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공정성 잃은 법집행, 있을 수 없어”

들꽃향린교회 김경호 목사 인터뷰 ①

2008년 보수로의 정권교체 이후 공권력의 횡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민감한 쟁점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더니, 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향해서도 가혹한 탄압을 자행했다.   

들꽃향린교회 김경호 목사는 사회적 논란이 거셀 때마다 거리로 나와 복음을 전했다. 그런 김 목사가 지난 6월 1주일간 구치소 생활을 해야 했다. 김 목사는 지난 2008년 8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방한 당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이후 지리한 법정 공방을 벌이다 지난 해 5월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100만원을 부과 받았다. 김 목사는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자진노역을 택한 것이다.   
김 목사와 만나 자진노역을 택한 심경, 그리고 수감 생활과 이를 통해 깨달은 점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먼저 김 목사의 건강부터 물었다. 
▲들꽃향린교회 김경호 목사는 지난 6월 9일부터 15일까지 자진해서 노역 살이를 했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김 목사를 만나 자진노역을 택한 심경, 그리고 수감 생활과 이를 통해 깨달은 점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지유석 기자

Q: 우선 건강에 대해 묻고 싶다. 지난 6월9일부터 15일까지 자진해서 노역에 들어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건강 상태는 어떤가? 당시를 회고한다면? 공권력 집행이 정당하다고 보는가?  
김경호 목사(이하 김 목사): 건강은 이상 없다. 출소한 뒤 피곤했지만 금방 회복됐다. 공권력이 부당하게 집행됐고, 이에 항의하고자 구치소 행을 택했다. 지금도 그 입장엔 변함없다. 
저간의 상황을 말하자면, 2008년 시위 당시 연행돼 재판을 받았다. 집회와시위에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이 와중에 집시법이 헌법소원에 들어가는 바람에 재판은 중단됐다. 그러나 일반교통방해죄가 대법원에서 인정돼 벌금 1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법정에 수차례 불려 나가는가 하면 증인 신문 등 갖가지 법적 절차를 밟았다. 일정 잡기도 번거로웠고, 교통비도 상당히 소요됐다. 
교통방해죄라고 하지만 도로는 경찰이 막고 있었다. 거리에 있던 시민들은 쇠고기 수입의 부당성을 외쳤는데 경찰이 달려들어 연행했다. 그럼에도 일반교통방해죄를 물었다. 당시 3~4,000의 시민이 연행됐는데, 모두 나와 비슷한 법적 판단이 내려졌다. 일반인들의 경우 공권력과 맞서기 부담스럽고 번거롭기도 하니 벌금 처분으로 마무리 짓는다. 그러나 내 경우는 달랐다. 끝까지 공권력의 부당성을 사회에 알려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누군가는 끝까지 저항해야 했기에 그런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Q: 말씀을 듣자니 국가가 시민들을 옥죄는 것 같다는 인상이 든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김경호 목사는 개선되었다고들 하는 재소자 인권문제에 대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김 목사: 국민들은 자기 의사를 정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집회의 자유가 있고, 동시에 의사표시의 자유가 있는데 국가는 이를 원천봉쇄하려 한다. 내 경우를 보자. 차라리 집시법으로 기소됐으면 좋았을 것이다. 공권력은 집시법이 위헌 판결을 받자 일반교통방해라는 편법을 써서 연행자들에게 벌금폭탄을 쏟아 부었다. 말하자면 잡범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공권력은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법을 쓰고 있다. 한 마디로 반헌법적, 비민주적 사고다.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Q: 출소 이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와 만나 재소자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전한 바 있었다. 이때 재소자들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먼저 구치소 생활을 자세히 전해 달라. 
김 목사: 재소자의 인권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모욕감을 느낀 적이 많았다. 시국 문제로 1주일 동안 구치소 생활을 한 사람이 모욕감을 느낄 정도이니 구치소 내 인권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이야기다. 
벌금을 못내 구치소에 들어가는 처지인데도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여야 했다. 화장실에 가더라도 수갑은 차고 들어가야 했다. 구치소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교도관 앞에서 알몸을 내보여야 했다. 그래서 항의를 했더니 종종 재소자들이 항문 등에 흉기를 숨기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다며 가림막을 가져 왔다. 이런 일들은 정말로 모욕적이다.  
구치소 내부는 약 1.8㎡ 정도 되는 좁은 방에 4~5명이 생활한다. 자리에 누우면 옆 사람과 자연스럽게 접촉하게 된다. 또 감시를 명분으로 24시간 불을 켜둔다. 이 불이 직사광선이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불을 덮으니 이부자리에서 역한 냄새가 났다. 이불을 뒤집어쓰자니 기침이 나오고 얼굴을 내놓자니 눈이 부셨다. 재소자들에게 시중에서 몇 백 원 하는 안대라도 하나씩 지급해줘야 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김경호 목사는 수감 당시 유행했던 메르스에 대한 대처를 비롯하여 배식 방법 등 구치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에 대한 인권 문제를 구석구석 진단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의료 문제는 심각하다. 수감 당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사회가 어수선했었다. 마침 재소자 한 명이 고열에 기침을 앓았다. 아무래도 민감한 때라 신경이 많이 쓰였다. 동료 재소자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교도관은 의료진이 없다고 했다. ‘전염이 되면 어떻게 하냐?’고 따지니 그제야 교도관이 해열제를 처방했다.   
내가 있던 서울구치소엔 약 3,000여 명이 수감돼 있는데, 전염병 비상이 걸린 시기에 당직 의사 없이 재소자를 방치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메르스균이 들어왔다면 다 감염됐을 것이다. 
그나마 식사는 괜찮았다. 그러나 배식하는 방법은 불편한 느낌을 들게 했다. 입감할 때 밥그릇과 국그릇을 나눠주고 식사 시간이 되면 창에다 그릇을 내놓고 기다린다. 차례가 되면 그릇에 음식을 내준다. 문에 배식구도 있는데 정중하게 식사를 주고받지 못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모든 일들이 수치스러웠다. 
Q: 최근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재벌 회장들이 감옥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재벌 회장들의 ‘황제 옥살이’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가?  
김 목사: 방송을 못 보아 재벌 회장이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만약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잘못된 것이다. 국가가 법을 집행하는데 돈의 있고 없음으로 차별을 가한다는 건 공정성을 잃은 것이다. 한 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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