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학교 제24대 총여학생회와 성소수자모임 SSU LGBT는 11월10일(화) 오후 6시30분 벤처관 309호에서 제1회 인권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학교 측은 기독교 정신을 내세워 이를 불허했다. ⓒ사진제공= 숭실대학교 성소수자모임 SSU LGBT |
숭실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회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장소를 옮겨 진행되는 일이 발생했다.
숭실대학교 제24대 총여학생회와 성소수자모임 SSU LGBT는 11월10일(화) 오후 6시30분 벤처관 309호에서 영화 <마이 페어 웨딩>을 상영할 예정이었다. 국내 동성커플로는 처음으로 공개 결혼식을 올린 영화인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상영을 마친 뒤에는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숭실대학교 학생처는 지난 9일 총여학생회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인권영화제의 내용이 대학의 설립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교내 행사 및 장소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 이어 “차후라도 우리 대학의 설립이념과 정체성에 반하는 일체의 행사는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소수자를 다룬 영화 상영이나 특강이 대학가에서 수난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11월 서울여대에서는 기독교 역사상 최초로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주교가 된 진 로빈슨 성공회 주교를 다룬 다큐멘터리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을 상영하려 했다. 이어 김조광수 감독이 “두 가지 생각과 한 개의 테이블, 우리도 주님 앞에 설 자격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행사 1주일 앞두고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김조광수 “동성애 차별, 예수 가르침 거스르는 일”
김조 감독은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난 2013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감리교 신학대학교,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등에서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을 상영하려고 했었다. 서울여대에서는 학교 측이 설립이념인 기독교 정신을 내세워 상영을 못하게 했다. 고려대, 감신대에서도 상영을 못했다. 서울여대는 끝내 무산됐지만 나머지 학교에서는 주최 측이 다른 장소를 구해 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다.
숭실대학교에서도 행사를 진행했었는데, 영화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가 아무런 차질 없이 진행됐다. 학교 측이 불허한 적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주최 측으로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 ‘2년 가량 시간이 지났으니 아무 문제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응했다. 그런데 이번엔 학교 측이 행사를 막으니, 2년 전보다 후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아쉽다.”
인권영화제를 주최한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SSU LGBT는 공식 페이스북에서 학교 측의 처사에 대해 “김조광수-김승환 부부 초청 등을 문제 삼은 일부 보수 기독교세력의 압박이 어제부터 이어졌고, 학교 측이 이에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해당 글 아래에는 “거룩한 기독교 이념으로 세워진 최초의 대학으로서 이젠 그 명성이 실추됐다,” “동성애는 질병이며 치유가 가능하다, 성적인 타락이 인권이라고 주장하며 학생들을 선동하는 당신들은 나라를 좀 먹고 있다”며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조 감독은 “이런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성서의 몇 구절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거나 달리 해석해서 동성애를 차별하는 행위는 예수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SSU LGBT은 오후 5시 베어드홀 앞으로 자리를 옮겨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