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동이자 전제정치”

기장, 국정화 저지 시국기도회 가져

▲12일(목)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향린교회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시국기도회’가 열린 가운데 남신도회 전국연합회 총무인 김봉석 장로와 여신도회 전국연합회 회장인 이명순 권사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정치적 중립의 자리에서 다양한 역사의 해석을 시도하고, 희망의 아름다운 미래를 성찰하는 비판과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할 이 정부가 오히려 획일화 된 국정교과서로 전체주의적인 지배 이념을 더더욱 공고히 하려는 박근혜 정부를, 정의로우신 하나님이여 채찍하여 주시길 원합니다.”
11월12일(목)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향린교회(담임목사 조헌정)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시국기도회’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최부옥 목사) 총회 역사위원회 위원장 김윤석 목사가 한 기도 중 한 대목이다.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는 국론을 극한의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 기독교계 안에서도 찬반 입장이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개신교계 안에서 기장 교단이 처음으로 시국기도회를 갖고 국정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장의 입장은 기도 한 줄, 그리고 이어진 김상근 목사의 설교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김상근 목사는 “설교를 준비하면서 7,80년대에 했던 설교와 비슷한 데 놀랐다”는 심경으로 말문을 열었다. 김 목사는 현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동’이요 ‘전제정치’라고 규정했다. 김 목사의 설교 중 일부를 인용한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반동에 맞닥뜨리게 됐다. 박 대통령은 우리 아이들이 이 나라를 부끄러워하게 하는 교과서를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한다. 국회연단에서 대국민선전포고를 했다. 그날처럼 그렇게 결연하게, 그렇게 확신에 차서, 그렇게 공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연설은 그의 임기 2년 반 동안 없었던 일이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사활을 거는 것 같았다. 반동이다.”
김 목사는 현 정부의 국정화 강행으로 인해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희망이 또 다시 절벽에 부딪혔다”고 개탄스러워했다. 그러나 과거 민주화를 이룬 근현대사를 끄집어내며 희망을 선포했다. 
▲12일(목)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향린교회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시국기도회’가 열린 가운데 김상근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반동의 절벽이 ‘민’, ‘주’ 세상을 막아서고 있다. ‘민’, ‘주’ 세상을 향한 투쟁을 다시 시작하자. 학개처럼, 스가랴처럼, 스룹바벨처럼 대통령에게 외치자. 언제까지? 공의가 빛처럼 드러나고 구원이 횃불처럼 나타날때까지 역사 교과서를 기어이 국정화하는 것으로 전제정치 시대를 다시 열 것이다. 절망인가? 아니다.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저 거리에 오늘의 학개들이 있지 않은가? 오늘의 스가리야들이 있지 않은가? 당당히 자기의사를 밝히는 중고등 학생 스룹바벨, 대학생 요수아 들이 있지 않은가?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시국기도회 뒤 평화순례 나서 
시국기도회는 설교에 이은 성명서 낭독 순서로 이어졌다. 기장은 시국기도회 참가자 일동 명의의 성명에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국정교과서’는 ‘일제강점기를 경제발전기’라고 해석하는, 소위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관을 ‘올바른’ 것이라 선언하면서 전체주의적으로 획일화시키려 한다”며 정부를 향해 “다양한 역사 해석의 가능성들을 ‘그릇된 것’으로 규정하는 그 같은 오만함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아버지 박정희의 역사를 미화하려는 이 경악스러운 독재적 발상을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저지가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임을 선언했다. 또 국정화 고시 이후 ‘소모적인 논란을 없애는 긍정적 조치’라고 한 정부여당에 대해선 “‘국정교과서 반대자들의 불필요한 논란 때문에 민생을 돌볼 수 없다’거나 ‘경제가 어려운 것은 저 반대자들 탓’이라는 치졸한 공략”이라고 비판했다. 
시국기도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향린교회를 출발해, 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 농성장을 거쳐 광화문 세월호 광장을 향해 평화순례에 나섰다. 참석자들은 평화순례 도중 “박근혜 정부는 교과서 국정화를 즉각 중단하라”, “교과서 국정화 저지하고 민주주의 지켜내자”, “친일미화 독재찬양, 국정교과서 반대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순례엔 약 200여 명이 참여했고 큰 충돌은 없었다. 
한편 최부옥 총회장, 배태진 총무, 김경호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등은 정리해고 철회와 복직을 요구하며 150일 넘게 농성 중인 기아자동차 노조 노동자 최정명, 한규협 씨가 농성 중인 인권위 전광판으로 올라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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