을 주민들은 추어탕, 수육 등 100인 분 음식을 준비해 송전철탑 건설 현장에서 농성 중인 군산시 지역주민들을 대접했다. 마침 이날은 새만금 송전철탑 공사가 재개된 지 99일째 되는 날이어서 의미는 남달랐다.
주민들과 함께 군산을 찾은 밀양 송전탑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인사말을 통해 “소식을 들으니 대안노선이 있고, 전력 수요를 충당할 다른 방법도 있어 군산이 밀양보다 조건이 좋다고 본다”라면서 “막연히 힘내자는 명분이 아니라,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힘내야 하는지 전해드리고 싶은 말이 많아 군산을 찾았다”고 밝혔다.
▲18일(화) 전북 군산 새만금 송전철탑 건설현장을 찾은 밀양 송전탑 대책위 주민들이 군산 주민들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밀양 주민들은 ‘돈’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평밭마을 주민인 한옥순 씨는 군산 주민들에게 “한전과 정부가 온 국민을 죽이려 한다.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한다”라면서 “한전의 거듭된 회유에도 밀양 225세대는 아직 합의를 해주지 않고 있다. 철탑 공사는 주민들의 서약을 받아야 하고, 한전도 이를 알기에 회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밀양 상동마을 대책위 김영자 총무도 “절대 돈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김 총무는 그러면서 “765Kv 송전탑은 언제 생명의 위협을 가할지 모른다. 밀양 주민들이 합의해 주지 않는 이유도 언제 생명의 위협이 올지 몰라서다. 합의를 안 해주는 게 아니라 할 수가 없다”고 말을 이었다.
밀양 주민들은 인사말에 이어 준비해온 음식을 군산 주민들에게 대접했다. 밀양 주민들은 군산 주민들과 뒤섞여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전, 주민 채증하고 욕설 뱉어
▲18일(화)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에서 군산-밀양 주민들이 한전의 채증 행위에 항의하다 한전 직원들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
그러나 밀양 주민의 방문이 화기애애하지만은 않았다. 밀양 주민들이 도착하기 전, 한전 측과 군산 주민 각각 80여 명이 충돌했다. 밀양 주민들이 도착하기 무섭게 또 다시 충돌이 불거졌다. 발단은 한전 측 누군가가 휴대전화를 꺼내 밀양 주민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데서 비롯됐다. 한옥선 씨 등 밀양 주민들은 한전 측이 채증을 하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했고, 이내 군산 주민들이 속속 가세했다. 한전 측은 밀양 주민들을 향해 휴대폰과 캠코더를 들이대며 “너네 동네에나 있지 왜 왔냐, 이 X아,” “이 짓 하러 여기까지 왔냐”며 욕설을 내뱉었고, 이러자 두 지역 주민들은 격앙돼 흙탕물을 뿌리며 맞섰다.
자신을 현장 감독관이라고 소개한 한전 측 A씨는 “밀양이 전국 송전탑 건설현장에 ‘데모 하면 두둑히 보상 받는다’는 가르침을 남겼다. 밀양 송전탑은 인적이 드문 산속에 지었는데 말이다. 또 군산의 경우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변전소를 지어 전기를 공급해줘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이렇게 반발하면 어디에서도 송전탑 사업은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밀양 부북면 주민인 서종범 씨는 “한전의 주장은 거짓이다. 한전은 공사비 아끼려 사람이 다니는 길 가까이에 송전탑을 지었다”고 일축했다.
▲18일(화) 전북 군산 새만금 송전철탑 건설현장을 찾은 밀양 송전탑 대책위 주민들이 준비해 온 음식을 군산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한전과 충돌이 불거지기는 했지만 밀양 주민들의 군산 방문은 큰 불상사 없이 마무리됐다. 군산 지역 주민들은 밀양 주민들에게 그저 ‘고맙다’는 인사만 되풀이했다.
전북 군산 새만금 88번 송전철탑 공사 현장은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뒤섞였다. 지역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사회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훈훈한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