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논평] 교계 언론, 기독교 정신 충만한 ‘언론’ 돼야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교계 언론 거듭날 계기 삼아야

기독교 언론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오로지 기독교계 소식만 다루는 언론? 정치, 사회, 외교, 국방, 문화 등 한국 사회의 모든 이슈를 다루는데, 소유주가 기독교인인 언론?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정의는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정체성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것 같다. 지난 11월3일(화) 국무회의를 통과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때문이다. 해당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새로이 인터넷 신문을 창간하려면 취재/편집 인원 최소 5인을 충족시켜야 하고, 상시고용을 증빙할 문서도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이 소급 적용되는데 있다. 즉, 1년 유예기간 안에 기존 매체라도 5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관계 당국이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일반언론은 논외로 하자. 기독교계 언론으로 시야를 좁혀 볼 때, 이번 개정안은 일정 정도 순기능을 수행하리라고 본다. 기독교계 안에 몇 개의 언론사가 있는지 보여주는 명확한 통계는 없다. 단, 크리스천 기자협회는 2013년 기준 교단지 포함 약 59개 매체가 활동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개정안이 세운 기준, 즉 취재/편집인력 5인 상시고용을 만족시킬 매체는 얼마나 될까? 
사실, 기독교계 언론사의 경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영세한 실정이다. 사무실 없이 운영하는 매체도 있다. 시행령이 이대로 시행되면 대부분의 매체들이 폐간의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그럼에도 순기능을 수행하리라고 보는 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먼저 기독교계 언론의 자정이다. 다수의 취재인력 고용이 건전한 언론활동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상당수 기독교계 언론이 재정이 탄탄한 교회(혹은 교단)의 재정지원에 기대 그 교회의 대변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정 규모 이상이며 분쟁으로 내홍을 겪는 교회에 접근해 이해타산을 따져 본 다음, 자신에게 유리한 쪽의 입장만 대변하는 매체(혹은 기자)도 종종 눈에 띈다. 이런 문제는 비단 기독교계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다만, 기독교계 언론 중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건전한 언론활동의 기준을 취재/편집인력 5인 상시고용으로 설정하고, 이 기준을 소급 적용한 점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교계 언론이 얼마만큼 기독교계의 자정에 기여했는지는 별개의 사안이다. 지금 이 글을 적는 기자를 포함해 모든 교계 언론 종사자들이 진실을 말해야 할 때 진실을 말하지 않고 오히려 돈 있고 힘 있는 쪽 편을 들지는 않았는지, 그렇게 해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치열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지 않은 채 정부의 관료적인 기준만 문제 삼는다면, 진짜 본질은 놓치기 쉽다. 
어떤 언론이 기독교계 언론인가?  
일선에서 뛰는 기자와 실제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경영진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시행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매체의 경영진이 한데 모여 일단 이해관계는 내려놓고 생존을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경영적인 측면도 그렇지만 일선 기자로서 바라는 점은, 이 기회에 기독교계 매체의 정의를 뚜렷하게 정립해 보았으면 한다. 오로지 기독교계 소식만 다루는 언론이 기독교계 언론인가? 사실 기독교계 매체는 교계 소식을 누구보다도 먼저 다뤄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그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기독교계에만 역할을 한정하면 스스로 존립기반을 갉아먹게 된다. 현재 개신교 인구는 날로 감소하는 추세다. 신자수 감소는 자연스럽게 교계 언론 독자층의 감소로 이어진다. 파이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시야를 고정시키면 가진 것 마저 잃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본질적으로 교회는 세상 속에서 존재한다. 단, 세상과는 다른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지금 교회가 세상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 이유는 교회가 본연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서다. 그렇기에 세상의 잘못에 교회가 앞장서 소리를 내야한다.  
정치인-기업인들이 비리를 저지르고도 돈의 힘을 앞세워 사법적 단죄를 피해간다면 기독교계 언론은 하나님의 정의에 입각해 단호하게 질타해야 한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반성하지 않고 군사대국화를 추구한다면,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양심에 호소해 일본의 패권주의 야욕을 무산시켜야 한다. 북한이 핵을 버리고 남북 화해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끔 목소리를 내는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것이 진정 기독교계 언론이 수행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위기는 기회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기독교계 언론에 또 다른 기회를 줄 수 있다. 먼저 교계 비리에 기생하는 언론인들이 말끔하게 정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교단 혹은 신학적 스펙트럼의 차이점으로 인해 소원했던 각 매체의 경영자 혹은 기자들이 한데 어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참에 기독교계 언론, 아니 기독교 정신으로 충만한 ‘언론’으로 거듭날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제발 모두가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합력해서 선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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