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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숨통만은 조이지 마라

공권력의 추적을 피해 조계사로 몸을 피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2월10일(목) 퇴거했다. 경찰은 그에게 즉각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한 위원장이 퇴거하기까지 상황은 급박했다. 공권력과 조계사 승려-직원 사이에 몸싸움도 벌어졌다.

한 위원장의 체포를 둘러싼 소동은 종교가 갈수록 공권력의 횡포가 거세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물었다. 이와 관련, 서울신학대학교 박찬희 교수(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둥교회 담임목사)는 9일(수) 자신의 SNS에 "종교시설이 사회적 약자의 도피성 역할을 외면한다면 사회적 숨을 끊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박 교수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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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박찬희 서울신대 교수(가운데)가 지난해 10월 30일 “세월호의 아픔에 참여하는 이 땅의 신학자들”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국교회에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나는 종교의 시설 자체가 거룩한 곳 즉 성역이라고 믿지 않는다. 다만 종교의례가 시행되는 곳으로서의 거룩성을 대중이 담보해두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 보존을 위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종교는 여하한 일이 있어도 약자, 억압받는 자, 피신을 요청하는 자를 보호해야 할 당연한 인류보편의 가치이다. 이 가치가 깨어질 때, 사회 공동체는 숨 쉴 곳이 없어진다.청와대에 대한 압수 및 수색 그리고 조사를 성역으로 간주하면서, 의회에 대한 압수 및 수색 그리고 조사를 성역으로 간주하면서 공권력은 커녕 사력도 갖지 않은 종교 시설을 침탈하는 것은 독재정권의 전형적 행태이다.

최소한의 소도의 존재는, 도피성의 존재는 약자/억울함을 호소하는 자를 보호하고 변호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함의이다. 이 사회적 묵계와 함의는 지켜져야 한다. 종교는 그 보루로서 가장 적합한 지점이다. 그런 점에서 종교시설에 대한 침탈은 사회적 묵계와 함의를 깨는 반 사회적 폭거라고 할 수 있다.

종교는 어떠한 경우에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종교가 단 한사람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를 내치거나 보호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이것은 사회적 숨을 완전히 끊는 것이라는 말이다.

조계사에 은신한 민노총의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체포시도가 곧 있을 것이라는 보도를 생방송으로 보고 있다. 그에게 대한 혐의는 '일반교통방해'이다. 그러나 이것은 허울이고, 그를 체포한 이후에는 여타의 죄목을 덧붙여 기소를 추가할 것은 명약관화이다. 이야말로 기만이다.정부는 한 위원장이 종교시설에 숨어들었다고 선전하는 것에 성공한 듯 하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민노총에 대한 탄압이고, 더 나아가 민주세력에 대한 탄압이다.방송의 논조는 제2차 총궐기에서 "조계종과 종교계가 연 꽃길기도회로 충분하지 않은가?", "종교인들의 노력을 인정해서 공권력 투입을 유보한 것이 아닌가", "이제는 된 것 아닌가"하는 식이다. 

정부의 기만술에 놀아난 결과다. 아니면 적어도 소위 종교계가 뻔한 속임수에 미필적 고의든 아니면 정말이든 속은 것이 아닌가? 적어도 종교시설에 대한 공권력 진입의 '꽃길'을 놓아주려고 그 같은 '퍼포먼스'를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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