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조계사를 찾은 구은수 서울경찰청장. 구 청장은 이 자리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자진퇴거를 요청했다. ⓒ노컷뉴스 화면 갈무리 |
경찰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영장집행이 12월10일(목)로 미뤄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경찰에 “10일 정오까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영장 집행을 중지해달라 ”고 요청했고, 경찰은 이를 받아 들였다.
9일(수) 조계사는 영장을 집행하려는 경찰과 이를 저지하려는 조계사직원 및 승려, 시민들 사이에 거친 몸싸움이 오갔다.
경찰이 조계사 경내 진입을 시도하자 종교 시민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공권력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불교계 시민단체인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불시넷)는 이날 성명을 내고 “종교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은 과잉진압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조차 없이, 종교계의 중재조차 거부하며 조계종의 총본산인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며 불통의 길을 걷고 있다”며 “정부당국은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불교시민사회는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나눔의집협의회 일동도 “평화와 자비의 상징인 종교시설에 의탁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모든 폭력적이고 강제적인 행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노동개악으로 우려되는 ‘쉬운 해고, 비정규직 양산, 임금을 비롯해 더욱 나빠지는 노동 조건’에 대한 시민과 노동자들의 정당한 항의에, 정부는 즉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톨릭에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사제단)이 목소리를 냈다. 사제단은 “국가권력이라고 해서 모든 정책과 행위에 있어서 정당성을 부여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가권력의 역할은 국민들 사이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불평등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며 인간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이러한 권리들을 온전히 표현하고 자유롭게 행사하는 데에 장애가 되어서 안 된다”고 지적했다.
종교계의 목소리에도 경찰은 강경한 입장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내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의 자진출석 또는 신병인도 조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당초 방침대로 엄정하게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밝혀, 또 한 번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